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그리스도 복음의 신비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09-07-06 00:20
조회
3101
* <주간 기독교> 목회단상 79번째 원고입니다(090706).


그리스도 복음의 신비


두 번째로 필리핀을 방문하였다. 노회의 에큐메니칼협력 위원으로서 필리핀그리스도연합교회 서비사야스교구와 선교협약을 맺기 위해서였다. 2년간의 사전 탐색과 상호 방문 끝에 맺게 된 선교협약이었다. 1948년에 장로교, 감리교, 회중교회, 제자교회, 복음주의교회가 연합하여 하나가 된 필리핀그리스도연합교회는 현재 루손, 비사야스, 민다나오 지역에 각각 2개의 교구가 있어 총 6개의 교구로 구성되어 있고, 쎄부에 본부를 두고 있는 서비사야스교구는 그 가운데 하나였다.


3박4일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제법 많은 것을 접할 수 있었다. 공식일정 첫날 교구장인 카미노 목사님은 필리핀그리스도연합교회와 서비사야스교구의 현황을 소개하는 가운데 한국교회의 선교와 관련하여 귀담아들을 만한 대목을 짚기도 했다. 많은 한국교회가 필리핀 지역교회들과 직접 연계하여 선교활동을 하면서 문제를 심심치 않게 야기한다고 했다. 그 대부분은 돈 문제라고 했다. 반면에 우리가 속한 교단은 현지 교회의 공식통로를 존중하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어 신뢰감을 갖고 있다고 해서 우리는 안도했고 이후 일정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


개별 교회 현장이나 교회의 내부 구조 등을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는 없었지만 필리핀교회 전반적으로 여성과 평신도의 활동이 매우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농촌이나 산지의 많은 교회들에는 목회자가 없어 평신도들이 예배와 공동체를 이끌어 가고 있다고 했고, 우리가 머물렀던 쎄부의 센뎃 본부에서는 주기적으로 평신도 교육이 이뤄지고 있었다. 같은 번지 내에는 병원과 교회, 그리고 학교가 함께 있어 그야말로 다각적인 복음전파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서비사야스교구는 공정무역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었다. 공정무역 가게와 그 주요품목인 말린 망고를 생산하는 농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공정무역이란 자본의 이윤추구 논리를 배제하고, 생산자에게는 정당한 가격을 주고 소비자에게는 안전한 식품을 제공해주는 거래를 말한다. 그 농장에서는, 소규모의 농가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망고들을 대자본 유통업체들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구입해 일일이 수작업으로 가공하여 여러 나라로 보내는 과정을 자세히 안내 받을 수 있었다.


심심치 않게 다른 나라의 교회들을 방문하고 교류해 왔지만, 마침 공식적으로 선교협약을 맺는 계기였던지라 그 감회는 더욱 새삼스러웠다. 서로 다른 경험을 지니고 있고 서로 다른 형편에 있는 교회들이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서로 협력하고 연대하는 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신비요 은혜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그리스도의 복음을 실현하기 위해 서로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를 모색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신비 아닌가?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이름 하나로 금방 동무가 되고 형제가 되는 체험은 놀라운 것이었다. 어찌 낯선 나라의 교회들과 만날 때만 체험되는 것일까? 애초 전혀 다른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교회 자체가 그 신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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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묵 / 천안살림교회 목사 / http://www.salri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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