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제10차 세계교회협의회 총회를 다녀와서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3-11-15 09:51
조회
2607
* <주간기독교> 다림줄41(131115)


제10차 세계교회협의 총회를 다녀와서


부산에서 열린 제10차 세계교회협의회 총회 기간중 인도 달릿신학자들과 한국 민중신학자들의 워크숍을 위해 며칠 간 머물며 총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오늘의 세계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교회들이 어떻게 협력하고 일치할 것인가 하는 에큐메니칼 신학의 입장에서 신앙과 신학을 추구해온 그리스도인들에게 세계교회협의회 총회는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단순한 하나의 행사가 아니라 오늘 세계의 문제들이 무엇이며 이에 대한 교회의 대안은 무엇인지 모색하는 아주 중요한 계기이다.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교회의 방향은 세계교회협의회의 협의와 방향설정에 따라 그 진로가 결정되어 왔을 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신학에 입문한 이래 그저 문서를 통해서만 그 역사와 신학을 공부하고, 그 안에서 신앙을 형성하고 신학을 펼쳐온 입장에서, 우리 땅에서 열리는 총회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은 특별한 감회를 가질 만한 일이었다.


물론 이번 총회는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우선 기본적으로 여전히 서구교회의 주도성이 강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는 역사적 요인도 있겠지만 공식적으로 통용되는 언어의 문제도 개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총회 개최지 결정과정에서 시리아와 한국이 경합하다 한국으로 결정되는 데에도 잡음이 없지 않았다. 또한 워낙 보수교회의 힘이 막강한 한국에서 그 총회가 개최된 까닭에 보수교회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과정에서 에큐메니칼 신학의 전통을 훼손하는 ‘스캔들’도 있었다. 그 사태는 미봉되었지만, 총회 현장에서는 반대파들의 집회가 끊이지 않았다. 최첨단의 편리한 시설에서 치러지는 총회에 대해 참가자들의 일부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역대 총회들이 대개 검박한 형태로 치러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반해 이번 총회는 한국의 발전상을 과시라도 하듯 화려한 도시 한 가운데 부족함이 없는 시설에서 치러졌다. 줄여 말하건대 여전한 서구교회의 주도성에 한국교회의 물량주의가 결합된 문제를 안고 치러진 총회가 아니었는지 자성해야 할 대목이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에큐메니칼 공의회로서 세계교회협의회 총회의 의의를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별히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라는 주제가 시사하듯이, 생명이 파괴되고 정의와 평화가 부재한 오늘의 세계 현실에서 전 세계의 교회 대표들이 그 대안을 모색한 기회로서 그 기본적 성격을 보여준 중요한 기회였음에 틀림없다. 공식 회의를 통해 중요한 의제들을 결정하는 한편 수많은 신학적 토론과 현장 문제 진단, 그리고 문화예술 공연과 전시 등이 이뤄졌다. 온 세계의 문제를 다 드러내놓고 그리스도교적인 대안을 찾아보자는 뜻을 지닌 것이라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절망스러운 세계 현실에서 희망을 찾고자하는 그리스도인들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주제 자체에 대한 심화는 물론 선교에 대한 새로운 개념의 제시, 그리고 한반도 평화에 관한 선언 등 특기할 만한 일들도 있었다. 그 성과가 오늘의 세계 문제들을 헤쳐 나가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하며, 또한 그 큰일을 치룬 한국교회의 입장에서는 세계 현실의 문제에 더욱 민감하게 대응하며 책임을 감당하는 교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최형묵(천안살림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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