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전환의 시대 기장 사회선교의 재정비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21-06-02 09:45
조회
376
2021년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사회선교정책협의회
2021년 6월 1일(화) 13:00-17:00 / [온라인]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전환의 시대 기장 사회선교의 재정비

최형묵(천안살림교회 / 총회 교회와사회위원회 위원장)


1. 전환의 시대

오늘 우리는 전환의 시대를 마주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별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특별히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그 전환의 시대 징후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으로부터 세계적 위기가 비로소 시작된 것은 아니다. 기왕에 노정된 위기 상황에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이 가세하면서 위기가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 형국이다.
오늘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 실체는 자본주의적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체제로부터 발생하며, 그것이 위기인 것은 그 체제 자체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크게 말해 생태적 위기와 사회적 위기 양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생태적 위기는 기후위기로 대표되고 있거니와 코로나19 팬데믹 현상 또한 그 위기의 한 양상이다. 사회적 위기는 사실상 인간적 삶의 방식, 곧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여러 차원을 함축한다. 그 가운데 특별히 전 세계적으로 두드러진 양상을 꼽자면,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차별과 혐오의 만연, 그 양상에 편승하여 나타나는 정치적 민의의 굴절과 민주주의의 퇴행 현상 등을 들 수 있다.
생태적 위기와 관한 것은 별도의 주제로 다룰 예정이므로, 이 발제에서는 주로 사회적 위기 현상을 주목하고 이와 관련한 몇 가지 선교 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2. 교회의 선교 과제

오늘 겪고 있는 위기는 그간 인류가 생존해온 삶의 방식을 전면적으로 재구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감을 불러일으킬 만큼 심각하다. 이른바 문명전환이 요청되고 있다. 따라서 그 대안 모색 역시 근본적 전환에 걸맞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이는 교회의 존재방식에 대한 근본적 물음과 신학적 인간학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동반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그 근본적 물음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겨를이 없는 까닭에 그 근본적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하면서 구체적 선교 과제에 접근하고자 한다.
한국기독교장로회는 그간 격동의 현대사 가운데 하나님의 선교 신학의 수용 및 민중신학의 형성과 궤를 같이하는 가운데 진취적인 선교 사역으로 한국교회의 귀감이 되어 왔다. 또한 그 진취적인 선교 사역은 세계교회의 선교 방향을 형성하는 데도 일정 정도 기여해 왔다. 예컨대 2013년 한국 부산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는 오늘 세계 안에서 ‘정의’의 실현(생태적 정의와 사회적 정의의 통합)을 중요한 과제를 제시하였을 뿐 아니라, ‘주변으로부터의 선교’ 개념 등을 통해 오늘 세계교회의 선교 방향을 설정하는 데 하나의 전기를 마련하였다. 그것은 소수의 에큐메니칼 지도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제시된 것이 아니라 세계교회 저변의 선교적 실천을 반영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여기에 한국교회의 실천 경험은 중요한 하나의 원천이었다. 그것은 곧 우리 경험의 반영이기도 한 것이다.
오늘 더욱 첨예화된 위기 상황 가운데서 우리는 그 전통을 더욱 발전시킴으로써 오늘 세계 안에서 교회 본연의 사명을 다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오늘의 세계적 위기를 극복하고 보다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계를 형성하기 위해 교회가 헌신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며, 동시에 이를 위해 교회 스스로가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아래에 제안하는 몇 가지 사회선교 과제는 사안별로 그 실천 양상이 다를 수 있지만 그 인식의 밑바탕은 다르지 않다. 곧 정의ㆍ평화ㆍ창조세계보전을 위한 교회의 필수적 선교 과제라는 인식이 그 밑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2-1.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극복하는 것은 오늘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의 기본적인 삶의 보장을 위한 절박한 과제이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극복하는 것은 정의의 요구를 실현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일상의 삶을 떠받치는 지속가능한 경제체제를 형성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기왕의 노동권의 보호와 사회복지 실현은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한편 기술의 발전으로 불안정한 고용이 확산되고, 따라서 자본소득분배율보다 노동소득분배율이 현저히 낮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그 대안으로 보편적 기본소득이 모색되고 있다. 기본소득은 단지 당면한 불평등을 해소하는 효과를 의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땅히 공유되어야 할 자산으로부터 나오는 수익을 공유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의의 요구에 부합한다. 또한 예상되는 경제적 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환기의 상황 가운데서 기왕의 복지체제와 기본소득이 어떻게 수렴될 수 있는지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민간영역에서 기존의 복지체제를 뒷받침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는 교회의 입장에서도 이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2-2. 차별과 혐오에 맞서 모든 사람의 존엄한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시대적 요구이자 동시에 교회 본연의 선교 과제에 해당한다. 차별과 혐오는 불평등한 사회에 기생한다는 점에서 앞의 과제와 긴밀히 관련되어 있다. 우리는 이와 관련하여 특별히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오늘 한국사회에서 교회가 차별과 혐오의 논리를 확산하는 데 오히려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기장교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장애를 가진 신학도가 목회자의 길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사례를 통하여 우리는 교회 안으로부터 차별을 극복하는 과제의 중요성을 새삼 알게 되었다. 또한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한 논란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성폭력 사태에서 우리는 교회 스스로가 안고 있는 문제를 절감하고 있다. 차별과 혐오를 극복하는 과제는 사회를 향한 요구에 앞서 교회 스스로의 과제로서 그 무게감이 크다. 그것은 스스로의 내면세계와 관련된 문제이다.
2-3. 일상의 삶을 바꾸는 정치적 민주주의의 진전은 언제나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한 사회구조에 기반하여 민주주의가 퇴행하는 양상 가운데서도, 촛불항쟁 이후 한국 민주주의는 비교적 안정적 궤도를 밟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매우 심각한 현실에서 정치적 민주주의는 언제든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구시대의 악법, 위임받지 않은 권력의 남용, 기득권 질서의 온존, 민중의 정당한 주권을 지향한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오도된 인식 등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는 사회에서 구성원 모두가 정당한 주권을 행사하는 데 걸림돌을 제거하고 자기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발전은 암만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교회 스스로의 민주화 과정을 동반해야 한다는 것 또한 두말할 것 없다. 개별교회 단위뿐만 아니라 노회, 총회에 이르기까지 교회구성원 모두의 공평한 의사가 반영되는 대표제도를 구현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2-4.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으로서 지역공동체의 건설과 협력 또한 교회의 중요한 선교 과제이다. 오늘날 농촌지역 공동체를 되살리는 일뿐만 아니라 도시지역에서도 생활공동체로서 마을 만들기 운동의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그것은 민주주의가 거시적인 정치적 의제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일상의 삶의 방식으로 정착되어야 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교회는 여러 측면에서 이를 형성하는 데 소중한 자원을 갖고 있다. 교회가 자족적인 세계를 구축하지 않고 세상을 향해 스스로를 열어둠으로써 마땅한 선교 사역을 감당하고자 한다면 이는 매우 당연한 과제인 셈이다.
2-5. 생태적 삶을 구현하는 교회의 선교 사명에 관해서는 별도의 주제로 다루는 만큼 이 발제에서는 그 과제를 확인하는 것으로 그친다. 다만 사회적 정의와 생태적 정의의 수렴을 위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첨언한다.


3. 기장 사회선교 대열의 재정비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한국기독교장로회는 특별히 사회선교의 영역에서 어떤 교단보다 진취적인 활동으로 한국교회의 귀감이 되어 왔다. 그러나 오늘의 상황을 평가하자면 결코 적극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울 것 같다. 1987년 민주화항쟁에 이르기까지 그 몫을 다한 것일까? 민주화 이후 시대 진취적 민중선교의 현장과 에큐메니칼 운동 차원에서 기장교회의 선도성과 주도성은 현저히 약화되었다. 1970년대의 끈기도 1980년대의 결기도 느끼기 어렵다.
교회 전반의 분위기는 퇴행적이며, 교단 상층부의 지도력은 상당기간 표류하였다. 특별히 교회 전반의 분위기와 관련하여, 최소한 총회의 공식적인 선교신학이라 할 수 있는 하나님의 선교론에 비추어 보더라도 과연 개별교회의 현실이 그에 얼마나 근접해 있는지 의문이다. 이른바 민주화 이후 사회적 참여를 억제하는 교회 분위기가 강화되었다. 그 점에서 기장교회는 보다 일반적인 한국교회 공통적 특성에 가까운 성격을 띠게 되었다. 보수적인 다른 교회 저변에서 과거 기장교회가 주력하였던 선교 방식을 취하는 반면에 오히려 기장교회는 기존교회로 회귀하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그와 같은 교회 전반의 퇴행적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탓에 진취적인 상층 지도력의 형성이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나마 저변에 사회선교, 민중선교의 전통이 살아 있어 겨우 ‘체면치레’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간 교회 전반의 지지도, 상층 지도력의 향도도, 실무적 조력도 빈약한 상태에서 한국교회를 선도한다는 자긍심이나 실질적 능력을 잃어버렸다고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것이다. 오늘 우리가 ‘사회선교의 재정비’를 내세운 것은 이전의 사회선교, 민중선교의 전통을 다시 회복하여 오늘의 상황에서 교회 본연의 몫을 다하고자 하는 절박한 필요성 때문이다.
다행스럽게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는 그간 사회선교를 위한 총의를 일관되게 수렴해왔고,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 또한 갖춰왔다. 여러 관련 위원회는 물론, 예컨대 평화공동체운동본부, 생태공동체운동본부를 만들고, 최근에 사회선교사제도까지 갖췄다. 이러한 시도는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가 사회선교를 향한 뚜렷한 정책적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회의 결의를 추진하는 데 실질적 뒷받침 역할을 해야 할 총회본부가 상당 기간 그 역할을 원활히 감당하지 못한 것은 실로 안타깝지만, 이제 다시 대열을 정비하고 나서게 된 것은 다행이다. 기장교회가 사회선교(사실상 총체적 구원의 전망에서 볼 때 선교 그 자체에 해당한다)를 감당하는 데 개별 교회, 지역 교회(노회 등) 차원에서 각기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겠지만, 총회는 총의를 스스로 구현할 뿐 아니라, 저변의 여러 단위들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나아가 모범적 선례를 제시함으로써 향도 역할을 감당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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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살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