설교

참 빛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 - 요한복음 1:4~13[박선균 목사]

작성자
살림교회
작성일
2012-09-16 16:01
조회
8752


2012년 9월 16일(일) 오전 11:00 천안살림교회

제목: 참 빛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

본문: 요한복음 1:4~13

박선균 목사(전 <씨알의 소리> 편집장)  


본문말씀 가운데 ‘빛’이 일곱 번 나오고, 또 ‘참’이라는 말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예수님을 가리킵니다. 예수님은 이 땅에 ‘참 빛’으로 오셨습니다. 그런데 ‘참 빛’이라는 말은 ‘거짓 빛’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예수님 당시에도 사람을 속이고 잘못 인도하는 거짓 인도자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은 세 가지 유혹을 받으셨습니다. 돈과 명예와 권력의 유혹입니다. 예수님은 그 유혹을 이겨냄으로 사람들을 옳은 길로 인도하셨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본문말씀은 예수님께서 참 빛으로 이 세상에 오셨는데 사람들이 그걸 알아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왜 어둠속에 빛이 비쳤는데, 사람들이 그걸 깨닫지 못했을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때 캄캄한 밤에 빛이 비쳤는데 사람들이 그걸 몰랐다는 것은 납득이 안 됩니다. 물론 세상 사람들이 눈먼 소경이 되어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몽매해서 그걸 깨닫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다른 각도에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첫째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실 때 특출나게 오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보통사람으로 오셨기 때문입니다. 함석헌 선생의 말을 빌면, 이름 없는 하나의 씨알로 오셨기 때문에 사람들이 몰라 봤습니다.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것처럼, 고운 모양도 없고 풍체도 없어 우리가 보기에 흠모할 만한 아름다운 것이 없었습니다. 목수의 아들 예수를 보고 사람들은 하나님의 아들이라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타나엘도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나올 수 있느냐고 하지 않았습니까? 빛은 무슨 빛이냐 그겁니다.

두 번째 예수님이 세상에 오실 때 큰 소리로 오신 것이 아닙니다. 북치고 나팔불고 요란하게 오신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작고 고요한 소리로 오셨습니다. 태어난 곳도 마굿간이 아닙니까? 그렇게 보잘 것 없는 모습으로 오셨기 때문에 사람들이 몰라보는 것은 당연합니다. 엘리야가 들었던 하나님의 음성도 큰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목소리 크다고 하나님의 음성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음성은 작고 고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예수님은 세상으로 오실 때 결코 밝은 빛으로 오신 것이 아닙니다. 밝은 빛으로 오셨다면 사람들이 모를 리 없습니다. 아마도 어슴푸레한 빛이 아닐까요? 말하자면 저녁 빛입니다. 유영모 선생은 저녁을 좋아해서 저녁 夕자 셋을 써서 호를 多夕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 어슴푸레한 저녁 빛 속에서는 아름답다 추하다 하는 것이 없습니다. 잘 났다 못났다, 높다 낮다 하는 것도 없습니다. 부자와 가난한자, 양반 상놈도 없습니다. 동양인 서양인, 흰둥이 검둥이도 없습니다. 그 빛 안에서는 모두가 하나됩니다. 그래서 그 빛 안에서는 조화가 이뤄지고 평등과 평화가 이뤄집니다. 대화도 자연스럽게 이뤄집니다. 소통의 문제가 없습니다. 잘해도 그만 못해도 그만 그저 마음 깊은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저녁 빛 안에서는 그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서구적 개념에서 보면 흐리멍덩한 것은 허용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꼭 옳은 것은 아닙니다.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습니다. 잘 알려진 황희 정승 이야기가 있습니다. 싸우는 종의 아이들을 보고 서로에게 다 옳다고 했지요. 시비를 가르지 않는다고 따지는 아들을 보고도 옳다고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예수님의 저녁 빛을 그렇게 비유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 빛 아래서라면 영호남문제도 남북문제도 다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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