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연구

[바울서신 읽기 44] 예수 그리스도의 기초 위에 지은 집 - 고린도전서 3:5~17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4-11-19 22:06
조회
1276
천안살림교회 2014년 수요 성서연구

바울서신(고린도전서) 읽기 / 매주 수요일 저녁 7:30

2014년 11월 19일 / 최형묵 목사


제44강 예수 그리스도의 기초 위에 지은 집 - 고린도전서 3:5~17



1. 바울과 아볼로 - 3:5~9


본질적인 차이가 없는 바울의 입장과 아볼로의 입장을 두고 파당을 형성한 것은 옳지 않다고 역설한 바울은, 차이가 없는 두 사람의 관계를 부연하여 설명하고 있다. 우선 바울은 자신의 입장마저 상대화시키는 태도를 분명히 취한다. “아볼로는 무엇이고, 바울은 무엇입니까?” 이것은 의역이 아니라 직역이다. 근본적인 대의, 곧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떠나서는 각각의 가르침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물론 전적으로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다. 고린도 교회 공동체를 일구는 데서 바울은 심는 역할을 했다면, 아볼로는 물을 주는 역할을 하였다. 이 비유는 바울과 아볼로의 역할을 암시한다. 그러나 자라게 한 것은 하나님이라고 바울은 그 역할의 의미를 강조한다.

그리고 그 나름대로 수고한 사람은 각기 그 삯을 받을 것이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철저한 보상의 원칙을 말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그 열매를 기쁨으로 누린다는 뜻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전제하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동역자요, 여러분은 하나님의 밭이며, 하나님의 집입니다.”라고 말한다. 하나님의 동역자라는 말은 이중적 의미를 내포한다. 우선 철저하게 하나님의 뜻에 충실한다는 것을 뜻한다. 자신의 인격과 학식에 앞서 하나님의 대의에 충실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 일을 동역자로서 기꺼이 행한다는 것을 뜻한다. 일방적 지시에 따르기보다는 함께 거드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기쁨으로 그 일을 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바울은 앞에서 들었던 비유와 새롭게 들고자 하는 비유를 겹쳐서 이야기한다. “여러분은 하나님의 밭이며, 하나님의 집입니다.” 앞에서는 그리스도인의 공동체를 하나님의 아름답고 풍요로운 농원으로 비유했다면, 이제부터는 건축물로 비유하고자 한다.


2. 예수 그리스도의 기초 위에 지은 집 - 3:10~15


바울은 이제부터 그리스도인의 공동체를 견고한 건축물에 비유하고 있다. 이 비유의 중심이 되는 초점은 분명하다. 교회 공동체를 세우는 것은, 튼튼한 기초 위에 제대로 된 재질로 건축을 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 간명한 비유는, 지금 고린도교회 공동체가 두 가지 측면에서 잘못을 범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첫째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기초 밖에 다른 기초 위에 건축을 세우는 것이다. 하나님, 곧 그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보여주신 예수 그리스도보다 우선하여 인간 지도자를 떠받드는 교회의 현실을 유념한 것이다. 둘째는 적절하지 않은 재질로 건축을 하는 것이다. 비유에 등장하는 소재들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지만, 바울이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최후의 심판에 등장하는 불의 표상을 유념하면서 불에도 견딜 수 있는 재질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여기서 유념하고 있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정통한 내용이 아니라 그로부터 곁길로 빠진 다른 가르침을 별 생각 없이 받아들이는 태도이다. 아마도 고린도교회에서 문제가 된 그 다른 가르침은 유대교의 율법주의와 상관이 있을 것이다. 결국 교회 공동체가 그렇게 잘못을 범한다면, 그것은 그리스도의 공동체, 그리스도인의 공동체로서 의미를 상실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이어지는 구절은 보상의 논리를 배격하는 바울의 전반적인 입장을 감안할 때 미묘하다. “어떤 사람이 지은 작품이 그대로 남으면, 그는 삯을 받을 것이요, 어떤 사람의 작품이 타 버리면, 그는 손해를 볼 것입니다. 그 사람은 구원을 받을 것이지만, 마치 불 속을 거쳐서 살아나오듯 할 것입니다.” 삯을 받고, 손해를 본다는 것은 철저한 보상의 논리를 말하는 듯 보이지만, 여기서는 기쁨의 열매를 누리느냐 못 누리느냐 하는 정도의 차이를 말한 것으로 보인다. 정작 미묘한 것은, 적절치 못한 재질로 집을 지은 사람은 “구원을 받을 것이지만, 마치 불 속을 거쳐서 살아나오듯 할 것입니다.”라고 한 구절이다. 집은 잃지만 목숨은 가까스로 건진다는 이야기인데, 흔히 종말론적인 최후심판의 상황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이다. 선택받은 사람과 선택받지 못하는 사람이 선명하게 엇갈리는 최후의 심판과는 다른 풍경이다. 아마도 바울이 이렇게 말한 데에는, 유대교의 율법주의를 존중하는 그리스도인의 최소한의 선의만큼은 인정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설령 선의를 갖고 있었고, 그런 만큼 선의 그 자체는 인정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잘못된 방법으로 세운 것은 다 헛것이 되고 만다는 이야기가 된다.

결국 기초를 제대로 잡을 뿐 아니라, 그 기초 위에 제대로 된 재질로 제대로 된 과정을 통해 집을 세워야 된다는 이야기가 되는 셈이다. 근본 대의와 방법의 일관성을 강조하는 의미이다. 복음의 대의를 온전히 이루기 위한 철저성을, 바울은 이 비유를 통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3. 하나님의 성전으로서 교회 공동체 - 3:16~17


바울은 앞서 말한 주장의 근본 뜻을 하나님의 성전에 대한 비유를 통해 강조한다. 교회 공동체는 하나님의 성령이 함께 하는 하나님의 성전이다. 그 성전을 파괴한다는 것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끊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교회 공동체가 인간들의 욕망을 실현하는 집단이 아니라 하나님의 대의를 중심으로 하는 공동체여야 한다는 것을, 바울은 당대의 종교적 관념을 빌러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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