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교회를 찾습니다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09-11-16 15:20
조회
3328
* <주간 기독교> 목회단상 83번째 원고입니다(091116).


교회를 찾습니다


교회를 새로 시작한지 어느덧 10년, 교회의 목회자로서 늘 부족함 투성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교회 안의 목회만이 아닌 새로운 목회 영역에 나서고 있는 것 같다. 교회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적 활동이야 목사로서 의당 감당해야 할 영역이라 생각하고 있기에 그건 애초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그런데 그와는 좀 다른 교회 밖의 목회라고 할까, 어느 순간부터 새로운 영역이 추가된 듯하다. 얼굴을 마주한 적이 없는 이들로부터 상담을 받는 일이다.


근래에 들어 이메일이나 전화 또는 교회 홈페이지를 통해 상담을 해야 하는 경우가 끊이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신앙생활을 하면서 부딪히는 문제, 성서 해석이나 교리상의 문제, 또는 기존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문제의식과 대처 방안 등 제법 다양한 문제거리들이 상담의 내용이다. 상담하는 내용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새로운 교회를 찾는 문의다. 스스로 말하기에 민망하지만, 우리 교회 같은 교회가 자신이 사는 지역에는 없느냐고 묻는 경우들이다.


어쩌자고 나한테 그렇게 상담을 해오는 것일까? 규모의 성장에 매몰되고 자기중심적인 배타적 성향을 띤 기존 교회의 문제를 넘어서 진정으로 삶의 기쁨을 향유하고 신앙의 성장을 돕는 교회를 일구겠다는 꿈은 여전히 변함없지만 부족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 교회의 목사에게 그렇게 물어 올 때는 오히려 부끄러워질 때가 많다. 사실 ‘전도’를 하지 않아도 우리 교회를 직접 찾아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우리 교회를 찾은 이들이 다 정착했다면 벌써 ‘대형교회’가 되었을 것이라고 호기 어린 농담을 할 만큼 적지 않은 이들이 찾아온다. 그러나 다 정착하지 못하고 떠날 때면 우리에게 뭔가 결여되어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이사 등으로 정착했던 가족들마저 떠나는 일이 생기면 마음이 휑해지기도 한다. 또 다른 사정으로 더 이상 얼굴을 마주할 수 없는 이가 생길 때는 목사로서 제 식구도 제대로 못 챙긴다는 자책감마저 든다.        


스스로 느끼기에 그렇게 부족함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기대감 때로는 어떤 절박감으로 그렇게 물어오는 이들이 있다니! 그런 상담을 받으면 가능한 한 성실히 응한다. 상담자가 원하는 교회를 해당 지역에서 추천해 주기 어려울 때는 나도 안타깝지만 가능한 내가 알고 있는 범위에서 비슷한 교회라도 추천해주려고 애쓴다. 선택은 본인에게 달려 있을지라도 기대감을 갖고 물어오는 이들에 대한 당연한 노력이다.  


그 일은 또한 나에게도 고마운 일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부족하지만 그래도 우리의 교회가 어떤 이정표 역할은 하고 있다는 것 아닌가. 어차피 교회다운 교회라는 목적지는 우리도 찾아 나서고 있는 중이니, 최소한 그 이정표 역할만이라도 우선 감당할 수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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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묵 / 천안살림교회 목사 / http://www.salri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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