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공명(共鳴)과 연대(連帶)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09-01-18 19:47
조회
3103
*<주간 기독교> 목회단상 74번째 원고입니다(090118).


공명(共鳴)과 연대(連帶)


언제부터인가 우리 교회는 새해가 시작될 즈음 그 해의 목표를 함께 합의하여 결정해왔다. 통상 목회자가 제시하면 그대로 따르는 것이 교회 안에서의 관례이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함께 의논하는 방식을 따라왔다. 그렇다고 해서 목사의 생각과 달라지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피차간에 동화된 까닭일까? 새해 첫 월례회의에서도 우리는 같은 방식으로 새해 목표를 정했다.


아니, 그런데 새해 목표를 잡자는 데 웬 ‘간증’들이란 말인가? 지난해 목표를 반성하고 새해 목표를 잡자는 데 다들 일종의 간증을 한마디씩 했다. 다들 어렵다고 하니까 우리 교우들도 다 어려운 일들만 있었을 줄 알았다. 왜 없었을까? 누가 예외가 되었겠는가? 다들 지난 한해살이가 녹록치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교우들 상당수가 지난해 뿌듯했고 좋았던 일들을 한두 가지씩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행복한 일들이 교회의 신앙생활과 상당히 관련되어 있다고 고백했다.  


그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고맙고, 또 교우들이 자랑스러웠다. 교회는 목사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다.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것이겠지만, 구체적 현실에서 신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신앙을 키워나가고 삶을 성장시켜나가는 가운데 교회는 일궈져 가는 진실을 다시 확인했다. 이런저런 일들로 늘 분주하기만 한 목사가 세심하게 배려하지도 못했는데, 교우들은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돌보는 가운데 성장해가고 있었다.


그런 이야기와 감회 끝에 우리는 새해 목표를 설정했다. 일종의 화두로서 “공명과 연대”를 내비쳤더니 다들 공감하고 공명했다. ‘공명(共鳴)’은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에 대해 자기도 맞장구치며 그것을 따르고 싶어 하는 것을 뜻한다. 다른 누군가가 아파할 때 같이 아픔을 느끼고, 다른 누군가가 기뻐할 때 같이 기쁨을 느끼며, 나아가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 그것이 공명이 뜻하는 바다. ‘연대(連帶)’는 함께 하는 행동, 함께 하는 실천을 뜻한다. 마음이 통하고 뜻이 통하면 같이 행동하고 실천하는 게 당연하다. 연대는 함께 살아가고 함께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공명과 연대”, 그것은 우리 교회 안에서 이뤄야 할 정신이요, 동시에 우리 사회 안에서 실현해야 할 소중한 정신이다. 더욱이 저마다 자기만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현상이 날로 심해지고 있는 오늘 우리 사회 현실에서 교회가 스스로 그 정신으로 무장해야 할 뿐 아니라 그 정신을 더욱 널리 퍼뜨리는 역할을 담당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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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묵 / 천안살림교회 목사 / http://www.salri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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