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마당

시원한 백아산 동굴 약수 한모금

작성자
반딧불
작성일
2005-08-05 10:15
조회
3358
불볕더위에 늦장마가 오락가락 하는 가싶더니, 오늘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네요.

창문을 열자마자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올라옵니다. 지난 밤엔 기흥엘 다녀왔습니다.

외삼촌집을 방문했던 민지와 안나가 3일째를 코앞에 두고, 귀가(구조) 요청을 하여왔지요.

아직 아이들이 혼자 떨어지기엔 어린가 봅니다.


안나는 그럭저럭 함께 내려오고, 민지는 혼자 남겠다고 큰소리를 장담하더니, 한 11시 30분 쯤이던가요? 집에 오고싶다는 전화가 수차례 이어지더니 기어코, 작은처남이 민지를 공수(?)해왔습니다.


아이들 없는 우리 둘만(?)의 세상이 이렇게 2일천하로 막을 내렸습니다. 2주간 종이접기 강좌를 맡은 아내의 손품이 더 부산해지게 되었습니다.



첫째날 : 설레임


피서는 7월 4째주 미리 다녀왔습니다. 비가오지 않은 맑은 날이었지요. 워낙 무더위라서 휴양림 안에서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더군요. 부산을 떨며 대전을 내려갔습니다. 예배를 일찍 마치고 대전 동서네로 향했습니다. 벌써 5년째 조카 둘을 동행하여 여름휴가를 즐깁니다. 동서 내외가 합류한지도 2년째구요. 여름과 겨울 휴가를 한번씩 다니고 있습니다.


이번엔 담양과 화순지역입니다. 호남고속도로를 거쳐 장성I.C 지나 담양으로 향했습니다. 순창까지 이어지는 국도변 메타세콰이어의 그늘로 열병을 받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담양 한국대나무박물관, 대나무의 종류가 60여가지가 넘는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았구요. 대나무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습까지 내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구요. 체험관에서는 동네어르신 죽장인들이 컵받침, 부채, 단소, 바람개비, 물총 등등 대나무를 이용한 공예품을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박물관 뜰 한쪽에 대나무로 엮어 만든 조각상, 미로찾기, 그네, 대숲, 터널 등은 아이들의 놀이터로 제격입니다. 한여름보다 가을에 더 좋을 것 같구요.


박물관을 나와 죽순회로 유명한 식당을 찾아 죽순회 한접시와 죽순된장찌게 백반 한상, 남도는 역시 반찬 인심이 좋지요. 대통밥은 윗녘에서도 먹어보는 것이라 마다했지요. 남도음식 별미입니다.



여유로움


소쇄원입니다. 계곡 자연을 그대로 살리되 최소한의 인공미만을 더한 정원입니다. 작은 면적이었지만 자연과 여유자적하며 산다는 걸 깨닫게 해주었지요. 스승 조광조의 실각과 죽음을 뒤로하고 속세의 덧없음을 느낀 제자가 지은 슬픈 역사을 품은 유적이지요.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지요. 남들은 주차장이다, 입장료 징수다, 사람이 많다 등 말이 많았지만, 이번 여행지 중에 가장 느낌이 좋았던 곳입니다.


사방이 트인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내려다본 계곡 물 소리, 한쪽이 열려 궂이 대문이 필요없는 이끼낀 낮은 기와 담장, 계곡물이 흘러들어오도록 경계가 불분명한 바깥담장, 대나무 그늘 옆에 가져다놓은 시원한 대나무조각 평상, 대통을 이어 물받이로 쓰고, 작은 연못에 고인 물이 다시 계곡으로 떨어지도록 가꾼 폭포, 무엇보다도 달디단 아이이크림을 베어물고 올려다본 하늘에서 대나무숲 전체가 바람결을 따라서 좌우로 천천히 흔들거리는 풍경을 바라본 사람은 드물테지요.          


드디어 도착한 화순 백아산휴양림, 통나무집 한채를 이틀간 전세를 낸 셈이지요. 아이들은 5시가 다 되어서도 7시까지 물놀이장에서 물장구를 치구요. 사방댐 아래에 만든 2단짜리 물놀이장은 인적드문 계곡에 있는 아이들만 사용한 전용 수영장이었습니다. 아이들과 조카 4명, 이번에도 지난 겨울에 이어 큰처남네 남매가 함께 갔지요.



둘째날 : 흥겨움


휴양림 통나무집 앞 뜰에 쳐놓은 텐트와 집을 오가며 살랑이는 숲향기를 바람으로 흠뻑 맞았습니다. 간밤엔 시원한 맥주와 매실차 넣은 소주 몇잔을 두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오늘은 꼼짝않고 이 숲속에서만 있겠노라 선언합니다. 바깥에서는 아이들도 일찍 잠을 깹니다. 잠자다 지쳐서 일어날때까지 텐트안에서 누워있겠다는 결심은 아이들 재잘거림에 지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은 먼저 물놀이장으로  내려갔습니다. 점심때가 다 되어서 조카가 올라왔네요. 어찌하여 오지않는냐면서요. 더 놀아줄 사람이 필요한가봅니다. 무려 5시간을 꼬박 놀다가 올라왔지요. 오후 3시 30분이더군요. 안나가 하는 말이 수영모자 안써도 되고, 수영복도 갖추어입지 않아도 되고, 슬리퍼 신어도 되고, 50분마다 쉬지않아도 되고, 무엇보다 삐익삐익 호루라기 소리를 듣지않아서 좋다는 사후평이었습니다. 덕분에 어깨는 모두 탔지만두요.


간간이 아침에 만든 샌드위치빵을 먹는 그 맛이 아직도 입가에 남실댑니다. 어른 허리 물깊이에 평평한 바닥, 1급수 계곡물, 사방댐에서 적당히 데워진 후 떨어지는 물온도, 사방은 전나무와 잎깔나무와 소나무 병풍 숲, 아이들 말고 누구하나 없는, 누워 올려다본 푸른 하늘 아래 계곡 수영장입니다.



시원함


오던 밤부터 아침까지 어디서나 만날수 있습니다. 바로 곤충입니다. 아빠들 엄지손가락보다도 크고 굵은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매미, 큰 나방 등 도시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대형 곤충들입니다. 아이들도 대부분 처음 보는 것들이라 신기해하구요. 겉날개를 벌리고, 얄은 속날개를 붕붕거리며 날아오르는 장수풍뎅이를 한번이나 보았을까요.


마음먹고 약수터를 찾아 길을 나섰습니다. 아침전에 1시간이면 될 것이구요. 휴양림 임도 쇠줄을 넘어 올라갑습니다. 한 30분을 걸어 올라가니 약수 이정표가 나타났습니다. 단풍나무와 서어나무 군락 사이에 계곡 상류 길지않은 바위굴 안에 자리잡은 약수터였지요. 약수를 뜰까하고 찾는 곳이라기보다 채비를 차리고 등산하는 이들과 치성을 드리는 사람들, 그리고 산속 동물들이나 찾을 만한 곳이구요. 약수터 동굴 밖에 그늘에 앉아있기만해도 절로 서늘해집니다.    



세째날 : 두근거림 아쉬움


짐정리를 마치고 휴양림을 내려왔지요. 길을 들어서니 찜통더위입니다. 대전으로 올라가기전에 한 곳을 더 들렀지요. 중학생인 조카아이가 화순하면 공룡화석지가 연상된다더군요. 맞습니다. 화순공룡화석지, 화순 온천 가는 길목에 있습니다. 거대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퇴적층 암반을 시루떡 썰어 놓듯이 잘라놓은 아랫쪽에 무수하게 찍힌 공룡들의 발자국입니다.


엄마아빠공룡과 아기공룡들의 흔적입니다. 과거에 늪지대에 오간 공룡들의 발자국이 화석이 된 것이지요. 큰 것은 세갈래의 선명한 발가락 하나만해도 아이들 신발의 2배가 훨씬 넘지요. 눈썰매장 하면 좋을 듯한 퇴적층 표면위에는 여기저기 이름모를 식물의 잎사귀가 그물처럼 드러나 있었구요.



안타까움


둘러보고 내려올무렵 관리인인 듯한 사람 하나가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쫓아왔습니다. 문화재청의 화석지 지정이후 채석 작업이 중단되어 애를 먹고 있던 사유지 주인의 원한과 성토를 흘겨들을며 발길을 돌렸습니다. 사유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느니 국가에서 매입하고 관리를 하고 아이들의 교육장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입니다.


아뭏든지 땅주인이 연장을 가지러가느라 잠시 철문을 열어둔 시간에 맞추어 정말 보기 힘든 것들을 모두 돌아본 행운이었습니다. 사실은 문화재청에 연구 조사 내지 발굴 허가를 얻어 출입이 가능한 곳이라는 안내판을 애써 본체만체한 것이었지요. 옥과 I.C로 들어와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올라왔습니다.


대전 들어서자마자 냉수 한잔 마시고, 곧바로 이어서 금산 어린이수련회가 열리는 건천리분교, 가톨릭농민교육관로 향했습니다. 텅빈 교실, 짐작컨대 아이들은 물놀이중, 남이자연휴양림으로 다시 출발했지요. 아이들을 풀어놓고서야 한 숨 돌립니다.


2박 3일간의 여름가족 더위 피하기가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아직도 출발 못한 식구들 잘 놀다오시기 바랍니다.


재미있고 즐거운 추억들 많이 올려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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