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나서는 마음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2-03-28 11:30
조회
2652
* <주간기독교> 다림줄 24번째 원고입니다(120327).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나서는 마음


미국에 선불교를 전파한 숭산 스님의 일화가 있다. 어째서 미국 땅까지 왔느냐는 젊은이의 물음에 숭산 스님의 답변은 간단했다. “바로 너 때문이다.” 이 말 한마디에 젊은이는 감화를 받고 숭산 스님의 가르침을 따랐다고 한다.


바로 내 앞에 있는 한 존재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가르침은 사실 예수께서 수없이 우리에게 일깨워준 진실이다. 예수께서는 잃은 양 한 마리의 비유를 통해 그 진실을 일깨워 주었다. 백 마리 양 무리 가운데 한 마리가 길을 잃었다면 그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 나서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는 그 진실을 말한다. 그것은 한 마리를 찾아야 백 마리를 채울 수 있다거나 남은 아흔아홉 마리에 비해 그 한 마리가 어떤 비교우위적 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꼭 찾아야 한다는 이해타산적 상식을 벗어나는 이야기다. 그것은 그런 이해타산을 넘어 그 어떤 존재이든 그 존재 하나하나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이야기다.


오늘 우리의 삶이 각박해진 것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 사이에 그 마음이 없는 것은 사람들이 그런 마음을 지니는 것을 누추하게 여기도록 만드는 사회적 통념 탓 때문이기도 하다. 인간의 삶, 더 구체적으로 평범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소중히 여길 수 없게 만드는 가치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최고의 가치가 무엇일까? 경제성장 제일주의이다. 물론 경제성장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해주리라 기대되기 때문에 추구되는 하나의 사회적 가치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그 근본 목적은 실종되고 경제성장 그 자체만이 최고의 가치처럼 되어 왔다. 한미 FTA의 체결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 그런데 경제성장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불평등구조의 심화로 사람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구체적인 인간의 삶을 중심에 두지 않은 가치가 아무런 반성 없이 통용된 탓이다.


한국인의 상식을 지배하는 또 하나의 지배적인 통념은 이른바 국가안보의 논리다. 그러나 경제성장의 가치를 추구하는 데서 구체적인 인간의 삶을 생각하는 통찰이 실종된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안보의 논리 가운데서도 그 통찰은 빠져 있다. 예컨대 지금 제주도 강정마을에서는 국가안보 논리에 따라 해군기지 건설이 강행되고 있는데, 그것이 사람들의 안녕을 보장해 줄 수 있을까? 만일 그 기지가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미국의 동북아 군사전략상의 중요한 하나의 거점으로 활용된다면 한반도는 원치 않는 대결과 극단적인 전쟁의 상황에 휘말릴 수도 있다. 그것은 바로 지금 해당지역 주민들의 평화로운 삶을 해치고 있을 뿐 아니라 장차 이 땅의 사람들을 불행한 대결의 상황으로 몰아넣는 화근이 될 수도 있다. 구체적인 사람들의 안녕을 헤아리지 않는 국가안보 논리의 허구를 드러내주는 사태다.  


총선이 코앞에 다가왔다. 유권자들로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구호는 어떤 것일까? 이제는 정말 그 동안 우리의 생각과 삶을 지내해온 통념적 가치의 허구성을 깨닫고, 정말 인간의 삶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가치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그 희망의 조짐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최형묵(천안살림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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