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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네덜란드,덴마아크 - 저희 마지막 행선지입니다

작성자
박은경
작성일
2011-08-19 08:50
조회
1749




[의문과 미련이 남아 있는 벨기에]


만 하루도 안 되어 떠나 온 나라. 우리를 마치 등 떠밀어 내보낸 것 같은 벨기에를 정신 없이 들러 왔습니다. 학교 교과서에 늘 베네룩스 3국의 한 나라로, 작지만 내실 있는 선진국으로 기억되고 수도 브뤼셀은 나름의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기대하며 들어 섰지요.  

북프랑스에서 벨기에 남부로 진입 -수도 브뤼셀에서 하룻밤 묵고 -북부를 지나 네덜란드로 올라 왔는데, 국도로도 댓시간이면 남북으로 관통이 가능한 작은 나라입니다.


그런데 저녁 7시 퇴근시간인데도 거리에 사람이 통 보이지 않습니다. 큰 수퍼마켓도 문을 닫았구요. 마치 정지 된 도시처럼. 그런 분위기가 한시간 쯤 이어지더니 도심에 들어서자 시내 큰 길을 따라 상설처럼 설치되어 상업중인 대형 놀이기구들의 엄청난 행렬과 그로인한 교통 체증.

에버랜드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놀이기구들이 도심 한 쪽에 몇백미터나 이어져 늦은 시각까지 온 거리가 술렁대는 모습. 이해하기 조금 힘든 광경이지요.

어두워 도착한 숙소 주변의 흉흉한 분위기, 또 하필 문도 잘 안 잠기는 허름한 숙소 내부며 밤새 울려대는 구급차 소리며...  비슷한 가격대의 숙소예약에도 불구하고 그렇듯 불안한 여건의 숙소에 머물게 되었었네요.  어느날은 더 머물고 싶을만치 편안한 곳이 있었고 또 이렇게 하룻밤도 길게 느껴질 만큼 어서 날이 밝아 뜨고 싶은 곳도 만나게 되네요.

밖의 길에 주차해 놓은 차도 걱정이 되어 날이 밝자마자 나가 확인해야 했구요.


이튿날 그들의 교통문화도, 길 형세도 아직 익숙치 않은 가운데 정신 없는 도심을 빠져 나와 북쪽으로 올라오니 이제와는 전혀 다른, 그간 많이 보아 온 유럽 여느 도시의 거리 풍경이 등장 하네요. 널널한 주택들. 노천 카페와 레스토랑.. 그리고 백인들 뿐.    

어느 도시나 지역별로 보이는 모습이죠. 북쪽 백인들의 생활권과 남쪽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들의 생활권이 나뉘어져 있던 미국의 보스턴 같은, 즉 남과 북의 나뉘어진 모습.

본토 백인들은 북쪽에서 많이 보이고 남쪽과 수도권 시내 중심가는 외국인 이주자를 포함해 여러 인종이 섞여 있는 모습입니다. 거리의 정리된 모습도 딱 그 정도로 나뉘고, 안정되고 불안해 보이는 분위기도 딱 그 정도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마치 두 나라를 다녀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 였습니다.


벨기에에 가면 감자튀김을 꼭 먹으라 했던 어느 여행기의 소개를 기억하고 국경  넘어버릴세라 열심히 찾는데 어느새 네덜란드 차 번호판만 거리에 보입니다. 이정표 하나 없이 국경을 넘었나 봅니다.  왜 우리만 그토록 국경에 대해 민감해야 하고 늘 긴장해야 하는지 이곳에 와서 수도 없이 드는 생각입니다. 울상이 된 진건이 때문데 차 돌려 다시 벨기에로.  결국 감자튀김 맛을 보고서야 그 곳을 떠나 왔답니다. 독일어를 쓰는 네덜란드인이 경영하는 벨기에식 감자튀김. 유럽에서는 독일어가 강세임을 와보고 알았습니다.

영어보다 독일어가 제 2 외국어로 통용되는 나라가 의외로 많더군요.


너무도 짧은 시간 한 단면들만을 스치듯 보았기에, 그것도 가장 허름한 서민들의 거리에 머물렀다 할 수 있기에 그 어느 것도 쉽게 평가 할 자격 안 되겠지요.

하나, 중심도시를 관통하며 남에서 북으로 확연히 달라지던 거리거리의 모습들, 사람들의 모습들 속에 분명 벨기에의 한 면을 본 것은 사실입니다. 다른 면들에 대한 의문과 미련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풍차와 튜울립이 없었던 네덜란드]


네덜란드에 가면 높은 둑 옆에 풍차가 돌고 튜울립이 만발하리라 기대 했었는데. 마치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소가 연자매 돌리는 거 보길 기대 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얘기임을 깨달았습니다.

이미 풍차 멎은지 한 세기도 더 지났고 대신 우리 대관령 고개에서 볼 수 있는 엄청남 양의 풍력 발전기들만 쉼 없이 돌고 있네요. 그래서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관광객들 대상으로 마치 우리 민속촌처럼 꾸며놓은 ‘풍차마을’을 일부러 방문 했지요.

몇 개의 풍차와 그 내부에 들어가 구조를 직접 볼 수 있게 박물관처럼 꾸며 놓았더군요. 튜울립도 재배지가 따로 어딘가에 있겠지요.  


대신 끝도 없이 펼쳐진 어마어마한 면적의 초원과 한가로이 풀 뜯는 소떼, 양떼들을 원 없이 보고 왔습니다. 낙농국가의 명성에 걸맞는 풍광이었죠. 그래서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의 가격이 다른 어느 곳보다도 싸고 종류도 많더군요. 우유 1L에 1,500원 이하의 우유도 몇 종류나 되니까요. 그건 덴마아크에서도 확인 했는데 다른 물가가 비교적 비싼데 비해 유제품만큼은 우리보다 쌌습니다.

점심은 보통 지나가는 동네 슈퍼마켓에 들러 샌드위치나 과일등으로 해결하곤 했기에 이젠 일부 품목들의 물가가 자연스레 비교가 됩니다.


무엇보다도 네덜란드는 친환경국가임에 틀림 없네요. 차 만큼 많이 이용하는 자전거. 평지가 많은 땅에서 그들이 누리는 또 하나의 특혜가 부러웠습니다. 자전거에 사람에 버스차선은 구분되어 있지 게다가 전차까지 다니니 정신이 하나도 없더군요. 유럽 도심엔 전차들이 많이 다녀 운전이 쉽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어느 도시였던가 전차가 안 오길래 선로 위로 가다가 옆 차도로 내려 오는 길이 없어 조마조마해하며 운전 했던 적도 있었네요.


비가 내려도 유유히 자전거로 움직이는 사람들. 아무도 뛰는 사람이 없네요. 우리만 뛰어 다닐 뿐. 아이들이 그럽니다. “여기는 방사선 비가 아닌가봐. 사람들이 안 뛰어 다녀.”

아뭍든 가장 여유가 느껴지고 친환경적인 나라. 물가도 그리 비싸지 않고 또, 본국어인 네덜란드어가 있고 독일어가 동시에 쓰이는 데도 거리에서도 말이 가장 잘 통했던 나라.

뭐 사실 그동안 말이 안 통해도 서로 각자 말 계속 고집하며 어디서고 손으로 표정으로 대화가 가능 했었지만.    

그 곳을 떠나오며 우리는 네덜란드를 ‘가장 살고 싶은 나라’로 합의 했습니다.    



[춥고 비싼 덴마크]


덴마크에서는 캠핑장에서 3박을 했습니다. 텐트생활을 한 것은 아니고 캠핑장 한 쪽에 작은 빌라같은 방갈로들이 있어 우리같은 여행객들도 머무를 수 있는 곳이었지요. 텐트치고 캠핑하라하면 왠지 자신없어 지는데, 현대 차 ‘소나타’에 캠핑카 달고 들어오시는 머리하얀 할머니, 할아버지. 열심히 텐트 치시는 거 뵈니 나이가 상관 없는 분위기입니다.

길에 왜 이리 캠핑카들이 많나 했더니 이렇게 캠핑 문화가 일반화 되어 있네요.

말 나온 김에, 유럽 거리에 우리차가 심심치 않게 보이네요. 특히 마티즈, 모닝 같은 작은 차들이 주로 보입니다. 아이들의 관심은 온통 차에 있에 그렇잖아도 계속 잔소리를 했지요. 이런 비싼 여행 와서 차만 구경하고 있냐구요.


와보니 공용화장실 이용하는 것 말고는 모든 시설이 쾌적하게 잘 되어 있는 천안종합운동장만한 큰 캠핑장입니다. 덴마크 동쪽 끝 안데르센이 태어난 ‘오덴세’라는 바닷가 마을. 집도 가끔씩 있는 이런 시골 마을에 잘 알지도 못하는 코리아라는 먼 나라에서 온 누런 피부색의 한 가족이 조용한 동네를 시끄럽게 했지요.

캠핑장에 와서도 9시 되니 쥐죽은 듯 조용합니다. 이 사람들 밤에 화장실도 안 다니나? 우리 말고는 100%백인들 뿐이라 가는 곳마다 시선집중. 아이들이 주눅 들 정도로 다니는 곳마다 조용히 시키느라 부모도 아이들도 서로 힘들었네요.  

처음 와서 독일 초등학교를 방문 했었는데 우리가 북한에서 온다 소문이 나 학부모들이 내색은 안 했어도 내심 긴장들 했었던 모양세였는데, 이들도 속으로 별 생각들 다 했겠지요.  


참 재미있는 사실 하나가 언어인데, 국경선만 있지 다들 붙어 있는 나라들이 어쩜 이리도 제각각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지 참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한국도 고유 언어가 있느냐 물었던 어느 독일인의 질문처럼 저 역시 가는 나라마다 각기 독립된 언어가 있음이 세삼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다르지만, 사실 많이 유사한 점이 또 재미있습니다. 많은 단어들이 공유되거나 유사하게 변화되어 마치 사투리정도의 차이도 보이는 경우도 있구요. 그 중 덴마크어는 대강 들어선 독일어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비슷하게 들립니다.


와서 보니 유럽은 많은 부분 독일문화권임이 느껴집니다. 언어에서도 문화에서도 생각보다 그 영향력이 크네요. 그래서 프랑스가 그리도 티나게 견제를 하는가 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독일의 발전요인으로, 천혜의 자연자원만이 아닌 유럽 교통의 요충지로서의 잇점도 컸으리라 생각 됩니다(제 짦은 소견으로도). 8개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동서로 남북으로 온 유럽이 독일을 통하지 않고는 일 진행이 될 수 없을법한 상황이 지도상으로도 뻔히 보입니다. 독일 고속도로 ‘아우토반’ 역시 그런 필요에 의해 그렇도록 잘 만들어져 유럽의 산업도로의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싶구요. 게다가 통행료도 없으니 더더욱 이용도가 높을 수 밖에.... 실제 고속도로상에 유럽 각 국의 번호판들이 다 보입니다. 독일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누구나 지나며 들러 책보며 쉬다 갈 수 있도록 역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이 도시의 시립 도서관. 도시 크기에 비해 그 규모와 수준이 부러울 정도입니다. 온 도시에서 안데르센을 느낄 수 있는 이 작은 바닷가 마을. 동화 같은 이 마을에 그렇게 잠시 이방인으로 머물다 갑니다.

물가 비싸고 벌써 추웠던 기억도 함께 싸 갑니다.



* 최형묵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08-2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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