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악인의 심판과 의인의 회복 - 시편 58:1~7[이석기 전 의원 석방 촉구 기도회]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20-08-13 23:51
조회
3065
2020년 8월 13일(목) 오후 4시 청와대앞 광장 / 이석기 전 의원 석방 촉구를 위한 기도회
제목: 악인의 심판과 의인의 회복
본문: 시편 58:1~7
최형묵(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교회와사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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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말씀을 준비하는 중 시계를 거꾸로 돌려봤습니다. 2014년 12월 19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아는 대로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을 한 날입니다. 그 시점에 이미 이석기 전 의원은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이뤄지기도 전이었는데, 헌법재판소가 서둘러 판결한 날이었습니다. 그 즈음 어떤 생각으로 그 사태를 바라봤을까 스스로의 입장을 환기해보고 싶었습니다.
돌이켜보니 그 때 기장총회 교회와사회위원회에서는 발 빠르게 입장을 천명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바로 당일 발표된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결정, 헌정질서 파괴에 대한 한국기독교장로회 교회와사회위원회 성명”이었습니다. 당시 위원장 김경호, 서기 최형묵 이름이 명기된 성명서였습니다. 그 성명의 한 대목입니다.
“이번 사건이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이라는 헌정질서 파괴행위로 박근혜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궁지에 몰린 시점에서 시작되었다는 점과 최종 선고 시점 또한 ‘비선 실세의 정치개입’이라는 국기문란 행위로 집권 이후 최악의 상황에 놓인 시점이라는 점에서 ‘정권 보위용 판결’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헌재의 결정으로 우리 사회는 다양성과 관용을 잃어버린 전체주의 사회로 퇴보할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또한 정당과 시민단체 등 정치적 반대 입장을 가진 인사와 세력의 견제와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공포정치, 사실상의 독재시대로 되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뿐만 아니라, 개인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마저 심각하게 위축됨으로 사회 전 영역에 걸쳐 심각한 갈등과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그 때 성명의 머리에 인용한 말씀이 오늘 시편의 말씀입니다. 그리고 다시 확인해보니, 12월 21일(일) 대림절 마지막 주일에 이 본문말씀을 교회의 주일 말씀에서 누가복음의 마리아 찬가와 더불어 나눴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의가 이 땅에 이뤄지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어둠이 깊을수록 아침이 다가오는 진실을 새삼 그 말씀의 의미를 새겼습니다.
이후 이석기 의원은 대법원 최종 판결에서 내란 음모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유죄선고를 받아 오늘에 이르기까지 복역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을 필두로 삼권분립의 헌정을 문란시켰던 자들은 역사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중 청와대와 사법부가 협조한 사례의 첫 번째 목록에 오른 것이 바로 이 사건 아닙니까? 당대의 권력이 불온한 정치적 의도로 억지로 꿰어 맞추어 사건을 만들어 제거해야 정치세력을 겨냥한 사건이었습니다. 이로부터 시작하여 헌정문란을 일삼았던 자들은 촛불항쟁으로 심판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분명히 말했고,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외쳤던 엄중한 경고를 무시한 탓이었습니다.
우리는 마땅히 이석기 전 의원이 석방될 수 있으리라 기대했고, 당시 정략적 공격의 희생물이 된 이들의 명예가 회복되리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촛불항쟁으로 등장한 문재인 정부 3년이 지나도록 그 기대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적폐청산을 하겠다는 진정성이 의심스럽습니다. 범죄를 일으킨 자들은 법의 심판을 받았는데, 그들의 범죄로 피해를 겪은 이들은 구제를 받지 못한 상황입니다. 피해자의 완전한 회복이 이뤄질 때 과거의 과오와 적폐가 청산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 안타까운 상황에 대해 양심의 자유와 정치적 자유를 바라는 국내외 많은 양심적 인사들과 국제기구 및 교회들이 이석기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고 한국 정부의 책임있는 태도를 촉구했습니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그리고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도 여러 차례 관심을 표하고 탄원했습니다. 놀랍게도 정부는 마치 모른다는 듯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 사이 가족들은 더욱 극심한 고통의 상황에 처했습니다. 이미 오래 전에 넷째 누나가 돌아가셨고, 어머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이 사건 이후 그 억울한 사정을 1000일 넘게 이곳에서 호소했던 셋째 누나가 지금 중병으로 사경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럴 수는 없습니다! 정말로 지난 적폐를 청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그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 적폐로 고통을 겪는 이들의 신원을 들어주는 것이야말로 적폐청산의 완성임을, 진정한 회복의 정의를 이루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 시편 본문말씀은 이렇게 결론을 맺고 있습니다. “의로운 사람이 악인이 당하는 보복을 목격하고 기뻐하게 하시며, 악인의 피로 그 발을 씻게 해주십시오. 그래서 사람들이 ‘과연, 의인이 상을 받는구나! 과연, 이 땅을 심판하시는 하나님은 살아 계시는구나!’ 하고 말하게 해주십시오.”
너무 증오감이 서려 있는 것일까요? 악행에 대한 분노와 증오는 탓할 일이 아닙니다. 중요한 진실은 하나님의 의가 이 땅에 이뤄지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데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그 진실을 믿고 이 자리에서 호소합니다. 이석기 전 의원이 석방되고 사면되어, 그 누구도 자신의 양심 때문에, 자신의 정치적 소신 때문에 자유를 빼앗기는 사회가 되지 않기를 우리는 바라고 믿습니다. 더 이상 지체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과연, 이 땅을 심판하시는 하나님은 살아 계시는구나!” 우리 모두가 그 기쁨을 노래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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