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인간 교육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09-04-26 09:33
조회
2797
* <천안신문> 종교인칼럼 19번째 원고입니다(090423).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인간 교육  


최형묵(천안살림교회 목사)


사랑은 받아 본 사람이 베풀 줄도 안다고 한다. 경험적 상식으로 보아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야기이다. 마음이 너그럽고 넉넉한 사람들을 보면 그럴 만한 성장과정을 배경으로 갖고 있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 사실은 인간에게 환경의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새삼 확인시켜 준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환경이란 자연적이고 물리적인 환경만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맺고 있는 여러 인간관계를 모두 포함하는 의미에서다. 가족, 학교, 교우 관계 등등이 그 인간관계 안에 포함된다. 그러니까 사람은 어떤 배경 속에서 무얼 보고 무얼 익혔느냐에 따라 그 삶의 태도가 좌우되는 셈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진실일까? 과연 사랑은 받아본 사람만이 베풀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의 경험적 상식으로 보아 그 진실성을 충분히 인정할 만하지만, 만일 그것이 전부라면 좀 야속하고 냉혹하지 않나? 어렸을 적 불우한 환경으로 인해 그 누군가로부터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은 영영 사랑을 베풀지 못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일까? 우리는 그와는 반대되는 경우들도 적지 않게 본다. 어렸을 때 불우하게 자랐지만 넉넉하게 자란 사람보다 더 넉넉한 마음의 소유자들을 볼 수 있으며, 때때로 사회적으로도 따뜻한 사랑의 손길을 베푸는 미담의 주인공들도 본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스스로에게 결여된 것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갈망을 지니고 있다. 그 갈망은 자신이 처한 환경과는 상반되는 삶의 태도를 형성하기도 한다. 인간에게 그와 같은 적극적인 능동성이 있기에 우리는 언제나 어떤 희망을 기대할 수 있다.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도 사랑을 베풀 수 있다는 희망 같은 것 말이다. 그러니까 인간이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도 진실이지만, 그와는 반대로 환경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진실인 셈이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가 더 일반적일까? 인간 역시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일부인 동물인지라 환경의 영향을 받고 살아가는 것이 더 일반적인 것 같다. 환경을 뒤집을 수 있는 능력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다운 능력이고 그것이 인간의 문명을 형성해 왔다 할지라도 평범한 대다수 개별적인 인간들에게 환경의 영향은 훨씬 지대하다. 우리는 정말 긍정적인 의미에서 환경을 뒤집는 인간의 능력에 끊임없이 희망을 건다 할지라도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 인간 삶의 측면을 지나칠 수 없다.  


그래서 인간에 대한 교육은 역경을 이겨내는 능력을 배양하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주변 환경과 친화하고 주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방법을 체득하게 하는 것이 어쩌면 기본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니까 가혹한 환경을 조성하여 역으로 그 환경을 이겨내도록 유도하기보다는 가능한 한 환경 자체가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을 체득하기에 적합한 조건이 되도록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한 셈이다. 가혹한 환경이 피할 수 없는 조건으로 이미 주어진 것이라면 그것을 이겨내는 것이 당면 과제이겠지만, 그것을 피할 수 있다면 좀더 따뜻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따뜻한 인간을 만드는 데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이야기이다.  


우리 사회에서 성적 위주의 경쟁교육이 문제시되고 있는 것이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경쟁의 대열에 내몰려 그 경쟁의 방식에 찌들고 찌든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어떤 사회를 만들어나갈까? 그래도 그 병폐를 뒤집어엎을 수 있는 인간이 나올 수 있고 그래서 자신들이 받아 왔던 경쟁위주의 교육방식에서 탈피하여 서로 협력하는 사회의 기풍을 만들어갈 수 있는 인간이 나올 수 있다는 희망을 저버릴 수 없지만,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은 경쟁의 원리를 사회의 당연한 원리로 여기게 될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장차 우리 사회는 오늘 우리가 경험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혹한 경쟁사회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며칠 후면 충남 교육감 보궐 선거가 있다. 그 선거 안내문을 보자니 문뜩 드는 생각이다. 지역 학생들의 성적 향상을 위한 교육정책을 펼치겠다는 후보의 공약은 별로 거들떠보고 싶지 않다. 좀더 서로 협력하여 좀더 따뜻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인간을 형성하는 교육환경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분명한 후보가 있다면 그 후보에게 한 표 던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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