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정치적 대표성의 왜곡을 줄이는 공정한 절차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2-11-26 11:11
조회
2146
* <주간기독교> 다림줄 31번째 원고입니다(1201126).


정치적 대표성의 왜곡을 줄이는 공정한 절차


새 정치의 기대를 안고 대통령후보로 나섰던 안철수씨가 야권 단일화를 위해 사퇴했다. 권력투쟁을 본질로 하는 정치 현실에서 상식적인 예상을 뛰어넘는 행동이다. 아마추어 정치인의 미숙한 행동이라기보다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을 따른 진정성 있는 행동이라 평가하고 싶다. 이로써 안철수의 새 정치의 실험이 좌절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약속을 지키는 새 정치의 행보를 뚜렷하게 보여 주었다. 안 후보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것처럼 이제 정치를 쇄신하고 민주주의를 더욱 진전시키는 과제가 놓여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정치를 쇄신하고 민주주의를 진전시키는 과제는 비단 정권교체를 통해서만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야권 대통령후보 단일화 과정은 진전된 민주화에 이르는 절차 자체에 대한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였다. 안 후보가 용단을 내렸기에 다행이지, 만일 단일화에 이르지 못하고 야권 후보가 본선에서 경합을 해야 했다면 단판의 승자독식을 보장하는 현재의 제도상 상당부분 가치를 공유하는 유권자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은  분산되어 있다는 이유로 무위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것은 정치적 대표권을 왜곡하는 심각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그 개선책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야권의 두 후보가 단일화의 압박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여러 나라들에서 채택하는 재투표를 통한 결선제도를 도입한다면 선거과정상의 소모적인 요인을 줄이고 동시에 민의의 왜곡을 최소화할 수도 있을 터인데 우리 사회에서 그에 대한 검토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구화 시대 정의의 새로운 틀을 모색하는 낸시 프레이저는 『지구화 시대의 정의』에서 이와 관련한 근본적 문제를 제기한다. 그는 정의의 요체를 ‘동등한 참여’로 집약하면서, 기존의 정의론이 문제삼고 있는 경제적 차원의 분배정의, 문화적 차원에서의 배제를 넘어선 인정에 더하여, 정의의 새로운 차원으로 정치적 대표성의 문제를 제기한다. 낸시 프레이저는 정치적 과정상 대표성을 왜곡하는 부정의는 ‘일상적인 정치적 대표불능’의 차원과 근본적으로 ‘잘못 설정된 틀로 인한 대표불능’의 차원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가 방점을 두고 있는 것은 지구화 시대 국경을 넘어 여러 이해당사자들이 관련을 맺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민국가를 중심으로 하는 잘못 설정된 틀로 인해 오늘날 부정의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데 있지만, 오늘 우리 정치현실과 관련해서 보자면 여전히 일상적인 정치적 대표불능의 차원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이번 후보단일화 과정, 그리고 여러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승자독식의 원리는 매우 심각한 민의의 왜곡을 발생시키고 있다. 기왕에 실시하고 있는 정당 투표제, 그리고 비례대표 의원 확대 등의 방안은 그 왜곡을 줄이는 방법이 된다. 비정규직의 절대다수가 투표에 참여할 수 없는 조건에서 투표시간을 연장하는 것도 참정권 제약 요인을 해소해나가는 한 방안이다. 민주주의를 진전시키기 위한 근본적 대안이 끊임없이 강구되어야겠지만, 우선 가능한 대안부터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최형묵(천안살림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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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살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