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G20 서울 정상회의와 기독교은행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0-11-15 12:45
조회
2754
* <주간 기독교> 다림줄 10번째 원고입니다(101115).


G20 서울 정상회의와 기독교은행


G20 서울 정상회의가 막을 내렸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2008년 세계적 차원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기존의 G7 등으로는 이를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렵게 된 데서 확대된 G20이 구성되었다. 제1차 워싱턴 회의에서부터 제5차 서울 회의에 이르기까지 G20 정상회의는 오늘의 세계경제 질서 안에서 극복되어야 현안들을 꾸준히 논의해왔다.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환율전쟁’의 해법과 국제적인 무역으로 발생하는 경상수지 불균형 해소 방안이 주요 쟁점이 되었다. 이번 회의는 개발도상국과 저소득국가의 경제발전을 위한 ‘다함께 성장을 위한 서울 개발 센서스’를 채택하는 등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그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지는 못했다. 뿐만 아니라 내내 쟁점이 된 ‘환율전쟁’의 해법도 경상수지 불균형 해소 방안도 합의하지 못한 채 그 일정만을 합의했다.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킨 근본원인이 되는 미국 달러 기축통화체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했고, 투기를 억제할 수 있는 국제적 차원에서의 제도 마련에는 아예 근접조차 하지 못했다. 세계경제를 좌우하는 주요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적나라하게 갈등하는 현상이 노출되었을 뿐 세계경제의 근본적 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 마련은 요원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계기였다.


성서 느헤미야서를 보면, 포로 상태에서 귀환한 유대인 공동체를 재건하는 데 단호한 개혁조치를 취한 느헤미야의 이야기가 전해진다(느헤미야 13장). 느헤미야의 개혁조치의 핵심은 안식일을 지키도록 한 것이었다. 그것은 종교적ㆍ상징적 개혁조치가 아니라 민중들의 삶에 실질적인 의미를 지니는 개혁조치였다. 한마디로 민생을 위한 것이었다. 느헤미야가 안식일을 엄격히 지키도록 한 것은, 예루살렘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안식일에 더더욱 성행한 페니키아 상인들의 무분별한 상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느헤미야가 주목한 것은 무역은 늘어갔지만 민중들은 더욱 빈곤화되는 현실이었다. 맘몬이 하나님의 안식일마저 침범해버린 현실, 바로 그런 현실에서 안식일을 엄격히 지키도록 한 것은 모든 것을 다 내주어도 그 하나만이라도 지키면 도탄에 빠진 민중을 구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옛적 성서의 이야기가 오늘 현실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겠지만, 성서가 가르치는 신앙의 전통을 받아들이는 기독교인이라면 그 믿음이 가르치는 지혜를 배울 수 있어야 한다. 그 믿음이 주는 지혜로 오늘 삶의 현실에 대해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G20 정상회의가 열리기 직전 언론보도에 따르면, 유력한 기독교 인사들이 ‘G20 서울 정상회의 성공 기원 기도회 및 한국사회복지금융 설립대회’를 열고 제1금융권에 기독교은행을 설립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교회의 헌금과 자산을 기반으로 아수라장의 금융판에 끼어들겠다는 것 아닌가? 그 시점도 절묘했지만 그 발상 또한 놀라웠다. 오늘 세계 현실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제시하는 데는 둔감한 반면 시류에 편승하는 감각만 예민한 기독교라면 그 기독교는 결코 희망의 표징이 될 수 없다. 오늘 기독교가 희망의 표징이 되고자 한다면, 무분별한 국제무역이 불러일으키는 폐해와 돈 넣고 돈 먹기가 당연한 것처럼 되어 있는 세계경제 현실을 주목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일에 더욱 민감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최형묵 / 천안살림교회 목사 / http://www.salrim.net/
전체 0
천안살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