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사회주의 혁명과 정의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22-07-05 18:27
조회
203
*<신학과교회> 제17호(2022년 여름) 게재 논문입니다.

논문요약

각자에게 정당한 몫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는 정의의 의미는 오랫동안 기왕에 주어진 조화로운 질서 안에서 마땅한 몫을 보장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 정의 개념에서 벗어나 평등한 인간들이 스스로 구성하는 사회에 대한 인식이 뚜렷해지면서 정의는 명확하게 사회적 성격을 띠게 된다. 오늘날 정의는 곧 사회정의를 의미할 만큼 일반화된 이 개념은 사실상 근대에 들어 비로소 형성되었다. 이와 같은 근대적 사회정의의 개념은 인간 스스로 정의로운 사회를 형성하기 위한 역사적 운동으로서 사회주의와 밀접한 관련을 지닐 수밖에 없었다. 사회주의는 새롭게 형성된 사회정의를 이루고자 하는 열정과 방법을 함축하는 또 다른 이름이 되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적 소유를 철폐하고자 하는 역사적 운동으로서 사회주의를 종합하고 주도한 마르크스(Karl Marx)는 정의의 개념을 건설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였다. 그 까닭이 무엇이었을까? 마르크스가 특정한 도덕적 개념들을 거부한 것은 모든 의식의 형태가 당대의 지배적인 생산관계에 기초한 사회관계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는 많은 도덕적 개념들이 당대의 사회적 모순을 은폐하는 것으로 오용되고 있는 현실의 허구를 드러내고 그것이 단지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러기에 그는 그 개념들에 매이기보다는 현실 자체의 모순을 드러내고, 실현 가능한 세계에 대한 전망을 그리는 데 집중하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 마르크스는 소외를 극복한 자유의 나라에 대한 비전을 일관되게 지향하였다. 그에게서 인간 삶의 조건에 대한 엄밀한 과학적 분석을 시도하는 기술적(descriptive) 정확성은 바람직한 인간사회를 추구하는 규범적 적합성과 괴리된 것은 아니었다. 이와 같은 그의 입장은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사회에 대한 희망과 열정을 환기해줄 뿐 아니라, 그것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조건을 탐색하는 방법과 실천의 철저성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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