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표류하는 한국 교회 에큐메니칼 운동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3-01-21 12:11
조회
2560
* <주간기독교> 다림줄 32번째 원고입니다(130121).


표류하는 한국 교회 에큐메니칼 운동


현대 세계 교회의 에큐메니칼 운동의 정신이 ‘세계의 일치를 위한 교회의 일치’로 집약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정신은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세계의 현실 가운데서 그 갈등과 분쟁의 근본적인 원인을 진단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교회간의 협력과 일치를 추구한다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 그 갈등의 현실에 아랑곳없이 덮어놓고 교회가 일치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현실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대안을 지향하는 가운데 교회간 협력을 추구한다는 것을 함축한다.


한국 교회의 에큐메니칼 운동은 그 정신을 모범적으로 구현해 온 전통을 지니고 있다. 1970~80년대 한국 사회의 민주화와 인권운동을 선도했을 뿐 아니라 이를 위하여 종교간 협력을 해 온 것은 그 정신의 구체적 표현이었다. 그것은 교회 자신의 존립이나 성장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교회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사회 현실의 변화를 추구한 것으로, 교회 본연의 역할을 다한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 역할의 중심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서 있었다.


그런데 지난 13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2013년 세계교회협의회 부산총회를 앞두고 공동으로 발표한 선언문을 보면, 눈이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그 내용은 세계교회협의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추구해 왔던 에큐메니칼 정신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었다. 그 내용은 종교 다원주의 배격, 공산주의·인본주의·동성연애 등 복음에 반하는 모든 사상에 대한 반대, 개종 전도 금지주의 반대, 특별 계시로서 성경 66권의 무오에 대한 확인 등이었다.


이 내용들은 단순한 선언으로 종결지을 수 있는 사안들이 아니라 세계 현실에 대한 인식과 관련되어 있는 매우 논쟁적인 사안들이다. 공동선언문은 기본적으로 기독교 근본주의에 입각해서 그 논쟁적인 사안들에 대해 추호도 재론의 여지가 없다는 듯이 쐐기를 박아 단정해버리고 말았다. 에큐메니칼 정신이 교회 안의 다양한 견해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진정한 일치를 위해 어떻게 협력하고 일치할 것인가를 추구하는 것임에 비춰볼 때, 일방의 교리적 입장을 따른 공동선언문은 그 정신을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그 선언이 언급하고 있는 개종 전도 금지는 세계교회협의회의 공식적 입장과 관련되어 있고, 용공시비, 종교 다원주의, 성서에 대한 근본주의적 태도 문제 등은 한국 교회의 분열과 직접 관련된 사안들로서 여전히 더 깊은 성찰을 요하는 문제들이다.  


매사에 자신의 힘을 믿고 일방적으로 자기 이익을 관철하는 태도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성찰 불능의 기독교를 대변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행보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마저 말려든 것이 아닌가 싶어 씁쓸하기 그지없다. 모든 문제를 덮어놓고 일치를 추구하는 것이 에큐메니칼 운동이 아니다. 이번 기회가 우리 사회의 의미 있는 변화를 추구하면서 교회간 협력을 추구하는 에큐메니칼 정신을 재삼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최형묵(천안살림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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