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노동권의 강화와 생태계 보전을 위한 권리의 확립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8-03-23 23:07
조회
703
NCCK 정의평화위원회 / 언론위원회 공동주최 시국토론회 토론문
“촛불혁명의 완성, 삶을 바꾸는 개헌 - 10차 개헌 과제는 무엇인가?”
2018년 3월 22일(목) 오후 6:30 / 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

노동권의 강화와 생태계 보전을 위한 권리의 확립

최형묵(NCCK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

1. 노동권과 환경권 강화의 현실적 필요성

삶을 바꾸는 개헌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기본권의 문제는 역시 노동권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극소수의 비율을 제외해놓고는 절대다수의 가계 구성원이 임금노동자로서 생활을 하고 있는 터에, 노동권 보장은 지극히 취약한 상태에 있기에 그 권리의 보장과 강화는 지금 당장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중대 사안일 수밖에 없다.
현행 헌법이 엄연히 보장하고 있는 노동삼권의 차원에서 그 실상을 살펴보면 오늘 한국사회 노동권 보장의 실태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노동조합 조직률은 10.3%로 낮은 상태이고, 여러 사업장에서 노사간 협상은 결렬을 겪고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고공으로 나서 절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며, 노동자들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선택으로서 단체행동 또한 처벌의 대상이 되어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 게다가 산업재해 또한 빈발하여 매년 세월호 희생자 6배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산재로 죽음에 이르고 있다. 또한 일하는 노동자들의 절반에 해당하는 이들이 비정규직으로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있을 뿐 아니라 심한 임금차별로 최저생계비도 보장받지 못해 생활고를 겪고 있다. 여기에 더해 성별임금격차가 OECD 국가 중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여성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더욱 열악한 상태이다. 괄목할 만한 국가경제 규모와 평범한 사람들의 기대 수준에 비춰보더라도 도저히 용인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다음으로 환경권 보장과 관련된 규정은 현행 헌법에서 매우 취약한 상태이다. 그러나 오늘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만큼 환경오염과 생태계의 파괴가 심각해지고 있어 환경권의 보장 내지는 생태계의 보전과 관련된 헌법상의 규정은 매우 절실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2. 노동권의 강화

현행 헌법상 노동권과 관련된 규정은 제2장 제32조~제33조에 해당하고, 노동권과 관련하여 검토 대상이 되어야 할 규정으로는 제23조 재산권 조항, 그리고 이른바 ‘경제민주화’ 조항으로 일컬어지는 제9장 제119조가 있다. 그리고 더 검토해야 할 조항이 있다면 제2장 제34조 복지 관련 조항이 될 것이다. 이미 주 발제에서 이와 관련해서는 충분한 검토가 이뤄졌기에 여기서는 쟁점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는 차원에서 보충적인 언급을 덧붙이고자 한다.
먼저 현행 헌법에서 ‘근로’로 표현된 용어는 ‘노동’으로 바꾸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 현행 헌법상의 ‘근로’라는 개념은 이념대립의 상황 가운데서 ‘노동’의 개념을 피하고자 한 의도를 반영함과 동시에 국가동원체제 시대의 음영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권의 핵심요체로서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의 보장 요건은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 이미 현행 헌법에서 노동삼권을 명백히 보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그 권리들이 완전하게 보장되고 있지 않은 현실이 감안할 때, 그 권리 보장의 의미를 더 분명하게 규정함으로써 헌법적 규범이 현실적 구속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별히 단결권의 자유권적 성격을 분명히 하고 각각의 그 권리들이 갖는 위상을 감안하여 각기 별도의 조항으로 규정하는 것과 그 권리들이 갖는 취지에 반하는 일체의 법률과 관례의 무효를 단서로 하는 것은 그 권리들의 보장을 강조하는 의의를 지닐 것이다. 단체교섭과 관련하여 노사 공동결정 제도 내지는 노동자 경영참여를 보장하는 것 또한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중요한 요건 가운데 하나이다.
여기서 노동자들이 헌법상 보장된 권리를 행사하는 데서 그 어떤 불이익이나 처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백히 해 둘 필요가 있다. 또한 공무원인 노동자의 권리제한에 관한 현행 헌법의 규정도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보장된다는 것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이미 국회의 개헌자문특위에서도 충분히 검토된 바와 같이(2018.1. 보고서), ‘근로의 의무’를 폐지하고 ‘일할 권리’라는 개념을 전제로 하는 가운데 일체의 노동권을 강화하는 규정들(위에 언급한 것들 외에도 생활을 보장하는 적정임금, 동일노동 동일임금, 성별임금격차의 불허 등등)이 보완되는 것은 노동권을 강화하는 바람직한 방향이 될 것이다.
한편 노동권은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체계 안에서 불가불 그와 충돌을 일으키는 경우가 발생하므로, 상호간의 관계를 규율할 수 있는 헌법적 규범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주 발제가 강조하고 있듯이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의 복리에 기여해야 한다는 대전제가 분명하게 확립된다면, 이로부터 사회적 합의에 따른 창의적인 해법이 모색될 수 있다. 이른바 경제민주화 조항도 그 전제에 비추어 전향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특별히 그 조항 가운데 경제주체의 일원으로서 노동자가 명시된다면 노자간의 균형을 바탕으로 하는 경제민주화의 취지를 더욱 분명히 할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에서 이와 관련한 문제의식은 결코 낯선 것이나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평등주의적 성격을 강하게 띠었던 제헌헌법 제정 당시 노동권 문제는 주요쟁점 사항으로 노동자 경영참여권과 이익균점권이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고 결국 그 가운데 이익균점권이 헌법 조항으로 채택된 바 있다. 이후 그나마 박정희 시대에 이익균점권이 사라졌지만, 1987년 헌법개정 당시에도 노동자의 기업참여권과 이익균점권은 쟁점 가운데 하나였다.
대한민국 헌법의 전통에 비추어보나 오늘 현실의 상황에 비추어보나 노동자의 권리 강화와 이를 바탕으로 하는 여러 경제주체들간 균형을 이루는 것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를 헌법에 반영하는 것은 마땅한 요구이다.

3. 환경권을 넘어 생태계 보전을 위한 권리로

현행 헌법에서 환경권 규정은 매우 취약하다. 제2장 제35조에서 3항으로 규정되어 있는 환경권은 사실상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라는 선언적 규정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매우 한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그 권리의 성격 또한 환경에 대한 인간의 향유 권리로서 성격으로 제한되어 있다. 그리고 사실상 그와 동일한 관점에서 경제조항의 하나로서 제9장 제120조에서 국토와 자원에 대한 균형있는 개발과 이용을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 개헌자문특위 보고서는 현행 헌법 제35조에서 주거에 관한 권리를 복지조항으로 돌리고 환경권을 대폭 강화한 안을 제시하고 있다. 현행 헌법의 환경권을 인정하고 있지만, 여기에 더하여 생명체의 존중, 그리고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과 생태계의 보전에 관한 규정을 제시함으로써 오늘의 생명파괴 현상과 생태계의 위기 상황을 반영하여 적절하게 규율하고자 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자연권을 보장해야 할 뿐 아니라 그 법적 대리인에 대한 방안까지 탐색하고 있는 주 발제의 내용은 대담한 제안으로 급진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이 제안은 오늘의 생태계의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고, 그 폐해를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충분히 그 타당성을 인정받을 만하다. 이 자연권이 개정 헌법에서 확립될 수 있다면 기존의 자유권, 사회권, 문화권 등에 더하여 헌법상 기본권을 구성하는 원리를 새롭게 추가하는 것이 될 것이며 그것은 헌법의 여러 조항들에 영향을 끼침으로써 생태계가 온전히 보전되는 조건 안에서 사람들의 새로운 생활양식을 규율하는 규범적 원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주 발제의 주장처럼 자연권의 보장은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 보장의 근본적 조건이 되리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여기 자연권을 둘러싸고 권리와 의무가 상충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이를 위한 국가의 의무는 큰 논란의 여지없어 보이지만, 구체적 사람들에게서 자연권의 보장은 의무로서 부여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자연권을 둘러싼 권리와 의무를 보다 명확히 할 수 있다면 헌법상 기본권의 구성 원리로서 자연권은 확실히 진일보한 규범으로서 몫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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