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연구

[바울서신 읽기 42] 성령이 일깨워준 지혜 - 고린도전서 2:6~16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4-10-29 22:15
조회
1272
천안살림교회 2014년 수요 성서연구

바울서신(고린도전서) 읽기 / 매주 수요일 저녁 7:30

2014년 10월 29일 / 최형묵 목사


제42강 성령이 일깨워준 지혜 - 고린도전서 2:6~16



1. 세상의 지혜가 아닌 하나님의 지혜 - 2:6~9


2장 1절 이하에서 사도 바울은 세상의 지혜, 인간의 지혜로 말하지 않고 하나님의 능력에 근거하여 오직 한 가지 진실을 말하노라고 선포하였다. 그리고 나서 이 세상의 지혜와 대비되는 하나님의 지혜를 말하고 있다. 지혜를 자랑하는 것으로 분파를 형성한 고린도교회를 향한 선포에서 바울은 지혜를 한편으로는 부정적 의미로, 또 다른 한편으로는 긍적적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세상의 지혜가 부정적 지혜를 말한다면 하나님의 지혜는 긍정적 지혜를 말한다.

여기서 하나님의 지혜와 대비되는 이 세상의 지혜의 실체가 매우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그것은 멸망할 자들인 이 세상 통치자들의 지혜와 동일시되는 것이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 세상의 통치자들을 말한다.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 구체적인 통치자들을 말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여전히 세상의 권세를 쥐고 있는 지배자들을 말한다. 사랑의 삶을 사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지는 사람들, 서로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것이 거북스럽게 여겨지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 불온하게 여겨지는 사람들, 인간은 이기적일 뿐이라 믿고 오로지 자신의 지위와 권력, 자신의 영화를 탐하고 그것을 지켜주는 체제를 수호하는 데 혼신을 다할 뿐인 사람들을 말한다. 그들은 하나님의 지혜를 모른다. 고린도교회가 서로 지혜를 자랑하며 분파를 형성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 이 대목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렇게 자랑하며 내세우는 지혜는 하나님의 지혜와 다른 것이며, 그러한 태도는 성숙한 사람의 태도일 수 없다.  

그러나 하나님의 지혜는 오직 사랑으로 도달할 수 있는 지혜이다. “눈으로 보지 못하고, 귀로 듣지 못하고, 사람의 마음에 떠오르지 않은 것들을 하나님께서는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련해 주셨다.” 이사야서 64:4을 연상시키기는 하지만 딱 떨어지게 그 본문을 인용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고, 외경 엘리야의 묵시의 한 구절과 유사한 인용구로 바울은 그 지혜의 성격을 말한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 곧 하나님의 사랑을 알고 체현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영과 하나님의 일을 안다. 자기중심적 세계에 매몰되게 만드는 세상의 지혜와 다른 하나님의 지혜는 곧 하나님에 대한 사랑으로 터득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자기를 초월하는 삶 가운데서 도달하는 지혜이다. 바울이 13장에서 사랑을 역설하고 있는 것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이다.


2. 세상의 영이 아닌 하나님의 영 - 2:10~16


바울은 그 지혜를 하나님의 영을 통해 계시 받게 되었다고 역설한다. 바울은 하나님의 영에 대해 역설하면서 그것을 인간의 영에 대한 유비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파하고 있다. 사람의 영이 아니고서야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영이 아니고서야 하나님의 생각을 깨달을 수 없다고 말한다. 여기서 영은 진정한 내적 자아 또는  본질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이 스스로의 내적 자아를 통해 자기 자신을 알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계시된 하나님의 내적 본질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어서 바울은 세상의 영이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영을 받았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그 영을 받은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은혜의 선물들을 깨달아 알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지는 구절에서 세상의 영과 하나님으로부터 온 영의 대비, 사람의 지혜에서 배운 말과 성령이 가르쳐 주시는 말의 대비로 부연되고 있다. 여기서 하나님의 영, 곧 성령은 지혜의 궁극적 근원이라는 진실이 드러난다. 여기에서 성령의 은사는 진실을 분별하는 지혜로 인식되고 있다.

과연 무엇을 분별한다는 것일까? 후반부의 구절은 그것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신령한 사람은 모든 것을 판단하나, 자기는 아무에게서도 판단을 받지 않습니다. ‘누가 주의 마음을 알았습니까? 누가 그분을 가르치겠습니까?’ 그러나 우리는 그리스도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영을 따라 분별하고 판단하는 사람은 자기 마음 가운데 있는 하나님의 영의 분별력을 따를 뿐이지 다른 사람들의 판단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오늘 본문의 마지막 구절은 하나님의 영으로 우리가 진정으로 분별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지시해 주고 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리스도 사건, 곧 이 땅에서 사랑의 삶을 실천하고 바로 그 때문에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그리스도의 죽음의 의미를 제대로 아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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