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민주적 절차의 중요성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2-06-03 23:20
조회
2393
* <주간기독교> 다림줄26번째 원고입니다(120604).


민주적 절차의 중요성


통합진보당 사태가 결말지어지지 않고 있다. 내부적인 해결책이 강구되는 중에 납득하기 어려운 공권력의 개입이 이뤄졌을 뿐 아니라, 여당 등 다른 정당 관계자들의 질타를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급기야 사퇴거부 입장을 취하고 있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의원들에 대해 여당의 유력 대선후보가 국회 차원에서 제명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는데, 그 이유가 국가관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여당 원내대표는, 국회 개원 후 제명처리를 위한 자격심사를 비례대표 후보 선출 절차 문제로 할 것인지 종북주의 문제로 할 것인지 검토중이라고 했다.  


그 발언의 뜻은, 어쨌든 문제 있는 인물들이니 제명이유야 뭐가 되었든 상관없다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그렇게 다뤄도 되는 문제일까? 아니다. 통합진보당 사태의 본질은 비례대표 후부 선출 절차상의 문제에 있는 것이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그 문제가 국회의원 제명사유 요건에 해당한다면 그 절차상의 문제를 규명하면 될 일이지 엉뚱하게도 다른 이유를 들고 나와서는 안 될 일이다.


통합진보당 당권파들에게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닌 듯이 보이지만, 일부 확인된 사실들을 통해 볼 때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중복투표, 대리투표 등으로 대표권을 왜곡하는 사태는 민주적 절차상의 중대한 문제점에 해당한다. 예견된 결과를 알 수 없도록 하는 절차상의 공정성은 특정세력의 개입으로 대표권을 임의로 왜곡하는 사태를 막음으로써 모든 사람에게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고 민의를 정상적으로 반영하려는 데 그 기본취지가 있다. 이 점에서 절차상의 공정성은 현대 민주주의의 중요한 요건에 해당한다. 그 중요성을 간과했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중요한 규칙을 어겼다는 것을 뜻한다. 문제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종북주의의 문제로 제명사유를 삼는다면, 그것은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중대한 실책, 곧 대의를 위해서라면 절차상의 문제를 무시해도 좋다는 태도와 전혀 다르지 않다. 종북주의의 문제는 그 절차상의 문제와 별개로 정말 그 실체가 무엇인지 따져야 하거니와, 그것도 신념과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의 원칙하에서 검증되어야 할 문제이다.‘종북주의’라고 딱지를 붙임으로 모든 판단이 끝난 듯이 매도해서 될 일이 아니다.


그런 사태를 지켜보자니 이래저래 착잡할 수밖에 없다. 민주적 절차상의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수습책을 찾지 못하는 정치세력이나, 이를 얼버무려 엉뚱한 이데올로기 공세로 매도하고 단죄하려는 정치세력이나 모두 민주주의의 기본을 지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이 나라의 정치집단에게는 민주주의의 기본에 대한 학습이 필요한 실정이라는 사실을 재삼 확인해야 하는 마음이 어찌 착잡하지 않겠는가? 더욱이 유력 대선주자의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그렇다니 착잡하지 않을 수 없다. 6월의 하늘을 뜨겁게 달궜던 민주주의의 함성이 온 나라에 울려 퍼진지 벌써 25년이 지났는데 말이다.  

  

최형묵(천안살림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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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살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