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미얀마 이주노동자 故아웅민우 추모예배] 자기 몸과 같이 여겼다면 - 레위기 19:34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26-07-18 17:04
조회
436
미얀마 이주노동자 故아웅민우 추모예배
7월 18일(토) 오후 3:30/천안 단국대학교병원 장례식장 6호실
주관: 한국교회인권센터, 아산이주노동자센터, 천안살림교회
제목: 자기 몸과 같이 여겼다면 / 본문: 레위기 19:34







도대체 무슨 말로 위로할 수 있을까요? “남편이 떠난 뒤 돌벽이 무너지고, 등불이 꺼진 듯 앞길이 깜깜해졌다. 어느 누구도 남편과 같은 일을 겪으면 안 된다.” 비보를 접하고 “하루하루 가슴이 미어지는” 고통을 겪다가 2주만에 겨우 한국 땅을 밟은, 아웅민우님의 부인 친마이마이님의 절규입니다. “회사가 안전시설을 충분히 설치했다면 남편은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에 공감할 수 있을 뿐, 지금 당장 어떤 말로 위로의 마음을 전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일터에서 성실하게 일했고, 신실한 믿음으로 선교사의 꿈을 꿨고, “15년 동안 완벽한 남편이었고 네 아이의 최고의 아빠”였던 아웅민우님이 이렇게 떠날 줄 알았겠습니까? 그 가족에게 도대체 믿어지겠습니까? 가족에게는 그야말로 맑고 푸른 하늘에서 치는 날벼락과 같은 소식이었을 것입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도 같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가족들의 그 아픔을 생각하면 더욱 부끄러워집니다. 여기 함께하고 있는 우리의 심정이 어떻습니까? 고통을 겪는 가족 앞에서 차마 말을 꺼내기 두렵지만, 언론에서 소식을 접했을 때 아마도 똑같은 탄식부터 했을 것입니다. 긴말도 아닙니다. 딱 한 마디 “또!”라고 했을 것입니다. 또 그런 일이 있을 거라는 걸 오래전부터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56년 전 1970년 11월 25일 노동자 전태일 추모예배 자리에서 김재준 목사님은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우리 기독교도들은 여기에 전태일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라, 한국 기독교의 나태와 안일과 위선을 애도하기 위해 모였다.” 그로부터 반세기도 넘은 시점인 오늘 우리도 다르지 않은 고백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매일 수없이 많은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죽어가고, 이주노동자들에게는 그 죽음의 위협이 더 가까이 있는 현실을 여전히 그대로 두고 있는 우리 사회 현실을 탄식할 수밖에 없고, 그 일원으로 모두 자책할 수밖에 없습니다.

거룩한 백성의 길을 제시하는 성경 레위기는 단호하게 선포합니다. “너의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레위 19:18) 이 말씀은 레위기의 한가운데 박힌 가장 값진 보석이요, 그리스도교 신앙의 정수입니다. 그 이웃은 동족의 범위로 한정되지 않습니다. “너희와 함께 사는 그 외국인 나그네를 너희의 본토인처럼 여기고, 그를 너희의 몸과 같이 사랑하여라.”(레위 19:34)

남들이 하지 않은 궂은 일을 맡아 하는 노동자들, 그 가운데서도 더 어려운 일을 감당하며 극한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이주 노동자들을, 그 사용자들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모두 자기 몸처럼 여긴다면 이런 비극이 반복될 수 있을까요? 아니, 자기 몸처럼 여기지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나와 같이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꿈을 간직한 사람으로 생각할 수만 있어도 이런 비극은 반복될 수 없습니다.

‘위로’ 예배로 모였지만, 돌이킬 수 없는 비극 앞에서 어떤 말로 위로해야 할지 여전히 그 적절한 말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야 이놈들아, 아웅민우를 살려내라!” 그렇게 외치며 함께 우는 마음으로 자리를 같이할 뿐입니다. 그나마 우리가 할 수 있다면, 그 억울함이 조금이라도 풀어질 수 있도록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마땅히 책임져야 할 사람과 당국에게 그 책임을 묻는 일에 함께할 따름입니다. 그것이 지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을 겪고 있는 가족에게 그나마 위로가 된다면 우리의 부끄러움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지 모르겠습니다.

아픔에 공감하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데 같이 목소리를 내주는 사람들이 있어 가족에게 위로가 된다면 그나마 우리의 부끄러움이 조금이라도 감해질 것입니다. 가족에게 뭐라 해야 할지 끝내 위로의 말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여기에 모인 우리의 다짐만 겨우 말할 수 있을 뿐입니다. 아웅민우님을 죽음으로 내몬 이들이 그 진상을 규명하고 마땅한 책임을 감당할 때까지, 더 이상 이런 비극이 벌어지지 않을 때까지 우리 모두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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