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소통을 위한 기술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2-10-22 12:53
조회
2321
* <주간기독교> 다림줄30번째 원고입니다(1201022).


소통을 위한 기술


정치의 계절이니 신문지면에는 정치기사가 넘쳐나고 그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신문지면을 들추다보니 흥미로운 기사가 눈길을 끈다. 지식경제부가 한-영 자동통역앱 ‘지니톡’을 개발해 출시했다는 기사다. 음성에서 음성은 물론, 음성에서 문자, 문자에서 음성으로의 변환기능을 포함한 한-영 자동통역앱이다. 세계 최고수준으로 인정받는 구글의 통역기술보다 우리말의 인식률, 통역정확성이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고 한다. 게다가 영어 통역만이 아니라 장차 일본어, 중국어, 나아가 스페인어, 독일어, 불어, 러시아어 통역기능까지 추가 개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사실 오래 전부터 그런 기술의 개발을 기대해 왔던 사람의 입장에서 반가웠다. 최근에는 구글 자동번역기의 효용을 실감하고 있는 중이었으니 그보다 뛰어난 자동통역이 가능하게 된 것을 보고 더더욱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자동통역의 기술 개발을 기대한 것은 개인적으로 그 필요성을 늘 느껴왔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런 기술이 개발된다면, 언어교육과 관련한 우리사회의 엄청난 비효율을 상당부분 극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말 교육에도 크게 일조할 수 있으리라는 보기 때문이다. 가히 광풍에 가까운 영어교육 열풍으로 인한 폐해가 얼마나 큰가? 누구나 영어를 유창하게 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전 국민적으로 쏟아붓는 비용도 문제려니와 제대로 된 우리말 교육마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자동통역기를 사용하다 보면 아주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구사하는 우리말이 정확해야 번역어 또한 그 정확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불완전한 문장이라도 그 의미를 헤아려 자동번역하는 기술마저도 장차 가능해질지 모르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인간의 마음과 다른 기계적 과정은 순전히 사고와 논리의 명징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점에서 보면 우리말에 대한 정확한 구사가 외국인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되는 조건이 되는 셈이다.


언어는 사고를 지배한다. 내 생각은 명확한데도 어설픈 외국어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쩔쩔매다 자기 생각을 온전히 전하지 못하는 경우를 숱하게 경험한다. 익숙치 않은 외국어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느라 스스로의 생각이 제약을 받는 경우다. 그러나 외국어 표현을 내가 염려하지 않고 익숙한 우리말로 자유롭게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만으로 외국인과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면 그 제약은 사라진다. 그렇다면 우리의 생각은 훨씬 분명해지고 풍부해지지 않을까?


지나치게 호들갑스러운 기대를 나타내고 있는 것일까? 현재 그 자동번역의 효능이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한다. 그리고 장차 단지 논리만이 아니라 마음까지 통하는 의사소통이 과연 어떤 기술에 의존해 가능하게 될지 또한 의문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이 엄청난 사회적 비효율성을 극복하고 인간의 사고와 정신세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는 사실은 충분히 반길 만하다. 지식경제부 장관의 말대로 “소중한 세금으로 개발한 우리 소프트웨어 기술로 국민이 직접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방향, 그것은 인간을 위한 기술의 한 진로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형묵(천안살림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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