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그의 의미 - 마가복음 14:53~65 [이승철 교우 /유튜브]

작성자
살림교회
작성일
2025-09-21 15:58
조회
881
2025년 9월 21일(일) 오전 11:00 천안살림교회
제목: 그의 의미
본문: 마가복음 14:53~65
이승철 교우



2015년, 인류학자 르네 지라르(René Girard)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나는 그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 이후 우연히 읽은 칼럼을 통해 그의 사상을 접했고, 그가 복음과 만난 여정을 알게 되었다. 그는 원래 기독교인이 아니었지만, 인간 사회의 갈등 구조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결국 성경의 진실에 회심한 인물이다. 그의 핵심 주장은 이렇다.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모방하면서 살아가며, 이 모방 욕망이 충돌할 때 갈등이 격화된다. 그리고 공동체는 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희생양’을 설정한다. 힘없는 개인이나 소수가 폭력의 대상이 되고, 그 희생을 통해 공동체의 위기를 봉합하는 방식이다. 고대 사회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반복되는 메커니즘이다. 지라르에 따르면, 예수의 십자가는 이 오래된 희생양 메커니즘을 정면으로 깨뜨린 사건이다. 완전히 무죄한 분이 고의적으로, 공개적으로 희생당하셨고, 여기까지는 패턴이었으나, 마침내 그분은 죽음을 이기고 다시 살아나셨다. 이는 인류 역사상 단 한 번 일어난 근본적인 전환이며, 인간 폭력의 은폐 구조를 드러낸 결정적 사건이다. 그의 설명을 들으며, 나는 그동안 안갯속이었던, 나에게 있어 그의 의미가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느낌이 들었다. 성경은 이 진실을 분명히 증언한다.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로마서 8:1) “그리스도께서 다시 살아나신 일이 없으면 너희의 믿음도 헛되고, 너희가 여전히 죄 가운데 있을 것이요” (고린도전서 15:17) 예수의 부활이 실제가 아니라면, 기독교 신앙은 공허한 신화일 것이다.

그러나 부활이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라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2023년 9월 18일. 당시 대한민국 사회는 정치적으로 깊은 분열과 갈등 속에 있었다. 혐의를 받고있는 야당 대표가 19일째 단식 중이었고, 그를 향한 체포동의안 가결 소식까지 전해지며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누군가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했으며, 또 누군가는 “법 앞의 평등”을 주장했다. 비난과 옹호가 얽히고설킨 그 시국 속에서, 나는 마가복음 14장이 생각났다. 예수께서 체포되어 대제사장과 산헤드린 앞에서 신문을 받으시는 장면이다. 익숙한 구절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유달리 본문이 너무나 현재 상황과 겹쳐져 보였다 갑자기 그 장면이 박제된 종교적 묘사가 아니라,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임을. 예수는 말없이 서 계셨고, 거짓 증언들이 난무했으며, 결국은 스스로 “나는 그니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대제사장의 외침—“그가 신성모독을 하였다!”

나는 알았다. “아! 이건 실제로 있었던 일이구나.” 이건 단지 신학적 기록이 아니라, 정말 ‘있었던 일’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 안에서, 2천년 전, 근동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 사실에 몸이 반응했다. 등에 전율이 흘렀고, 눈물이 차올랐다. 펑펑 울지는 않았지만, 터져 나오는 무엇이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아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게 진짜 있었던 일이구나!” 아내는 잠시 후 이렇게 답했다. “아니, 신앙 고백을 카톡으로 듣게 되다니?” 그날 밤, 나는 내 인생이 바뀌고 있다고 생각했다. 십자가와 부활이 나와 무관한 ‘종교적 상징’이 아니라, 지금의 나와 연결된 ‘현실적 사건’이라는 사실. 그건 모든 것을 뒤흔드는 진실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하지만, 다음 날 나는 놀랍게도 평온했고 평소처럼 출근했고 퇴근했고 저녁을 먹고 잠을 잤다. 거대한 진리를 마주했지만, 내 삶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마음속에서 울리던 전율은 서서히 가라앉았고 나는 다시 일상의 리듬으로 돌아왔다. ‘이 다음엔 뭐지?’ ‘이제는 실천의 문제인가?’ ‘노력을 해야 하는건가?’ ‘이제 의지의 영역인가?’ 모르는 부분은 제외하자. 내가 분명히 아는 건 이것이다. 십자가와 부활은 단순한 교리나 상징이 아니다. 그것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그리고 나는 그 실재 앞에서, 여전히 부족한 마음으로 한참을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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