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마당

고 문중원 기수 분향소 강제 철거에 대한 우리의 입장

작성자
살림교회
작성일
2020-02-29 10:38
조회
474
NCCK 정의•평화위원회[성명]

고(故) 문중원 기수 분향소 강제 철거에 대한 우리의 입장

우리는 문재인 정부가 오늘 새벽, 고 문중원 기수 분향소를 폭력적으로 침탈한 사실에 대해 심각한 분노와 우려를 표하며 아래와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고인의 억울한 죽음과 탄원에는 귀를 막은 채 마치 바이러스라도 되는 듯 분향소를 침탈하고 유가족들을 퇴거한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 행위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뒤엉키면서 2명이 연행되고 NCCK인권센터 소장 박승렬 목사를 비롯해 5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유가족들은 충격으로 실신하기까지 했다. 우리는 이것이 과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고(故) 문중원 기수의 유가족 역시 안전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문재인 정부가 진심으로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염려한다면 이토록 오랜 기간 유가족들을 거리에 방치해 두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먼저 이들을 찾아와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 제대로 된 제도 개선 등을 약속하고 신뢰를 보여주었어야 했다. 경찰의 조사나 사법부의 판단과는 별개로 공공기관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당하고 불의한 사태에 대해 자기성찰적인 자세로 철저히 들여다보고 문제 해결을 위해 온 힘을 다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자 사명이다. 그러나 현 정부는 마치 마사회와는 아무 관련도 없다는 듯 모르쇠로 일관해 왔을 뿐 아니라, 오히려 고인에게 대단한 도덕적 흠결이라도 있는 양 고인을 모욕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어떤 의지도 보여주지 않았다.

한국마사회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정치권과의 유착관계를 통해 승부조작, 불법로비, 부당노동행위 등의 온갖 불법을 자행해 왔으며, 정치권은 이를 묵인 혹은 방조하면서 마사회의 불법에 동조해 왔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의 여가선용에 기여하는 것이 자신들의 미션이라고 밝혔지만 실상은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자기들만의 돈 잔치를 벌이는 일에 앞장서 왔다는 건 이미 누구나 예상하고 있는 바이다. 이러한 가운데 기수들은 최선을 다해 달릴 권리도, 노력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누를 권리도 모두 박탈당한 채 그저 마사회의 불법과 그들만의 잔치를 위한 도구로 이용당해왔음을 고 문중원 기수가 유서를 통해 낱낱이 밝힌 것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지난 2월 19일, 고 문중원 기수 유가족들을 만나 고인이 겪은 억울함과 부당함, 그리고 고인의 죽음 이후 정부가 보여준 무책임한 대응에 관해 전해 들으며 함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공공기관인 마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면밀하게 살펴보고 지도 감독할 책임을 방기해 왔다. 따라서 문중원 기수를 비롯한 7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우리는 더 늦기 전에 맡은 바 본분으로 돌아와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부로 거듭나기를 바라며, 대한민국 정부를 향해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 대한민국 정부는 켜켜이 쌓여온 적폐를 폭로한 고인과 유가족을 폭력적으로 침탈한 폭거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하라.
- 공공기관인 마사회의 비리와 부정,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여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라.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정하고 안전한 경마사업이 될 수 있도록 마사회의 구조와 제도를 근본부터 개선하라.

2020년 2월 27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최 형 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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