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꿈은 제재하지 못한다 - 에스겔 37:16~17; 요엘 2:28~29[4.27 평화의 인간띠잇기]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9-04-27 22:23
조회
17323
2019년 4월 27일(토) 오후 1:00 화천 평화의 댐 4ㆍ27 인간띠잇기 연합기도회
제목: 꿈은 제재하지 못한다
본문: 에스겔 37:16~17; 요엘 2:28~29



원래 제목은 “꿈은 가두지 못한다”였습니다. 분단의 철책을 거침없이 넘었던 꿈의 사람 문익환 목사의 한 설교 제목입니다. 그런데 오늘 대북제재의 현실을 떠올리며 “꿈은 제재하지 못한다”로 바꿨습니다.
“꿈을 비는 마음” “잠꼬대 아닌 잠꼬대”에서 노래했고, 온 몸으로 그 꿈을 살았던 문익환 목사님의 발자취를, 방북 30주년이 되는 해, 그리고 오늘 4.27 1주년 기념이 되는 날 다시 되새겨보고 싶었습니다. 그 시 두 편만 그냥 읊어도 할애된 시간을 훌쩍 넘기겠기에, 다들 마음속에 간직한 그 내용을 환기하는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우리는 지금 간절한 마음으로 꿈을 이루고자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의 꿈, 우리의 간절한 염원을 누가 가로막겠습니까? 감히 누가 제재한단 말입니까? 우리는 수 천년 지속된 꿈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에스겔의 말씀은 갈라졌던 민족이 하나되리라는 간절한 소망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단지 어떤 체제의 통합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백성의 하나됨, 민의 하나됨을 말합니다.
예언자 요엘은 다시 선포합니다. 주의 영이 함께 하면, 아들딸이 예언을 하고 노인들이 꿈을 꾸며 젊은이들이 환상을 볼 것이라 합니다. 남녀귀천 할 것 없이, 희망을 바라보고 예언을 하며 마침내 꿈을 이루게 될 것이라 합니다.
한참 뒤 사도행전의 저자 누가는 베드로의 선포를 통해 그 희망의 말씀이 마침내 실현되었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사도 2:17~18). 두 예언자가 선포한 시점부터 말하면 대략 500년 쯤 지났을까요? 그리고 그로부터 2000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계속해서 같은 꿈을 꾸고 있습니다. 갈라진 모든 사람들이 하나되고 인류가 평화를 이루는 꿈입니다.

꿈을 이루는 데는 그 정도의 호흡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것은 꿈이 실현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부단히 꿈을 부여잡고 나아갈 때 비로소 그 꿈이 실현된다는 것을 말합니다. 내버려둬도 이뤄질 것을 꿈이라 하지 않고 환상이라 하지 않으며, 그걸 말하는 것을 예언이라 하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실현불가능해 보이지만, 마땅히 이뤄져야 할 어떤 것을 보는 것을 환상이라 하며, 그걸 말하는 것을 예언이라 하며, 그것이 바로 꿈입니다. 꿈은 우리의 비전이며 의지입니다. 우리는 그 ‘징글징글한’ 꿈을 꾸는 사람들입니다.
그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 도둑같이 온다는 것은 아무 때나 예고 없이 온다는 것을 말하지 않습니다. 이미 꿈을 꾸는 순간부터 그 꿈이 이루어졌다고 믿고 나아가는 믿음 안에서 어느 순간 그 꿈이 실현되어 있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는 지금 남과 북이 하나되기를 바라는 꿈을 안고 이 자리에 함께 했습니다. 왜 하나 되기를 원할까요? 원치 않게 갈라졌기 때문입니다. 갈라진 그 현실 때문에 너무나 많은 피를 흘렸고 끊임없이 서로를 적대시하는 가운데 스스로를 각기 소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과 생각을 왜곡시키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실현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의롭지 못하고 평화롭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나가 되면 어떻게 될까요? 원치 않게 갈라진 자매형제들이 만나 사랑을 나눌 수 있습니다. 전쟁으로, 끊임없이 지속된 대결로 안고 있는 피의 상처를, 아직도 아픈 상처를 치유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과 생각이 뒤틀리지 않고 바르게 펼쳐질 수 있습니다. ‘빨갱이’니 ‘반동분자’니 비인간 취급하는 일이 없어지고 누구나 서로를 존중하며 진정으로 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마지막 남은 제국주의 시대의 유물, 냉전시대의 유물을 철거함으로써, 우리만의 평화가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이루고, 따라서 세계의 평화를 이루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남북을 가로막고 있는 철조망을 걷어치우는 것은 그렇게 숭고한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30년 전 분단의 장벽, 그 철책을 넘었던 문익환 목사의 꿈을 우리는 늘 새겨왔습니다. “통일은 다 됐어!” 그 꿈이 이제 정말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는 때에 이르렀습니다. 아직 난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 민이 우리 땅에서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발걸음을 떼는 걸 누가 방해하겠습니까?
문익환 목사님보다 앞선 선각자인 송창근 목사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벽도 밀면 길이 된다.”
하물며 원래 하나였던 것을 다시 하나로 하는데, 산줄기 물줄기가 이미 통해 있고, 새들이 자유롭게 날고, 들짐승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땅, 그 땅 위에 사는 사람들이, 오랜 역사를 공유하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형제자매로 가족으로 연결된 사람들이 자유롭게 살겠다는 데 뭐가 문제입니까?

오늘 남과 북이 하나되도록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가운데 우리의 힘을 모읍시다. 그 가운데 하나님께서 영으로 함께 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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