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성리학적 세계관과 여성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25-03-12 22:06
조회
240
2025년 상반기 천안살림교회 수요 인문강좌
퐁당퐁당 역사와 공론장의 영화×철학 – 한국 여성고전 페미니즘 1: 예비강좌
2025.3.12.(수) 오후 7:00시 / 최형묵 목사
조선의 성리학적 세계관과 여성
1-1. 유교문화권에서는 오래전부터 성(性) 담론이 금기시되어 왔을 뿐 아니라 엄격한 남녀유별 또한 오래된 것처럼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오늘날 이해하고 있는 유교적 성 관념과 질서는 대체로 중국 송대(宋代)에 주자학 또는 성리학이 등장한 이후 형성되었다.
1-2. 조선의 경우 전기와 후기의 양상이 다르다. 전기에는 남귀여가(男歸女家)의 혼인풍속, 여자의 제사 상속과 재산 상속 등이 있었으나 후기에는 그 양상이 달라진다.
1-3. 이는 성리학적 질서가 자리하기 이전에는 가부장제가 확고하지 않았고 여성의 지위가 더 높았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이전이나 이후나 음양의 원리에 의거한 가부장제에서 벗어나 있지 않으며, 다만 국가와 가족의 관계에 대한 사고 변화에 따라 그 양상이 달라졌을 뿐이다.
2-1. 유교문화권의 세계관은 대체로 효를 기초로 한 가족윤리에 더해 사회윤리를 결합하고, 12세기 이후에는 우주론과 형이상학이 더해지면서 형성되었다.
2-2. 유교문화권에서는 대체로 생애주기가 자신에 의해 전적으로 결정되기보다는 가족단위에 따라 결정된다.
3-1. 유교 가족윤리는 음양에 의거한 성역할론에 근거한다. 따라서 그 가족윤리는 음과 양에 부여된 상징체계들에 의해 가족 내에서 여성과 남성의 역할을 규정짓는다. 한대(漢代)의 유학이 음양의 상징체계에 따른 윤리관을 형성한 데서 나아가 송대의 성리학은 여기에 이기(理氣)론을 결합하면서 더욱 정교한 윤리관을 형성하게 된다. 한대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 삼강오륜(三綱五倫: 君爲臣綱, 父爲子綱, 夫爲婦綱 + 父子有親, 君臣有義, 夫婦有別, 長幼有序, 朋友有信)은 그 윤리관의 요체로 여겨진다.
3-2. 한대와 송대의 차이는 국가와 가족간의 관계, 곧 충효(忠孝)에 대한 이해의 차이에서 드러난다. 한대의 관심은 유교적 이념으로 국가를 정비하는 데 있었기에 충(忠)이 강조되고 이를 설명하기 위한 전제로서 효(孝)가 동원되었다. 반면 송대에는 국가 통치철학보다는 유교적 가치를 내면하는 데 관심이 기울어졌고 교화의 단위가 국가보다는 향촌사회로 전환되면서 충(忠)보다는 효(孝)를 중심적 가치로 삼는다. 여기서 관혼상제를 중심으로 하는 의례가 중요시된다. 이는 가족 단위의 소농 경영이 가능해진 조건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3-3. 국가가 가족에게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는 조건에서는 정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가족간의 관계가 달라질 수도 있어 가족 내에서 여성의 지위가 변경될 가능성이 있었지만, 가족이 중요시되는 질서 안에서는 가족 내에서 여성의 지위가 변경될 가능성이 낮아졌다. ‘열녀’(烈女)는 살아도 죽어도 가족 질서 안에 있어야 한다는 관념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3-4. 그 확고한 가족질서 안에서 정절이 여성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된다. 이는 남성에게 여러 사회적 역할이 주어지고 그에 따른 덕성이 요구된 것과는 전혀 다른 점이다. 여성에게는 오로지 가족질서 안에서의 역할과 덕성이 요구된 것이다. “부인에게는 다른 일이 없다. 오직 정절과 믿음으로 절도를 삼을 뿐이다. 한번 바름을 잃게 되면 다른 것은 볼 것이 없게 된다. 남자가 미혹에 빠진다면 실로 잘못된 것이 없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朱熹). “남자에게는 여러 가지 행위가 있으니 공과(功過)가 서로 상쇄될 수 있다. 그러나 부인은 오직 정절과 믿음으로 절도를 삼을 따름이다”(鄭氏 해설).
3-5. 성욕을 표현하는 데도 남자와 여자 사이에 그 차별이 있었다. 성을 나타내는 ‘색’(色)은 가치 평가를 전제하지 않지만, 또 다른 표현으로 ‘음’(淫)은 이미 부정적인 가치 평가를 전제로 한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성욕은 색욕으로 표현되지만, 남성에 대한 여성의 욕망의 표출은 음란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4. “유교문화 속에서 생활하는 여성은 일생 자신의 정체성을 자신의 존재에서 찾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몸을 의탁하고 있는 남성에게서 찾아야 한다. 여기에서 여성의 존재적 단절이 이루어지게 된다. 딸일 때는 아버지에게, 결혼해서는 남편에게, 노후에는 아들에게서 자신의 존재확인을 받아야 하는 체계에서 여성이 주체적으로 자기 자신을 정초지을 수 있는 원리가 존재할 리 만무하다. 이것이 유교문화에서 말하는 삼종지도(三從之道)의 원리다”(김미영, 『유교문화와 여성』, 68-69).
5-1. 전통적인 유교적 가족 관념은 오늘날에도 상당 부분 살아 있다. 호주제와 여성 종중원 자격에 대한 논란이 불과 얼마 전까지 지속된 것도 그 때문이다. 일상적 가족 관념과 관습을 포함하면 그 영향의 범위는 훨씬 넓을 것이다.
5-2. 사상과 세계관은 역사적 맥락에서 형성된다. 그 점에서 기존의 유교적 가족관과 여성관 역시 상대화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2025년 상반기 천안살림교회 수요 인문강좌
퐁당퐁당 역사와 공론장의 영화×철학 – 한국 여성고전 페미니즘
◆3.12 예비강좌 / 주제: “조선의 성리학적 세계관과 여성” / 최형묵
◇3.19 [영화] 박남옥, <미망인>(1955)
◇3.26 [철학] 소현왕후/황진이, 15~16세기 여성고전
◇4.02 [영화] 홍은원, <여판사>(1962)
◇4.09 [철학] 조애중/곽청창, 17~18세기 전반 여성고전
◆4.16 특별강좌 1. 주제: ‘집’으로 살펴본 ‘천국’의 사회학적 이해 / 김규희
◆4.23 특별강좌 2. 주제: ‘공동체’로 살펴본 ‘교회’의 사회학적 이해 / 김규희
◇4.30 [영화] 최은희, <민며느리>(1965)
◇5.14 [철학] 임윤지당/이빙허각, 18세기 후반 여성고전
◇5.21 [영화] 이미례, <수렁에서 건진 내 딸>(1984)
◇5.28 [철학] 김금원/진채선, 19세기 여성고전
퐁당퐁당 역사와 공론장의 영화×철학 – 한국 여성고전 페미니즘 1: 예비강좌
2025.3.12.(수) 오후 7:00시 / 최형묵 목사
조선의 성리학적 세계관과 여성
1-1. 유교문화권에서는 오래전부터 성(性) 담론이 금기시되어 왔을 뿐 아니라 엄격한 남녀유별 또한 오래된 것처럼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오늘날 이해하고 있는 유교적 성 관념과 질서는 대체로 중국 송대(宋代)에 주자학 또는 성리학이 등장한 이후 형성되었다.
1-2. 조선의 경우 전기와 후기의 양상이 다르다. 전기에는 남귀여가(男歸女家)의 혼인풍속, 여자의 제사 상속과 재산 상속 등이 있었으나 후기에는 그 양상이 달라진다.
1-3. 이는 성리학적 질서가 자리하기 이전에는 가부장제가 확고하지 않았고 여성의 지위가 더 높았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이전이나 이후나 음양의 원리에 의거한 가부장제에서 벗어나 있지 않으며, 다만 국가와 가족의 관계에 대한 사고 변화에 따라 그 양상이 달라졌을 뿐이다.
2-1. 유교문화권의 세계관은 대체로 효를 기초로 한 가족윤리에 더해 사회윤리를 결합하고, 12세기 이후에는 우주론과 형이상학이 더해지면서 형성되었다.
2-2. 유교문화권에서는 대체로 생애주기가 자신에 의해 전적으로 결정되기보다는 가족단위에 따라 결정된다.
3-1. 유교 가족윤리는 음양에 의거한 성역할론에 근거한다. 따라서 그 가족윤리는 음과 양에 부여된 상징체계들에 의해 가족 내에서 여성과 남성의 역할을 규정짓는다. 한대(漢代)의 유학이 음양의 상징체계에 따른 윤리관을 형성한 데서 나아가 송대의 성리학은 여기에 이기(理氣)론을 결합하면서 더욱 정교한 윤리관을 형성하게 된다. 한대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 삼강오륜(三綱五倫: 君爲臣綱, 父爲子綱, 夫爲婦綱 + 父子有親, 君臣有義, 夫婦有別, 長幼有序, 朋友有信)은 그 윤리관의 요체로 여겨진다.
3-2. 한대와 송대의 차이는 국가와 가족간의 관계, 곧 충효(忠孝)에 대한 이해의 차이에서 드러난다. 한대의 관심은 유교적 이념으로 국가를 정비하는 데 있었기에 충(忠)이 강조되고 이를 설명하기 위한 전제로서 효(孝)가 동원되었다. 반면 송대에는 국가 통치철학보다는 유교적 가치를 내면하는 데 관심이 기울어졌고 교화의 단위가 국가보다는 향촌사회로 전환되면서 충(忠)보다는 효(孝)를 중심적 가치로 삼는다. 여기서 관혼상제를 중심으로 하는 의례가 중요시된다. 이는 가족 단위의 소농 경영이 가능해진 조건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3-3. 국가가 가족에게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는 조건에서는 정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가족간의 관계가 달라질 수도 있어 가족 내에서 여성의 지위가 변경될 가능성이 있었지만, 가족이 중요시되는 질서 안에서는 가족 내에서 여성의 지위가 변경될 가능성이 낮아졌다. ‘열녀’(烈女)는 살아도 죽어도 가족 질서 안에 있어야 한다는 관념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3-4. 그 확고한 가족질서 안에서 정절이 여성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된다. 이는 남성에게 여러 사회적 역할이 주어지고 그에 따른 덕성이 요구된 것과는 전혀 다른 점이다. 여성에게는 오로지 가족질서 안에서의 역할과 덕성이 요구된 것이다. “부인에게는 다른 일이 없다. 오직 정절과 믿음으로 절도를 삼을 뿐이다. 한번 바름을 잃게 되면 다른 것은 볼 것이 없게 된다. 남자가 미혹에 빠진다면 실로 잘못된 것이 없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朱熹). “남자에게는 여러 가지 행위가 있으니 공과(功過)가 서로 상쇄될 수 있다. 그러나 부인은 오직 정절과 믿음으로 절도를 삼을 따름이다”(鄭氏 해설).
3-5. 성욕을 표현하는 데도 남자와 여자 사이에 그 차별이 있었다. 성을 나타내는 ‘색’(色)은 가치 평가를 전제하지 않지만, 또 다른 표현으로 ‘음’(淫)은 이미 부정적인 가치 평가를 전제로 한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성욕은 색욕으로 표현되지만, 남성에 대한 여성의 욕망의 표출은 음란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4. “유교문화 속에서 생활하는 여성은 일생 자신의 정체성을 자신의 존재에서 찾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몸을 의탁하고 있는 남성에게서 찾아야 한다. 여기에서 여성의 존재적 단절이 이루어지게 된다. 딸일 때는 아버지에게, 결혼해서는 남편에게, 노후에는 아들에게서 자신의 존재확인을 받아야 하는 체계에서 여성이 주체적으로 자기 자신을 정초지을 수 있는 원리가 존재할 리 만무하다. 이것이 유교문화에서 말하는 삼종지도(三從之道)의 원리다”(김미영, 『유교문화와 여성』, 68-69).
5-1. 전통적인 유교적 가족 관념은 오늘날에도 상당 부분 살아 있다. 호주제와 여성 종중원 자격에 대한 논란이 불과 얼마 전까지 지속된 것도 그 때문이다. 일상적 가족 관념과 관습을 포함하면 그 영향의 범위는 훨씬 넓을 것이다.
5-2. 사상과 세계관은 역사적 맥락에서 형성된다. 그 점에서 기존의 유교적 가족관과 여성관 역시 상대화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2025년 상반기 천안살림교회 수요 인문강좌
퐁당퐁당 역사와 공론장의 영화×철학 – 한국 여성고전 페미니즘
◆3.12 예비강좌 / 주제: “조선의 성리학적 세계관과 여성” / 최형묵
◇3.19 [영화] 박남옥, <미망인>(1955)
◇3.26 [철학] 소현왕후/황진이, 15~16세기 여성고전
◇4.02 [영화] 홍은원, <여판사>(1962)
◇4.09 [철학] 조애중/곽청창, 17~18세기 전반 여성고전
◆4.16 특별강좌 1. 주제: ‘집’으로 살펴본 ‘천국’의 사회학적 이해 / 김규희
◆4.23 특별강좌 2. 주제: ‘공동체’로 살펴본 ‘교회’의 사회학적 이해 / 김규희
◇4.30 [영화] 최은희, <민며느리>(1965)
◇5.14 [철학] 임윤지당/이빙허각, 18세기 후반 여성고전
◇5.21 [영화] 이미례, <수렁에서 건진 내 딸>(1984)
◇5.28 [철학] 김금원/진채선, 19세기 여성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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