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연구

[바울서신 읽기 50] 공동체 안의 윤리와 공동체 밖의 윤리 - 고린도전서 5:9~13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5-04-01 21:17
조회
1294
천안살림교회 2015년 수요 성서연구

바울서신(고린도전서) 읽기 / 매주 수요일 저녁 7:30

2015년 4월 1일 / 최형묵 목사


제50강 공동체 안의 윤리와 공동체 밖의 윤리 - 고린도전서 5:9~13


1. 또 다른 편지 - 5:9


바울은 음행하는 자를 교회 안에서 제거할 것을 이전에도 권고하였음을 환기한다. 음행하는 자들과 상종하지 말라는 것을 이전의 편지에서 말했다고 밝히고 있다. 지금 고린도교회에 보낸 편지는 두 편이 전해지고 있지만, 또 다른 편지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러니까 현재의 고린도전서 이전에 또 다른 편지가 있었다는 뜻이다. 오늘날에는 두 편만 전해지고 있지만, 사도 바울이 고린도교회에 보낸 편지는 총 네 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공동체 안의 윤리와 공동체 밖의 윤리 - 5:10~13


바울은 음행을 하는 자들과 사귀지 말라고 한 뜻을 좀 더 분명하게 밝힌다. 이 대목에서는 탐욕을 부리는 자들, 약탈하는 자들, 우상을 숭배하는 자들이 더 추가되어 있다. 바울은 전의 편지에서 말한 뜻은, 이들과 전적으로 사귀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님을 밝힌다. 이들과 전적으로 사귀지 않으려면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세상 안에 있는 교회의 실존을 말하는 것으로서 매우 중요한 신학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교회가 세상 밖에 있다면 교회를 구성하는 구체적인 사람들이 그들과 접촉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회가 세상 안에 있는 한 그들과 접촉하는 일은 불가피하다. 바울은 세상과 결별하여 수도생활을 하는 이들을 몰랐을 리 없다. 이미 초기교회 이전에도 다양한 수도집단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울은 교회가 수도자집단으로서 세상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 한 가운데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탄의 대상이 되는 여러 사람들과 접촉은 불가피한 일이 된다.

그러나 바울은 ‘형제나 자매로 일컫는 사람’ 곧 그리스도인으로서 교회 안에 있는 사람이 음행을 저질렀을 경우에는 식사도 함께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공동체 밖으로 배제하라는 뜻이다. 여기에는 음행하는 자 외에도 탐욕을 부리는 자, 사람을 중상하는 자, 우상을 숭배하는 자, 술 취하는 자, 약탈하는 자 등이 더 언급되어 있다. 바울은 교회 안에서 이들과 사귀지 말고 밖으로 내 쫓으라고 한다. 교회 밖의 악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지만 교회 안에 악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교회공동체의 엄격한 규율로 이들을 다스려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은 공동체의 순수성을 보존하기 위해서이다. 이것은 교회공동체가 세상 안에 있지만 세상과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목적을 지녔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스도의 복음을 따르는 교회공동체는, 엄격한 윤리로 본을 보여야 하는 책임을 지니고 있다고 본 것이다.

한편 세상 밖의 악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소극적 의미에서 교회공동체가 어쩔 수 없이 내버려둘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엄밀히 말해 내버려진 것은 아니다. 바울은 밖에 있는 악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하나님의 심판에 맡겨져 있다고 말한다. 결국 밖에 있는 악한 사람들의 경우에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이 면해진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바울은 세상 밖의 악한 사람들이 내버려진 채 심판을 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육체는 멸망을 당하고, 그 영은 주님의 날에 구원을 얻게 해야 할 것”이라는 5절의 말씀을 환기하면, 그 악한 자들을 교회공동체에서 추방하는 것은 그들을 영영 내팽개치기 위함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부여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점에서 교회는 엄격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함으로써 그로부터 벗어났던 이들이 다시 되돌아올 수 있는 거점으로 역할 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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