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연구

[바울서신 읽기 54] 그리스도인 사이의 결혼, 비그리스도인과의 결혼 - 고린도전서 7:8~16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5-05-13 21:55
조회
1445
천안살림교회 2015년 수요 성서연구

바울서신(고린도전서) 읽기 / 매주 수요일 저녁 7:30

2015년 5월 13일 / 최형묵 목사


제54강 그리스도인 사이의 결혼, 비그리스도인과의 결혼 - 고린도전서 7:8~16


1. 그리스도인 사이의 결혼 - 7:8~11


바울은 앞서 일반적인 결혼생활의 의미에 대해 말한 후 이 대목에서는 구체적인 상황을 두고 말한다. 먼저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과 과부들에게 말한다. 이들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아마도 고린도교회 안에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바울은 이들에게 자기처럼 지내는 것이 좋다고 권면한다. 자기처럼 산다는 것은 독신으로 지내는 것을 뜻한다. 바울은 처음부터 독신이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나중에 독신이 되었을 수도 있는데 공적인 생애 내내 독신으로 지낸 것이 분명하다. 바울이 결혼했다가 독신이 되었을 가능성을 추정해볼 수 있는 것은 통상 유대교 랍비들이 결혼하지 않은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본격적인 선교활동을 펼쳤던 바울에게 결혼생활이 어려운 것으로 인식되었고, 그러기에 내내 독신으로 지냈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과 과부들에게 자신처럼 그렇게 독신으로 지낼 수 있다면 그것이 더욱 좋겠지만, 절제할 수 없다면 결혼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이 이야기를 통해 바울의 견해를 집약하면,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욕망을 절제하고 독신으로 사는 것이 최상의 삶이고, 그 다음은 성적인 욕망을 충족하되 결혼생활의 안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고, 최악의 경우는 결혼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성적인 욕망을 충족시키려 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결혼한 그리스도인들을 두고 말한다. 이 대목에서 바울은 매우 특이한 어법을 취한다. 자기 말이 아니라 주님의 명령을 말한다고 한다. 바울이 이렇게 말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이러한 어법을 취하는 까닭은 사실은 그가 예수의 직접적인 교훈을 거의 알지 못한 반면 이 결혼에 관한 교훈은 그가 알고 있는 매우 드문 예수의 교훈이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주님의 명령은, 아내는 남편과 헤어지지 말아야 하며 남편도 아내와 이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마태 5:32 // 19:3~9 // 마가 10:2~12). 유대교에서는 남편이 아내와 이혼할 수 있는 경우를 인정했지만(신명기 24장), 예수께서는 이혼 자체를 금지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것 같다. 이 문맥에서도 여자에게는 ‘헤어지다’라는 말을 쓴 반면 남자에게는 ‘이혼하다’라는 말을 사용한 데서 드러나듯이 ‘이혼’은 대개 남성의 주도로 이뤄졌으며, 이를 금지한 것은 남성의 일방적 권한의 남용을 금지함으로써 여성을 보호하려는 뜻을 지녔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만일 헤어진 상태이면 재혼하지 말고 화해하도록 여성에게 권하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빠지는 것을 신중하게 경고하는 의미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 남성에게는 그저 이혼하지 말라고만 말하고 있는데, 아마도 바울은 여성에게 한 말과 똑같이 남성에게도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있었을 것이다.    


2. 그리스도인과 비그리스도인 사이의 결혼 - 7:12~16


그 밖의 경우는 그리스도인이 비그리스도인과 결혼한 경우를 말한다. 바울은 이를 두고 주님의 명령이 아니라 자신의 말이라고 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바울이 주님의 명령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율법주의적으로 받아들이고 선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나름대로 그 취지를 이해하고 자기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우선 바울은 그리스도인 남편이나 아내가 비그리스도인인 아내와 남편과 함께 사는 경우 상대가 헤어지기를 요구하지 않는 한 그리스도인의 입장에서 이혼을 주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한다. 일단 이혼 자체를 금지한 주님의 명령과 일치하는 권면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관점에는 일반적인 통념을 넘어서는 매우 적극적인 태도가 그 바탕에 깔려 있다. 예컨대 순수와 비순수가 혼합될 경우 순수가 비순수에 의해 오염된다는 것이 일반적 통념이지만, 여기서 바울의 입장은 그 반대이다. 성별된 그리스도인이 성별되지 않았던 비그리스도인을 오히려 성별시키는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도 거룩하게 구별된 존재이다. 이것은 아내가 남편을 구원할 가능성, 남편이 아내를 구원할 가능성을 유념한 것(16절)으로, 그리스도인과 비그리스도인과의 관계를 매우 적극적으로 전망하는 태도이다.

그러나 바울은 만약 믿지 않는 쪽에서 헤어지자고 할 것 같으면 미련없이 헤어지라고 말한다. 이 권면은 어떤 경우라도 이혼을 금지하는 주님의 명령과는 다른 것으로, 바울이 매우 구체적인 상황에서 자기 나름의 권면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님의 명령을 율법주의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바울은 그 이유로,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인을 평화롭게 하려고 부르셨다는 것을 든다. 같이 사는 것이 평화를 깨트린다면 굳이 연연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바울에게서 이에 관한 태도는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의 태도와 비그리스도인과의 관계에서의 태도가 다르다. 그리스도인 부부의 경우 그 자체로 평화로운 삶을 구현해야 한다는 책무에서 결혼관계의 성실성을 지켜야 한다면, 어느 한편이 비그리스도인이고 바로 그 당사자가 헤어지기를 요구한다면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그 요구대로 하라는 이야기이다. 이 견해에는 독신으로 사는 것을 이상으로 삼은 바울 자신의 체험이 깊게 배어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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