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연구

[바울서신 읽기 57] 어떤 경우든 주님을 위하여 - 고린도전서 7:32~40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5-06-10 22:06
조회
1404
천안살림교회 2015년 수요 성서연구

바울서신(고린도전서) 읽기 / 매주 수요일 저녁 7:30

2015년 6월 10일 / 최형묵 목사


제57강 어떤 경우든 주님을 위하여 - 고린도전서 7:32~40



1. 조건에 상관없이 - 7:32~35


바울은 남녀간의 관계를 두고 아직도 해야 할 말이 많다. 그것은 아마도 고린도교회 안에서 그에 대한 여러 견해들이 많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앞의 내용을 환기해볼 때, 한편으로는 통념상 문란하게 보이는 남녀관계도 있었던 것 같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와 상반되는 금욕주의적 권면 또한 있었던 것 같다. 바울은 그 양 편의 입장을 동시에 생각하며 신중히 재차 남녀관계에 대해 말한다.

우선 바울은 어떤 의미에서든 염려 없이 살기를 바란다는 것을 강조한다(32절). 이 말은 바로 앞의 내용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결혼이 삶의 중대사이고, 사업이 역시 중대사인 사람들에게 이 세상의 모습이 장차 사라져버린다(31절)는 이야기는 큰 염려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바울은 염려 없이 살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를 통해 현존하는 세상의 모습이 사라져 버리는 것은 삶의 상실이 아니라 다른 차원의 삶의 상승을 뜻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어쩌면 앞에서 말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으로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반복이라기보다는 약간의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가 있다. 32절 이하 결혼하지 않은 남녀가 주님을 기쁘게 하는 데 마음 쓰는 반면, 결혼한 남녀는 각기 그 상대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하여 마음 쓴다는 것은, 단순히 결혼하는 것이 잘못되었고 결혼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바울은 어떤 경우든 어딘가에 매여 염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 뭔가 의무감으로 주님을 기쁘게 해드리려고 마음 쓰는 상태이든, 결혼한 사람들이 마음이 분산되어 있는 상태는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어떤 경우이든 당당하게 헛갈림 없이 오직 주님을 섬기는 마음이 중요하다. 결혼 여부에 상관없이, 현실조건에 상관없이 주님을 섬길 수 있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바울은 강조하고 있다.


2. 허용된다고 해서 - 7:36~40


그래도 바울은 내심 권장하고 싶은 것이 있다. 가급적 결혼하지 않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이다. 물론 결혼하는 것이 죄가 되거나 잘못된 것은 결코 아니다. 바울은 약혼한 경우를 들어 결혼해야 할 사정이면 결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말한다. 그것을 두고 새삼스럽게 죄를 짓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아마도 금욕주의적 입장에서 결혼 자체를 금지한 견해를 염두에 둔 탓일 것이다. 그러나 약혼자가 있더라도 약혼자에게 양해가 되고, 스스로도 성적 욕망을 제어할 수 있으면 결혼하지 않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단적으로 말해 결혼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 아니지만 결혼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 바울의 속내이다.

남편과 사별한 여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사별 후 결혼은 거리낌없는 일이다. 바울은 이 경우 믿는 사람과 결혼하라고 권한다. 그러나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혼자 지낼 수 있으면 혼자 지내는 것이 더 좋다고 말한다. 허용된다고 해서 꼭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바울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결혼을 부담스럽게 여긴 것 같다.

이 주장을 하면서 새삼 하나님의 영을 받았다고 말하는 것은, 다른 주장을 하는 이들이 영의 감화를 내세우는 것을 의식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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