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개신교는 왜 극우의 덫에 갇혔는가 - 위기의 한국 개신교, 시민종교의 길을 묻다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26-07-07 23:15
조회
122
*『공동선』 189호(2026년 7+8) 특집: 6.3 지방선거,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다시 묻다

개신교는 왜 극우의 덫에 갇혔는가
– 위기의 한국 개신교, 시민종교의 길을 묻다

최형묵(연세대 겸임교수, 한국교회인권센터 이사장)

6.3 지방선거 결과, 제한된 극우의 영향력

6.3 지방선거 결과는 우리 사회의 보수와 진보의 구도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민주당의 전반적인 우세에도 불구하고 일부 경합 지역에서 지지율이 팽팽하게 맞섰는가 하면 근소한 차이로 국힘당이 우위를 보이기도 했다. 12.3 비상계엄에 의한 내란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국면에서 생각하면 다소 뜻밖의 결과였다. 하지만 찬찬히 돌이켜보면 근래 몇 가지 주요 선거에서 나타난 일관된 추세를 띠는 측면도 있었다. 근래 몇 가지 주요 선거에서 이른바 보수와 진보는 팽팽한 접전의 양상을 보였다.1) 이번 선거 결과 역시 그 추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그 추세 가운데서도 한 가지 뚜렷한 현상 또한 존재하였다. 극우 정치 세력의 목소리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부터 극우에 대한 동조가 짙은 보수 정당 대표의 입장을 배척하는 목소리가 높았고, 결국 그 입장과 거리를 둔 후보들이 당선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서울시장 당선자는 당대표의 출몰을 피하느라 어려움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극우와의 거리두기가 당선의 한 요인이었다는 진단이다.
그와 관련된 추세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발생한 송파 선거구와 잠실 경기장 집회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참정권 침해’를 주장하는 젊은 세대들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극우와 명확히 구별하고자 맞섰다. 지금 극우 세력이 광장을 주도하며 그에 피로감을 느낀 시민들이 주춤하였다가 별도의 광장으로 나섰다. 이는 극우 세력과는 명확히 거리를 두고자 하는 시민사회 세력이 건재하다는 것을 뜻한다.
전반적으로 볼 때 극우 세력이 결집하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현상은 우려할 만한 사태이지만, 그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극우 세력은 광장에서의 요란한 소리, 유튜브, 그리고 때로는 주류 언론의 과잉 보도 공간에서 그 존재를 과시하고 있을 뿐 시민사회 전반에 결정적 영향력을 지닌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극우주의에 대한 사회적 처벌, 개신교의 사회적 신뢰 추락

시민사회에서 극우 세력의 영향력이 제한된 점은 극우 개신교에 대한 사회적 평판의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한국 사회에서 극우 개신교가 곧바로 극우 세력과 같은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그 중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극우 개신교를 대변하는 전광훈과 손현보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미미하였다. 손현보는 선거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았고 전광훈은 사법적 절차 가운데 있어 제약을 겪은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과 입장을 공유하는 극우 개신교 인사들의 행보는 간간이 뉴스거리가 되기도 하였다. 유튜버 전한길, 그리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면서도 보궐선거에 출마하여 고개를 갸웃둥하게 만든 황교안 등이 종종 얼굴을 내밀었다. 한국계 미국인 모스탄, 그리고 미국의 대표적 부정선거 음모론자 더글라스 프랭크 등이 선거에 맞춰 입국하기도 하였다. 선거 결과가 보여주듯이 이들이 미친 영향력 또한 이렇다 할 만한 것이 없었다.
흔히 개신교 전반이 극우화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것이 일종의 착시 효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누누이 확인되고 있다. 예컨대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실시한 2025년 주요 사회현안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조사2)에 따르면, 개신교인 극우 성향은 21.8%로 전체 국민의 극우 성향 21.0%와 크게 다르지 않다.3) 또한 12.3 이후 찬탄 집회와 반탄 집회 참석 비율도 12.6% 대 7.9%로 찬탄 집회 참석율이 높다.4)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수년간 실시한 인식 조사에서 누적된 결과를 보더라도 개신교인 전반의 정치 인식이 일반 시민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다소간 미세하게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사안들이 없지 않지만 대체로 시민사회 평균과 유사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개신교인 전반이 극우화한 것으로 보이는 착시 현상의 실체는 무엇일까? 그것은 과잉 대표에서 비롯된 것으로, 하나는 극우의 과잉 대표 현상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한국 개신교의 대표 제도가 갖는 과잉 대표 현상이라는 두 가지 층위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극우의 과잉 대표 현상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그 규모와 영향력에 비해 과장되어 있다는 것을 말한다. 또 하나의 과잉 대표 현상으로서 한국 교회의 대표 제도 자체에서 비롯되는 과잉 대표 문제는 일상적 현상으로서 좀 더 심각성을 지닌다. 개신교인 전반의 구성과 달리 공적 교회의 대표는 특정한 직분의 연령과 성별에 한정되어 있다. 고령층의 남성 목사와 장로로 사실상 한정되어 있다. 그러기에 공적 교회의 입장은 개신교인의 평균적 구성 및 인식과 동떨어진 이들의 견해가 과잉 대표되고 있는 것이다. 그 입장은 보수적 성격을 띠고 있을 뿐 아니라 때로는 극우의 견해와 그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다. 극우와 단절되지 않은 그 모호성이 문제이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개신교 전반이 보수화 내지는 극우화하였다고 인식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극우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고스란히 개신교 전반에 대한 평가로 직결될 수밖에 없는 요인을 개신교 자체가 안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개신교 전반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떨어지는 현상에 대해 개신교 스스로 책임이 없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노릇이다. 평균적인 개신교인으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교회의 공적 입장을 결정하는 주도권을 쥐고 있는 이들로서는 그 책임을 통감해야 하는 상황이다.
극우와 보수 사이 경계의 모호성은 그 중첩성에서 비롯된다. 극우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논의의 여지가 없지 않지만, 극우란 기본적으로 보수주의에 기반하여 극단주의 성격을 띠는 정치 성향이라고 할 것이다. 예컨대 앞서 인용한 최영준 교수 연구팀의 분류에 따르면 ‘극(far, extreme, populism)’은 체제의 기득권층에 대한 불신을 기반으로 권위적 리더쉽과 급진적 수단을 통해 기존 질서를 재편하려는 정치 성향을, ‘우(right, conservative)’는 외부 집단에 배타적인 토착주의, 전통적 규범을 중시하는 보수주의, 한국적 맥락에서 두드러진 반공주의, 능력의 차이를 불가피한 것으로 여기는 사회다윈주의 등의 성향을 말한다.5) 한국 개신교 안에서 ‘극’ 성향과 ‘우’ 성향 사이에 중첩되지 않는 항목이 얼마나 될까? 헌정 파괴와 임의적 폭력까지도 용인하며 급진적 수단을 추구하는 극우의 성향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공식적 교회의 입장이 극우의 성향과 사실상 겹친다고 할 것이다. 개신교 전반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추락한 것은 이 때문이다.

시민 종교의 위상을 상실한 개신교

오랫동안 한국 개신교는 한국 사회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요체로 하는 근대화 과정에서 중요한 공적 역할을 담당해 왔다. 교육, 의료, 민주화 운동, 인권 담론 등에서 개신교는 국가 권력과 시장 사이에서 시민사회의 형성에 기여해 왔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한국 개신교의 성장 과정은 단순한 종교 확산의 역사가 아니었다. 근대 교육과 사회 개혁,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개신교는 새로운 시민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였다. 특히 권위주의 시대에는 인권과 민주주의의 언어를 제공하며 국가 권력을 비판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사실상 교회 성장과 동일시되는 교회 공동체의 확장도 급격한 근대화 과정에서 발생한 아노미 현상을 극복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였다.
이 과정에서 개신교는 한국 사회에서 일종의 시민 종교로서 그 기능을 수행하였다. 이는 특정 종교로서 국가를 지배한다는 뜻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할 수 있는 도덕적 가치와 공공적 언어를 제공하는 기능을 뜻한다. 이때 개신교는 민주주의, 공동체, 사회적 약자 보호 등의 가치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러나 오늘 개신교는 그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극우와 동조하는 개신교의 정치 참여가 신앙의 공적 표현으로서보다는 일종의 정치적 동원의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해묵은 반공주의, 문화적 보수주의, 그리고 사회적 소수자 이슈 등에 대해 적대적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가운데 종교적 언어가 정치적 갈등의 언어로 전락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 과정은 정치와 종교의 상호 관계 가운데서 이해될 수 있다. 하나는 정치가 종교를 활용하는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종교가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치 영역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측면이다. 개신교의 정치 참여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 방식이 공공성을 확장하는 방향이 아니라 진영 정체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극우 어젠더 확산 배경에는 사회적 변화에 대한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 교세 감소, 민주화로 인한 전통적 권위의 약화와 반공주의의 균열에 대한 위기의식이 일부 개신교인들에게 방어적 정치 행동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대응은 단기적으로는 내부 결속을 강화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고립을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여전히 많은 교회가 변화된 상황 가운데서 공공성을 강화하며 도덕적 권위를 회복하고자 분투하고 있다. 또한 이에 많은 개신교인들이 공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극우와 동조하는 개신교 현상으로 그 노력은 가려지고 있다. 그래서 오늘 시민사회에서 개신교는 독단성과 배타성, 갈등, 권위주의 등의 이미지로 비치고 있다. 이는 엄밀히 말해 개신교 자체에 대한 거부라기보다는 특정한 정치적·문화적 방향에 대한 시민사회의 평가를 함축하는 것이기는 해도, 사실상 개신교 자체에 대한 신뢰의 철회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 개신교는 과거에 누렸던 시민 종교로서의 위상을 더 이상 누릴 수 없게 되었다. 종교가 사회 전체를 위한 도덕적 언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자기 집단의 정체성에 몰입할 때 사회적 신뢰의 철회는 필연적이다. 게다가 각종 음모론을 동반한 망상에 가까운 궤변으로 지지자들을 동원하는 행태는 일종의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치부될 수 있으며, 아예 일말의 존재 자체의 정당성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사회적 신뢰 회복을 위한 자기 갱신의 길

오늘 개신교의 위기는 교세의 감소가 아니라 시민사회로부터 신뢰의 철회라는 것이 그 본질적 요체이다. 이 엄중한 현실을 직시해야만 그 대안 또한 적절히 찾아질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교회가 사회적 소통 능력을 강화하고 공공성을 회복하는 방향을 추구해야 한다. 이는 교회의 정치적 참여를 포기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어느 편에 서든 그 정치적 참여는 신앙의 한 표현이자 책임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다. 다만 그 정치 참여가 진영논리를 강화하고 따라서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로부터 벗어나 민주주의, 인권, 평화, 그리고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의 정당한 권리 옹호와 같은 보편적 가치를 지향할 때 추락한 사회적 신뢰의 회복이 가능하다.
다음으로 교회의 사회적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교회 내부의 대표 제도와 권위주의적 문화 전반을 재구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정 세력의 과잉 대표 현상은 극우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개신교의 평균적 구성과 달리 고연령층 남성 특정 직분에 있는 사람들로만 구성되는 대표 제도 자체에도 해당한다는 것을 앞서 강조하였다. 극우 어젠다가 시민사회의 호응을 받지 못하다는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신교에 대한 사회적 신뢰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이 문제는 훨씬 심각성을 띠고 있다. 이는 대표 제도의 결함을 의미할 뿐 아니라 그로부터 파생되는 권위주의의 온존 및 강화와도 직결되어 있다. 내부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없는 구조의 제약에 매인 교회가 사회적 소통 능력을 갖추고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미주>
1) "2025년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49.42%를 얻어 41.15%를 얻은 김문수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그러나 이준석 후보의 8.34%를 더하면 범보수와 범진보의 지지 규모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2022년 대선에서 범보수 대 범진보의 구도가 약 48.56% 대 50.02%였다면, 2025년 대선에서는 약 49.49% 대 50.4%로 나타난다. 비상계엄과 탄핵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사건을 통과했음에도 한국 사회의 정치적 균형추는 거의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조희연, “민주화 시대의 ‘성공의 그늘’을 직시하자,” <소셜코리아>(https://www.socialkorea.org), 2026.6.15.
2)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2025 주요 사회현안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조사 – 개신교인의 극우성향을 진단하다』, 서울: 도서출판연하, 2026), 33.
3) 최영준, “수면 위로 떠오른 극우: 한국 사회 극우의 현주소,” <한국리서치의 여론 속의 여론> 주간리포트, 제331-3호, 2025.5.28.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의 해당 설문 결과는 이를 그대로 적용한 결과이다.
4)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앞의 책, 46.
5) 최영준, 앞의 글;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앞의 책,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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