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박근혜 정권의 성공과 실패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3-02-25 12:13
조회
2608
* <주간기독교> 다림줄33번째 원고입니다(130225).


박근혜 정권의 성공과 실패


박근혜 정권의 탄생은 여러 요인의 결과이지만, 그 가운데 하나로서 박정희 후광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박정희 시대의 여러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의 기억 가운데서 그 시대를 ‘좋았던 시절’로 기억할 만한 결정적 요인이 무엇일까? 그것은 절대적 빈곤으로부터 해방을 가능하게 한 경제성장의 성취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이 오늘 박근혜 정권을 탄생하게 한 중요한 하나의 요인이라고 한다면, 과연 그 기억에서 비롯되는 기대에 부응할 만한 요인이 박근혜 정권에 있는 것일까? 물론 박근혜 정권이 박정희의 후광과 겹쳐 있다고 했을 때, 그 의미는 단순 반복이라는 의미에서 연속이라기보다는 변형된 형태의 재현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그간 정치적 민주화가 진전되었을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역사적 조건이 달라진 상황에서 기대치가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박정희 모형은 반공주의, 성장주의, 지역주의, 권위주의를 골간으로 하고 있다. 그 가치들은 오늘날 한국사회의 보수주의를 구성하는 요소로 작동하고 있으며, 동시에 박근혜 정권의 성격을 규정짓는 요소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치 지도자로서 박근혜의 부상이 박정희 모형이 갖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인 서민주의와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박정희의 서민주의는, 고도 성장기 정치적 권위주의와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에도 불구하고 박정희 정권이 서민층으로부터 지지를 받게 된 결정적 요인이었다. 그것은 그 실상과 상관없이 서민대중들에게 그렇게 인식되었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정치 지도자, 특히 대통령 후보로서 박근혜는 기존의 보수주의에서 벗어난 경제 민주화와 복지 의제로 그 지지기반의 외연을 확장했다. 박근혜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아버지 박정희의 서민주의를 재구성하는 전략을 취했고, 결과적으로 그 전략은 박근혜 정권의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정권의 출범과 함께 각료 및 비서진 진용을 구성하는 과정을 보면, 선거공약으로 제시된 경제 민주화와 복지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간 일관되게 보여주었던 입장이 단지 선거용 공약이 아니라 대통령 자신의 진정성 있는 입장이었다면, 아마도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의 비효율성을 혐오하였던 아버지의 스타일과 유사한 권위주의적 방식으로 권력의 정점에 있는 자신의 의지를 관철함으로써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려 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성공한다면 변형된 박정희 모형이 재현되는 것을 뜻한다. 곧 정치적 발전의 정체에도 불구하고 제한적이나마 경제 민주화와 복지만큼은 성공을 거두는 것을 뜻한다. 반대로 그것이 실패한다면 박정희 향수의 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국민들에게 그만큼 고통이 가중된다는 것을 뜻한다. 과연 성공을 바랄 것인가? 실패를 바랄 것인가?    


최형묵(천안살림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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