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연구

[바울서신 읽기 43] 영에 속한 사람과 육에 속한 사람 - 고린도전서 3:1~4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4-11-12 22:03
조회
935
천안살림교회 2014년 수요 성서연구

바울서신(고린도전서) 읽기 / 매주 수요일 저녁 7:30

2014년 11월 12일 / 최형묵 목사


제43강 영에 속한 사람과 육에 속한 사람 - 고린도전서 3:1~4



1. 영에 속한 사람과 육에 속한 사람 - 3:1~2


바울은 이 대목에 이르러 다소 생뚱맞게 이야기한다. 이미 앞부분에서 할 말의 요지를 충분히 이야기한 것처럼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충분히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곧 영에 속한 사람에게 말하듯이 할 수 없어서 육에 속한 사람에게 말하듯이 했다고 한다. 젖을 먹였을 뿐 단단한 음식을 먹이지 않았다는 비유적인 표현으로 이를 재삼 확인한다. 아마도 이 편지 자체에서 그랬다기보다는 이전에 사도 바울이 고린도교회에 머물 때 그와 같이 했다는 것을 말하는 듯하다. 그런데 사도 바울이 보기에 지금도 여전히 고린도교회 구성원들은 단단한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어린아이와 같은 상태에 처해 있다.

여기에서 영에 속한 사람과 육에 속한 사람의 차이가 무엇인지 암시되어 있다. 영에 속한 사람은 성숙한 사람을 뜻하며, 육에 속한 사람은 미숙한 사람을 뜻한다. 적어도 이 문맥에서 바울은 영과 육을 극단적으로 대비하기보다는 영을 완전한 상태로, 육을 불완전한 상태로 간주하고 있다. 그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어린아이와 같은 사람’이라는 표현으로 더욱 확실하게 뒷받침된다. 여기서 육에 속한 사람은 그리스도를 알기는 하지만,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바울은 고린도교회 구성원들이 아직은 육의 상태, 곧 미숙한 상태에 머물러 있지만 장차 영의 상태, 곧 성숙한 상태에 이르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지금 편지를 쓰고 있다. 또한 자신이 편지를 전개하면서 그 성숙한 상태가 무엇인지를 더욱 분명히 하고자 하는 의중을 비치고 있다.


2. 육에 속한 사람의 실상 - 3:3~4


바울이 보기에 여전히 육에 속한 상태, 곧 미숙한 상태로 있는 고린도교회 구성원들의 실상은 이 대목에서 분명하게 해명된다. 따라서 이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바울이 강조하고 있는 영에 속한 사람의 실상을 가늠하게 해 준다.

바울이 고린도교회 구성원들이 육에 속한 사람들의 상태로 머물고 있다고 하면서 지적하고 있는 점은 ‘시기와 싸움 가운데 있다’는 사실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 어떤 사람은 바울파라고 자처하고 어떤 사람은 아볼로파라고 자처하는 상황이다. 바로 그 상황을 두고 육에 속한 상태, 곧 미숙한 상태라고 했다면, 그것은 자기중심적이고 과시적인 삶의 상태에 있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영에 속한 상태는 그와는 상반되는 상태를 말한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자기중심적 세계를 뛰어넘어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것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흔히 연상하듯이 육에 속한 상태가 물질적이고 육체적인 삶에 매여 있는 삶의 형태이고, 영에 속한 상태가 금욕적이고 정신적인 삶을 지향하는 것으로 대비되는 것이 아니다. 고린도교회에도 영향을 끼쳤으리라 보이는 영지주의를 따르는 사람들은 육체적 삶을 부정하고 금욕적인 삶을 지향하였다. 바울이 보기에 그것마저도 자기중심적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면 육에 속한 상태일 뿐이다. 13장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영에 속한 상태는 신비한 체험을 한 것 그 자체와도 동일시되지 않는다. 고린도교회 안에는 방언과 예언 등 신비한 은사를 받은 사람도 많았다. 바울은 그렇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 대목에서 영에 속한 사람은 곧 사랑을 이루는 삶을 누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곧 자기중심적 세계에 머물러 있다면 그 사람은 육에 속한 사람, 곧 미숙한 사람이요, 하나님에게 자신을 개방하고 따라서 타인에게 자신을 개방하는 사랑을 이룬다면 그 사람은 영에 속한 사람, 곧 성숙한 사람이라는 것을 바울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고린도교회의 여러 분파들 가운데, 앞서 말한 바와 같이(1:12) 게바파와 그리스도파를 제외하고 바울파와 아볼로파만을 언급한 것은 의도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게바파, 곧 베드로파는 확실히 바울이 지향하는 입장과 다르기 때문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는 것을 갖고 다투는 상황을 문제시하는 대목에서는 언급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또한 그리스도파는 그 실체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어떤 의미에서 바울은 모두가 ‘그리스도파’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는 셈이기에 특정한 분파를 지칭하는 그 말이 불러일으키는 문제를 회피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바울은, 이 대목에서 아볼로와 자신이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은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는 것을 암시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어떤 차이를 근거 삼아 파당을 형성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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