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평화기행을 다녀와서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8-03-16 19:31
조회
107
<제주 4.3>
“ ‘제주4.3’은 해방이후 일그러진 우리 현대사 속에서 벌어진 민간인 희생사건 가운데 최대규모의 사건으로서, 정부의 진상조사위원회에 신고된 희생자 수자만도 14,373명에 이르는 참혹한 반생명ㆍ반인권의 사건입니다. 당시 희생자 수는 실제로 25,000~30,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이 규모는 당시 제주 인구 27만명 가운데 10%를 넘어서는 비율입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 것은 해방직후 제주도의 특수한 상황, 그리고 미군정 주도하의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 시도가 그 배경이 되었습니다. 일제 말기 미군의 진주를 막기 위해 일본군은 제주도에 6만명의 병력을 주둔시켜 전략적 기지로 삼았는데, 패전 후 그 군대가 철수하였고 대신에 외지에 나가 있던 제주도민 6만여 명이 귀환하면서 제주도에는 급격한 인구변동이 있었습니다. 해방직후 불안한 상황과 소요사태는 어디서나 마찬가지였지만, 급격한 인구변동과 동시에 실직난, 생필품 부족, 흉년 등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친 제주도에서의 불안정한 상황은 심각하였고, 그 분위기 가운데서 1947년 3월 1일 발포사건이 발생하여 민심이 악화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무자비한 진압작전이 펼쳐졌고, 결국 1948년 4월 3일 제주도민은 자구적 차원에서 본격적인 항쟁을 벌이면서 남한만의 단독 정부 수립에 저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항쟁을 남로당의 소행으로 간주한 미군정은 군경을 동원해 무차별 학살을 감행하였고, 그로부터 1954년 9월 사태가 종결될 때까지 무려 7년여 동안 비극적인 사태는 지속되었습니다.
이 사태는 단순히 한국의 고립된 한 섬에서 일어난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그 사건은 한국 현대사에서 지을 수 없는 중대한 사건이었을 뿐 아니라 세계사적 차원에서 막 시작된 냉전체제의 비극성을 단적으로 드러내 준 사건이었습니다. 그 사건은 2차 대전 이후 미군의 지휘 아래 자행된 동아시아 민중학살의 ‘원점’이요, ‘원형’이라고 학자들은 입을 모읍니다. 냉전체제가 형성되는 바로 그 기점에, 바로 그 체제에 저항했던 사람들과 무고한 민간인들을 희생시켰다는 점에서 민중학살의 ‘원점’이요 ‘원형’인 것입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2000년 1월 12일 “제주 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을 공포하여,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역사를 바로잡고자 하였습니다. 2003년에는 대통령이 나서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사과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절차였으며, 어떠한 경우라도 무고한 생명이 권력에 의해 희생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지의 천명이었습니다.”


<4.3평화기행단 대표 기도문>
“오늘 우리는 평화의 섬 제주에 왔습니다. 평화의 섬, 그 이름만큼 평화롭고 아름답습니다. 사는 사람들 또한 평화롭고 아름답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마음의 평화를 누리고 새로운 힘을 얻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땅을 평화의 섬이라 부르기에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진 비극적 사건을 기억합니다. 그 사건을 기억할 때 우리는 그저 천진난만하게 이 땅을 평화의 섬이라 부르기에 주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948년 4월 3일, 아니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에 이르기까지 숱한 사람들이 절규하며 쓰러져갔던 참극이 벌어졌습니다.
독립된 자주국가 안에서 평화롭게 삶을 누리고자 했던 사람들의 외침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비극을 초래할 일은 아니었습니다. 외세의 지배를 물리치고 하나된 조국 안에서 평화로운 삶을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당당한 외침이었을 뿐입니다. 마땅한 외침이었습니다. 비극은 그 외침을 두려워하는 자들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막 시작된 냉전체제의 당사자인 미국과 그 체제에 편승하여 분단국가 안에서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고자 했던 이들이 그 외침을 두려워하였고, 마침내 무자비한 폭력으로 그 당당한 목소리를 틀어막고 이루 말할 수 없이 숱한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그 처참한 비극으로 인한 상처와 고통은 아직도 온전히 치유되지 않았습니다. 그 비극의 사건을 기억하고자 하는 기념일의 제정으로, 한 차례의 사과로 그 비극적 사건으로 인한 상처와 고통이 온전히 치유될 수 없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체제와 이념의 대결이 낳은 참극을 낡은 시대의 유물로 돌리고 진정한 평화를 이룰 때, 한라에서 백두에 이르기까지 진정한 평화의 바람이 넘실거릴 때, 그 가운데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정겨운 살붙이와 이웃들, 그들과 더불어 사소한 일상의 삶을 기쁨으로 만끽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치유가 이뤄질 줄을, 우리는 압니다. 우리가 그 치유와 화해의 여정에 함께 하기를 원합니다.
있어서는 안 되었던 비극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가 이 땅을 평화의 섬이라 부를 수 있는 까닭은, 바로 이 땅에서 진정한 치유와 화해가 이뤄지기를 바라는 염원이 간절하고, 바로 그 치유와 화해의 역사가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진정한 평화의 희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의 의미를 새기는 사순절 절기의 한 가운데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사람들에게 단지 사랑의 삶을 펼치셨고, 모든 사람이 진정으로 삶다운 삶을 누리도록 그 본을 보여 주신 그 사실 때문에 고난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마침내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시기까지 고난을 겪으셨을 때, 사랑을 펼쳤던 그 분의 삶을 두려워하였던 세상 권세의 사악함을 오히려 만천하에 드러내셨습니다. 사람들이 그 진실을 깨닫고 더 이상 죄의 권세에 매이지 않게 되었을 때 진정한 구원의 역사가 시작되었고, 부활의 역사가 이뤄졌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 땅의 고난이, 그 진실을 깨우친 모두에게 구원의 역사, 부활의 역사로 이끄는 길이 되리라 믿습니다. 오늘 우리가 제주 4.3을 다시금 기억하고 그 뜻을 새기는 가운데, 그 진실을 깨우치고, 마침내 죽음을 딛고 일어선 부활의 사건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나님, 우리를 인도하여 주십시오.
죽음을 딛고 일어서 모든 사람을 구원의 길로 인도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 2018년 3월 14~15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4.3평화기행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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