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안보 무능과 국민 무능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0-05-27 17:17
조회
2717
* <천안신문> 종교인칼럼 26번째 원고입니다(100527).


안보 무능과 국민 무능


최형묵(천안살림교회 목사)


천안함 침몰 사고는 발생 시점부터 숱한 의문을 제기하였다. 애초 신중한 접근을 보이는 듯했던 정부는 사고가 발생한지 두 달이 지난 시점에 그 사고의 전모를 밝혔다. 정부 발표는 북한의 소행인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라 북한의 계획적인 도발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은 가시지 않는다. 사건의 실체를 드러내는 일차적 자료에 접근할 수 없는 평범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달리 추론할 길이 없다. 정부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의당 북한에 그 책임을 물어야겠지만, 사고의 발생에서부터 대처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태도는 의문을 더욱 부추기고 있을 뿐 아니라 스스로의 무능함마저 드러내 주고 있다.


첫 번째, 한미합동 군사훈련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잠수함의 침입을 감지조차 못했다면, 그것은 정부의 안보 무능을 드러낸 일이다. 평상시에 일어난 일이라 하더라도 예사롭지 않은데,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은 더욱 위중하다. 극도로 긴장된 훈련 상황에서 어떻게 방어망이 그렇게 허술하게 뚫릴 수 있었을까? 그것이 사실이라면, 정부는 먼저 국민 앞에 사죄부터 해야 한다. 최소한 군사적 안보를 담당하고 있는 책임자부터 문책해야 한다.    


두 번째, 정부는 안보 위기관리 면에서도 무능함을 드러내고 있다. 안보 위기에 대처하는 방안은 다시는 그와 같은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강경한 태도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경제적 제재 조치뿐만 아니라 이제까지 중단되었던 대북방송을 재개함으로써 오히려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남북간의 긴장조성은 경제위기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기에 더더욱 위험하다. 불행하게도 경제위기의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개성공단 투자 중소기업들이 겪는 손실은 매우 직접적일 뿐 아니라 세계적 차원에서 금융시장 또한 그 불안한 정세에 민감하게 반영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군사적 안보 위기에 대처한다는 것이 더 심각한 경제적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상황이다.


세 번째, 만일 정부의 의도가 국민들의 안보 불안심리를 이용해 코앞에 닥친 선거에서 승리를 노리는 것이라면 그것은 정부의 원천적인 자기 무능을 드러내는 것이다. 정상적인 정책과 비전의 제시로 국민들의 마음을 얻기보다는 불안심리를 조장함으로써 국민의 선택을 왜곡시키려 한다는 점에서 스스로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진정시키기보다는 오히려 더욱 조장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는 과거 국민적 정당성을 지니지 못했던 군사정권의 행태를 연상시킨다. 의문을 해소하기보다는 오히려 의문을 가중시키는 발표로 ‘북풍’을 조장하는 수법은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너무 구태의연한 발상 아닌가!


그러나 더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민들 가운데 도사리고 있는지 모른다. 강변하면 할수록 정부 스스로의 무능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적개심과 안보 불안심리로 민의를 왜곡하려는 그 의도에 국민들이 편승한다면, 그것은 국민의 무능을 드러내는 사태로 비화할 수도 있다. 어떤 정책이 진정으로 평화로운 삶을 보장하는지, 어떤 정책이 과연 안정적인 일상의 삶을 보장하는지 헤아릴 겨를 없이, 국민을 향한 으름장 앞에 움츠러들어서야 될 말인가! 국민적 설득력의 결여를 낡은 수법으로 무마하려는 술수 앞에서 냉정하고 지혜로운 판단을 하는 것은 당당한 시민으로서 모든 유권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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