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연구

[바울서신 읽기 53] 결혼생활에 대하여 - 고린도전서 7:1~7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5-04-29 21:24
조회
1367
천안살림교회 2015년 수요 성서연구

바울서신(고린도전서) 읽기 / 매주 수요일 저녁 7:30

2015년 4월 29일 / 최형묵 목사


제53강 결혼생활에 대하여  - 고린도전서 7:1~7


바울 서신은 매우 구체적인 상황 가운데서 작성되었고, 따라서 기본적으로 그 구체적인 상황 가운데서 어떤 권면을 시도하고 있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바울 서신의 그런 성격을 이 대목에서 매우 확연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 대목은 주로 결혼생활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바울의 권면은 고린도교회 교우들이 서신을 통해 물어 온 것에 대해 답변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첫마디, 곧 ‘남자는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라는 구절은 고린도교회 교우들이 물어온 편지를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고린도교회 안에는 성적으로 문란한 당시 세태를 그대로 반영한 문제를 안고 있었는데, 동시에 교회 안에는 그런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며 어떤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노력 또한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도 바울에게 해법을 찾는 편지를 보냈다는 것은 그런 상황을 말해준다. 남자가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것은 금욕주의적인 해법을 암시한다.  

그러나 바울은 그것이 바람직한 해법이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 남자이든 여자이든 인간에게 성적 욕망은 당연한 것이기에 그것을 억지로 억제한다면 또 다른 문란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바울은 염려한다. 그래서 바울은 음란에 빠질 유혹을 이겨내는 방법으로서 결혼생활을 말한다. 사실 바울이 결혼생활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결혼생활의 의미를 상당히 제한적으로밖에 말하고 있지 않은 셈인데, 여기에는 자신의 경험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7절 참조). 물론 그렇다고 하여 바울이 결혼생활 자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욕망을 가진 인간의 실상을 인정하고 그 욕망의 충족을 위한 건강한 관계로서 결혼생활을 인정하고 있다.

바울은 이 결혼생활에서 남편과 아내가 동등한 의무를 지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3~4절 의 남편과 아내의 역할을 규정하는 내용이 정확하게 대구를 이루고 있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울이 양성의 관계를 동등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는 주로 성적 관계에서의 상호간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성적 관계에서 그렇게 엄격하게 동등성을 지니고 있다면 여타의 부부관계 전반에서도 그래야 한다는 것은 매우 당연한 귀결이다.

바울은 여기서 기도에 전념하기 위해 부부간의 성적 관계를 합의하에 일시적으로 금할 수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그렇게 하지는 말 것을 권하고 있다. 오히려 절제하지 못함으로써 사탄의 유혹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부간의 성적 관계의 일시적 제한이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여 또 다른 성적 문란함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바울은 일시적으로 부부의 성적 관계를 단절하는 것을 허용할 수는 있지만, 부부관계 안에서 그것이 정상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 6절의 그렇게 해도 좋다는 뜻으로 말하는 것이지 명령으로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는 이른바 영적 생활을 위한 부부의 성적 관계의 일시적 중단에 관한 이야기이다.

물론 바울은 결혼생활과 관련하여 자신만의 고유한 생각이 있다. 7절에서 모든 사람이 나와 같기를 바란다고 한 것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적극적인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32절 이하 참조). 이것은 구약성서의 전통 내지는 유대교적 전통과는 다른 생각이다. 구약성서는 남녀가 결합하여 부부를 이루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바울은 그리스도와 하나 됨을 위하여 결혼하지 않는 것이 적극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래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은사는 제 각각이기에 저마다 은사대로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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