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낯선 사람, 낯선 교회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08-06-25 00:16
조회
3379
* <주간 기독교> 목회단상 68번째(7월 7일자) 원고입니다(080622)


낯선 사람, 낯선 교회


작은 교회에 늘 보던 얼굴만이 아니라 낯선 얼굴이 보이면 반갑기 그지없다. 그렇게 낯선 얼굴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는 건 교회로서는 고마운 일이고 그야말로 은혜다. 우리 교회를 그렇게 찾는 이들은 대개가 인터넷을 통해 ‘연구’를 충분히 하고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전혀 사전 탐색이 없이 교회에 와서 처음 예배를 드리며 당황해하는 기색을 역력히 비치는 이들도 없는 게 아니다. 그런 경우 끝까지 예배를 온전히 드리고 가벼운 인사까지 나누고 떠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축도가 끝나자마자 황급히 자리를 뜨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가끔은 처음에는 다소곳이 앉았다가 말씀이 채 시작되기도 전에 살짝 자리를 뜨는 이도 있다.


나나 교우들은 이해할 만하다고 공감하면서도 내심 뜨악해마지 않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교회는 누구나 올 수 있어야 하고 어떤 형태의 배타성도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고 다들 믿고 있지만, 우리도 모르는 사이 분위기 그 자체만으로 어떤 배타성을 띠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시 되돌아보기도 한다. 뭐가 그렇게 낯설게 느껴지고 불편하게 느껴졌던 것일까?


우리에게는 이미 익숙해져 있지만 확실히 다르다면 다른 게 있다. 기존교회와 달라야 한다는 생각에 공감하고 있으니 다른 면모를 지니고 있는 게 당연하다. 우선 예배격식이 기존교회와 다를 수도 있겠다. 세계교회 예배의 표준형에 해당하는 <리마예식>을 간소화한 형태가 오히려 한국교회에서는 낯선 게 사실이다. 주기도문도 다르다. 눈만 감으면 절로 튀어나오는 기존 주기도문이 아니라, 현대어법에 맞춰 보다 우리말답게 고쳐 번역한 주기도문을 찬송으로 부르고 있으니 다르다. 성경도 다르다. 흔히 쓰는 개역성경만이 아니라 한국교회에서 공인된 세 가지 번역본과 그 개정판 포함해 총 여섯 종류를 모두 사용한다. 성경봉독을 맡은 이는 언제나 자신의 성경번역본을 밝히고 봉독을 하고 있다. 그러니 오직 개역성경만을 성경으로 아는 이들에게는 낯설 것이다. 처음 교회를 찾은 이들이 가장 낯설어하는 것은 찬송가 이외의 노래들인 것 같다. 기존 찬송가도 사용하지만, 그 밖에도 오늘의 감성에 맞는 다양한 노래들을 예배중에 활용하고 있다. 설교, 그건 내 입으로 자평하기 어렵지만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아마도 모든 교회는 다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우리 교회는 무척 낯선 교회로 느껴지는 모양이다. 같은 뜻을 지니고 있는 다른 교회의 어떤 교우가 우리 교회 예배를 드리고 난 다음 무척 ‘클래식’하다고 해서 웃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 ‘클래식’한 예배마저도 낯설게 느껴지고 있다면, 무슨 변명을 해야 되는 것일까? 교회문화의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 지금 한국교회 현실인 게 분명하다면, 우리 교회는 여전히 낯선 사람들에게 낯선 교회로 느껴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믿음으로 나아가는 우리들에게 그건 한동안 감수할 수밖에 없는 타인의 시선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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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묵 / 천안살림교회 목사 / http://www.salrim.net/
전체 6
  • 2008-07-08 11:56
    새로운 분들이 오시면 '과연 이 예배 분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일까?'하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앞서는 것은 사실이지만, 조금은 다르지만 그렇다고 이상한 것도 아닌, 더욱이 의미있는 변화를 시도하는 과정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rn'새 술'을 원하는 분들에게 '새 부대'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목사님 !!!

  • 2008-07-08 22:37
    그렇지요?
    rn그렇게 가야겠지요!^^

  • 2008-07-16 18:35
    나는 늘 그곳에 가서 예배드리고 싶다. 그런데 은퇴나 해야 될랑가?

  • 2008-07-17 23:19
    ㅎㅎㅎ 은퇴 후 환영합니다요.^^

  • 2008-08-01 10:44
    목사님 천안살림교회 예배 모형이 장차 제가 드려야 할 예배의 모형임을 고백합니다.
    rn저도 그렇게 살림교회의 예배 모형을 벤치마킹하면 안될까요? 로얄티 드릴께요^^

  • 2008-08-01 10:58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시지요?
    rn로얄티는 하나님께 듬뿍 드리십시오.^^

천안살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