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연구

[성서의 맥 05] 자유를 향한 갈망과 자유로부터의 도피 - 출애굽 사건과 광야생활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9-05-08 21:58
조회
986
2019년 상반기 천안살림교회 수요 성서연구
2019년 4월 3일~7월 10일 매주 수요일 오후 7:00~8:30
최형묵 목사

<5> (5/8) 자유를 향한 갈망과 자유로부터의 도피 - 출애굽 사건과 광야생활

1. 출애굽 사건

성서의 정신세계를 형성한 결정적인 두 가지 사건, 하나는 출애굽 사건이요, 또 하나는 예수 사건이다. 출애굽기는 인간 삶의 실존적 정황을 그 어떤 이야기보다 극적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오늘 우리들에게 스스로의 삶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부여해 주고 있고, 그런 만큼 성서 가운데 가장 빛나는 책 가운데 하나이다.

2. 자유를 향한 갈망 - 이스라엘 신앙 형성의 뿌리, 출애굽

출애굽 사건은 이스라엘 공동체의 신앙의 원형을 형성시킨 가장 결정적 사건이라는 의미에서 ‘원사건’ 혹은 ‘근본적 사실’, ‘근원적 경험’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역사적 실체는 무엇일까?
① 정복설: 탈출한 무리가 주로 군사적 정복에 의해 가나안을 정복했다는 견해
② 이주설: 유목민 무리가 서서히 가나안 땅에 정착하게 되었다고 보는 견해
③ 사회혁명(과 재부족화)설: 사회적 하층민인 히브리들의 저항(탈출과 반란)으로 가나안 땅에 새로운 공동체를 세웠다는 견해.
사회혁명 가설에 입각해 볼 때 이집트에서 탈출한 무리는 이스라엘을 형성한 여러 집단들 가운데 하나의 집단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서에는 출애굽 사건을 중심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것은 출애굽 사건 경험의 강렬함의 반영이며, 그 경험이 이스라엘을 구성한 여러 집단의 공통의 경험으로 재해석된 결과이다.

* 본문의 배경 또는 내용에 관한 몇 가지 문제들
① 히브리인들의 이집트 거주와 강제 노역: 나일강 하류 고센 지역에 유민들 거주 허용 / 100여년 거주? 400여년 거주? / 람세스2세 시기(1301-1234? / 1290-1280?) - 람세스(라암셋)와 비돔 건설
② 모세라는 이름과 역사적 실존성: 이름 ‘모세’ - ‘건져내다’(‘마아샤’)는 후대의 히브리적 해석이고 본래 이 이름은 전형적인 이집트 이름 ‘...의 아들’ 또는 ‘...를 통해 태어난’ / 이집트에서 탈출한 무리의 지도자로 실존, 복합적인 면모를 갖춘 이스라엘 민족 지도자의 원형 ③ 모세의 소명과 하나님의 이름 야훼 / ‘나는 나다’: ‘스스로 있는 자, 스스로 그러한 자’ - ‘존재’이거나 ‘인식대상’이기를 거부하는 하나님 / 해방하는 하나님
④ 홍해: ‘얌숩’ - ‘갈대바다’(Reed Sea)/ ‘홍해바다’(Red Sea)
⑤ 만나와 메추라기: 자유에 대한 두려움 / 평등주의 이상

3. 자유로부터의 도피, 그러나 도달해야 할 자유 - 시내산 계약과 광야 생활

이집트에서 탈출한 히브리인들은 3개월만에 시내 광야에 도착하여 하나님과 계약을 맺는다. 그리고 이로부터 기나긴 광야생활이 이어진다. 이어지는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여호수아서에 이르기까지의 내용은 이 과정을 전하고 있다. 이 과정은 인간 실존의 여러 문제들을 함축적이고 극적으로 전하고 있다.

* 본문의 내용과 물음들
① 광야: 유혹과 시련이 장소이자 동시에 거듭나는 장소
② 산: 거룩한 곳, 신과 인간이 만나는 거룩한 장소 / 경계: 신과 인간의 경계, 성과 속의 경계, 중보자 * ‘시내’산? / 호렙산 / 하나님의 산
③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의 계약: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의 쌍무적 계약 / 절대타자일 수 없는 하나님 / 계약 상대자로서의 이스라엘 백성, 계약의 이행
* 고대 근동의 종주권조약과의 상관성과 차이: 종주권 조약에 대한 대안모형으로서의 계약(기존 국가간의 계약이 아니라 새 백성의 계약 / 一對多의 계약이 아니라 一對一의 계약)
④ 십계명(20:1-17): 1-3: 하나님과 인간(백성)과의 관계 / 5-7: 인간과 인간의 관계 / 8-10: 인간과 물질과의 관계 / 제4계명 안식일계명: 총체적 성격의 계명 (신명기 5: 12-16 // 출애굽기 31: 12절이하)
⑤ 계약법전(20:22-23:19): 법전의 등장은 사회제도가 갖추어져 간다는 것을 나타내지만, 그것은 거꾸로 사회적 위기에 대한 대응책. 계약법전의 등장은 가나안 정착 초기의 소위 정착화의 위기(불평등사회의 등장)에서 비롯됨(본문에서는 모세에 소급되는 것으로 전하고 있지만 초기 정착과 왕조성립의 중간 시대를 반영-국가나 왕 개념 없음).
성서의 법전들(계약법전/성법전/신명기법전)은 내용과 형식상 고대근동의 대표적 법전들(주전 3000여년경 수메르의 관습 / 주전 7세기의 함무라비 법전 / 그리고 후대의 로마법)과 유사한 면을 담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모방에 지나지 않은 것이 아니고 이스라엘의 고유한 사회적 상황과 의식(특히 출애굽이라는 해방의 사건이 기본 출발점)이 반영되어 있다. 예컨대 대개의 고대의 법전이 가난한 사람, 약한 사람에 대한 보호장치를 규정하고 있지만 사실 기존의 위계적 사회질서를 온존하는 범위 내에서의 장치라면, 성서의 법전은 기본적으로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 앞에서 한 형제라는 전제를 두고 있고 특별히 약한 사람들에 대한 보호를 시혜를 넘어서 하나님의 친권 행위라는 차원에서 강조하고 있다. 한마디로 ‘율법은 가난한 사람들의 권리’를 말한다.

4. 결론

출애굽의 여정은 단지 하나의 사실적 보도로서보다는 인간 삶의 실존을 가장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탁월한 서사시라 할 것이다. 출애굽의 여정은 억압 상황에서의 자유에 대한 열망을 그리지만, 어떤 것으로부터의 자유가 주어졌을 때 그로부터 나아가 어떤 것을 향한 자유를 이루는 데에는 끝없이 방황하는 인간 삶의 실존을 잘 그려주고 있다. 자유가 무엇으로부터의 자유를 뜻하는 것이지만 자유가 거기에 머무르고 무엇을 향한 자유에 이르지 못하면 결국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뜻한다고 에리히 프롬은 통찰한 바 있다. 출애굽기를 보면 탈출의 과정이 극적으로 두드러져 보이지만, 사실은 광야에서의 지루한 40년의 생활이야말로 인간 삶의 정황을 훨씬 깊이 있게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광야 40년 생활은 자유를 향해 간다는 백성이 자유로부터 도피하는 행각을 절절하게 표현해 주는 한편 자유를 이루기 위한 인간의 조건이 무엇인지 깊은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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