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추모사 - 기독교민주인사 온라인추모관 봉헌에 붙여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26-05-07 21:58
조회
259
제2회 기독교민주인사 추모의 날 공동추모예식
사)한국기독교민주화운동 기독교민주인사 추모위원회
2026년 5월 7일(목) 오후 4시 / 한국기독교회관





추모사 - 기독교민주인사 온라인추모관 봉헌에 붙여

최형묵(한국교회인권센터 이사장)

추모사를 해야 한다는 권유를 받고, 곧바로 한 일은 ‘기독교민주인사 온라인추모관’을 둘러보는 일이었습니다.(https://kochdemo.imweb.me/27)
기록되어 있는 분들의 면면을 일일이 살펴보았습니다. 대부분 어른들과 선배들이었습니다. 상당수는 저와 가장 가까웠던 친구 김흥겸을 포함하여 동년배들도 있었습니다. 더러 젊은 후배들도 있었습니다. 친구와 선생님, 여러 어른을 포함 가까이 뵐 수 있었던 분들이 많았습니다. 일부는 직접 뵙지 못했어도 대부분 그 이름을 기억하고 삶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대번에 떠오른 것은 ‘동시대성’이었습니다. 그 숭고한 삶을 사셨던 분들과 같은 시대를 지나왔다는 느낌입니다. 동시에 아마도 그분들의 옷자락이라도 만져본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 하는 느낌이 다가왔습니다. 생생한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그분들의 삶을 기록하여 후대에 넘겨주는 일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하였습니다.

“망각은 노예의 길이지만, 기억은 구원의 신비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경구입니다. 우리가 ‘기독교민주인사’를 추모하는 것도 그 뜻과 같습니다. 그분들의 삶을 기억하는 것은 그분들의 삶이 지니는 의미를 오늘 계승하고 내일로 이어가기를 바라는 뜻입니다. ‘기독교민주인사’라는 말이 제한된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쉽지만, 사실은 그 말이 미처 포함하지 못한 훨씬 깊은 의미를 담고 있을 것입니다. 정치적 사건의 맥락에서 드러나는 삶의 의미만을 포착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뛰어넘는 삶의 의미, 곧 민주화를 위하여, 뿐만 아니라 인권의 신장을 위하여, 평화를 위하여 헌신한 분들의 삶의 의미를 되새기며 계승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그것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요체를 올곧게 실현하고자 한 숭고한 삶을 기리며 이어받고자 하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서남동 선생님과 안병무 선생님은 말하기를, 그리스도교는 ‘죽음’을 문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죽임’을 문제시한다고 했습니다. 부활신앙은 그 ‘죽임’에 맞서 ‘살림’의 길을 따르는 것이라 했습니다. 우리가 기억하고 추모하는 분들의 삶이 바로 그 살림의 길이었습니다. 국가의 폭력과 일상화된 구조적 폭력에 의해 삶이 죽임당할 때 그에 맞서 진정한 삶을 회복하고자 하는 숭고한 뜻을 지닌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그분들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것은 바로 그 삶을 이어받고자 하는 뜻을 지닙니다.

온라인추모관을 둘러보면서 새삼 느낀 것이 있었습니다. 제가 잘 알지 못했던 분들의 대부분은 여성들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아내였고 누군가의 어머니였던 분들입니다. 물론 홀로였던 분도 계십니다. 정치적 사건의 표면에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단지 조력자로서뿐 아니라 구석구석에서 사람들을 돌보는 역할을 맡았고, 때로는 길거리에서 큰소리를 외친 분들입니다. 그간의 시선과 기억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곧바로 알아차렸습니다.
그 편향된 시선에서 포착되지 않았던 분들의 삶을 기록하고 추모함으로써, 그 추모의 뜻은 깊어졌습니다. 우리가 추모하고 기억하고자 하는 삶, 그리고 이어받고자 하는 삶이 어떠한 것인지 그 의미가 제대로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모든 죽어가는 모든 것들을 사랑해야지” 시인 윤동주의 그 다짐은 죽어가는 것들을 살려내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의 표현이었습니다. 살림의 의지였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그 역할을 맡아준 여성들의 그 숭고한 삶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 시선이 더욱 넓혀지기를 바랍니다. 소수자의 삶을 몸소 겪었거나 대변한 이들도 더불어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우리에게 마음 깊이 추모할 분들이 계시고, 기억할 수 있는 그 삶의 유산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커다란 축복입니다. 우리는 그로 인해 자긍심을 지니고 희망을 주는 교회의 일원으로 지금 현실의 장벽을 넘어설 수 있습니다. 그 유산이 박제화된 기록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뜻으로 이 땅에 진정한 희망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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