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소통의 영성 - 고린도전서 14:1~5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8-06-10 15:31
조회
14467
2018년 6월 10일(일) 오전 11:00 천안살림교회
제목: 소통의 영성
본문: 고린도전서 14:1~5

사실은 지난 주일이 한국교회가 함께 지키는 환경주일입니다만, 이번에 우리 교회에서는 오늘 둘째 주일 신도주관예배 가운데서 그 의미를 기리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늘 여러 가지 의미가 겹치게 되었습니다. 마침 교단에서 제정한 선교주일이기도 하고, 6.10항쟁기념주일이기도 합니다. 우리 교단의 선교적 지향을 되새기고, 또한 한국 민주주의의 여정에서 중대한 전환의 계기가 갖는 의미를 되새겨보는 주일입니다.
환경주일, 총회선교주일, 6.10항쟁기념주일, 그 의미가 각각인 것처럼 보이지만, 제가 보기에는 모두 통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세상 안에서 교회가 감당해야 할 중요한 과제들을 재삼 일깨워주고 있다는 점에서입니다.

오늘은 이어지는 말씀나누기가 또 준비되어 있기에 본문말씀을 담긴 핵심적인 의미를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나누고자 합니다.
정해진 성서일과에 따른 오늘 본문말씀은 고린도전서 12~14장에 이르는 일련의 연관된 말씀의 한 대목입니다. 이 일련의 말씀이 전하는 상황과 메시지의 초점이 뭘까요? 은사의 남용 또는 오용으로 저마다 저 잘났다고 하는 고린도교회 상황 가운데서, 여러 지체들로 이뤄진 하나의 몸으로서의 교회, 그리고 오직 사랑으로(13장) 온전하게 되는 관계를 일깨워주는 말씀입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본문말씀은, 성령의 은사로서 방언과 예언에 관한 사도 바울의 중요한 가르침입니다. ‘성령의 은사를 구하되, 그 받은 은사가 방언도 좋고 예언도 좋다. 그러나 가능한 한 예언의 은사를 구하는 것이 좋다. 왜냐 하면 방언의 은사는 자기를 위한 것이지만 예언의 은사는 공동체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본문말씀은 이렇게 집약됩니다.
여기서 방언의 은사는 어떤 것일까요? 사도행전 2장에서 성령의 은사로서 방언은 놀라운 언어사건, 소통의 사건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이후 교회에서 그 방언현상은 특별한 종교적 체험의 현상으로 교회 안에서 받아들여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방언은 그 은사를 받은 사람과 하나님과의 특별한 소통의 체험이 될지언정, 다른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언어였다는 게 오늘 본문말씀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하나님과 나 사이의 특별한 은사 체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바울은, 그 의미를 결코 부정하지 않지만, 그렇게 남들이 공감할 수 없는 은사를 구하기보다는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은사를 구하는 일이 더 좋은 일이라고 역설합니다. 예언의 은사가 더 훌륭하다고 합니다. 여기서 예언은 뭘까요? 점쟁이가 앞날을 예견하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닙니다. 구약의 예언의 본래 의미와 같이, 하나님의 진실을 말하는 것, 그리스도교의 진실을 말하는 것을 뜻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라는 점에서 그것은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함축합니다.
그러니까 오늘 본문말씀은, 하나님과 나 사이에서 가능한 내적 체험의 의미를 결코 폄훼할 수 없지만,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은사를 구하라는 것으로 집약됩니다. 교회가, 그리스도인이 이 땅에서 실현해야 할 보편적 가치들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야말로 교회가 세상 한 가운데 존재하는 의의라는 이야기입니다.
그 가치들이 무엇일까요? 오늘 본문말씀의 바로 앞에 나온 고린도전서 13장이 강조하듯,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은 사랑을 그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비롯되는 정의ㆍ평화ㆍ생명을 성서와 그리스도교의 전통은 끊임없이 일깨우고 있습니다. 그것은 동시에 오늘 우리 시대에 절실한 과제들이 되고 있습니다. 그 가치들은 오늘 우리의 삶의 현실에서 인권을 존중하고,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생태적 삶의 방식을 지향하는 것으로 구체화됩니다.

오늘 우리가 환경주일의 의미를 기리며, “도시에서 녹색소비자로 살아가기”를 함께 생각하는 것도 그와 같은 의의를 지닙니다. 사흘 후면 지방선거가 예정되어 있는데, 우리가 선거권을 행사할 때도 그런 가치 기준을 따라야 할 것입니다.
오늘 이 시간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의 몫이 무엇인지 재삼 깨닫고 결단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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