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연구

[바울서신 읽기 58] 교만하게 하는 지식, 덕을 세우는 사랑 - 고린도전서 8:1~13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5-06-17 21:22
조회
1814
천안살림교회 2015년 수요 성서연구

바울서신(고린도전서) 읽기 / 매주 수요일 저녁 7:30

2015년 6월 17일 / 최형묵 목사


제58강 교만하게 하는 지식, 덕을 세우는 사랑 - 고린도전서 8:1~13



1. 우상에게 바친 고기 - 8:1~3


바울은 고린도교회 안에서 제기된 여러 문제들 가운데서 이번에는 우상에게 바친 제물에 관해 이야기한다. 미리 말하면 우상에 바친 제물을 그리스도인이 먹어도 되느냐 안 되느냐 하는 문제인데, 바울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즉답을 주기 이전에 먼저 그 답을 찾기 위한 기본 전제로서 지식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우상에 바친 제물에 대한 분명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그들의 주장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울은 단적으로 말해, 지식은 사람을 교만하게 하고 사랑은 덕을 세운다고 말한다. 지식은 자기를 자랑하게 하는 속성을 지닌다는 것, 다시 말해 남들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을 부추긴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자기가 뭔가를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도 자기가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알아야 할 것을 마땅히 알아야 하겠지만, 아는 것 자체로써만 충족되지 않는 차원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바울에게서 그 아는 것, 지식과 대비되는 속성을 지니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은 덕을 세운다. 그것은 사랑이 공동체적 관계를 완성한다는 뜻이다. 또한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하나님께서 그를 알아주신다. 이 말은 하나님께서 인정해주시니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거나 인정받으려는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2. 우상의 실재 - 8:4~6


그 일반적 권고 끝에 바울은 고린도교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 가운데 하나로서 우상에 바친 제물에 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그러나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는 말하지 않는다. 그보다 앞서 문제되는 지식을 언급한다. 여기서 지식의 요체가 분명히 드러나 있다. 그 지식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마땅히 알고 있어야 하는 지식으로서, 세상에 우상이라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고 오직 하나님만이 진정한 신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말하기를 신도 많고 주도 많아 하늘에도 있고 땅에도 있다고 하지만, 그리스도인에게는 하나님 한 분만이 신이요 예수 그리스도만이 주이다. 바울에게서 하나님만이 진정한 신이요 예수만이 진정한 주라는 것은 논의 여지가 없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다른 신들 또는 주들이 바울에게 어떻게 인식되었는지는 검토해볼 여지가 있다. 바울은 어떤 악마적 실재 자체는 부정한 것 같지는 않다(10:20,21 참조). 그러나 각종의 형상이 그 자체로 악마적 실재 그 자체와 동일시된다고 여기지는 않은 것 같다. 바울은 이 대목에서 우상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람들의 생각에 동의를 표하고 있다. 그 생각은 그 우상이 곧 악마적 실재를 나타낸다고 볼 수는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그 지식에 따라, 우상에 바친 제물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것은 사실상 암시되어 있다. 어떤 형상 그 자체가 실재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니 그 앞에 드려진 제물이라 해서 어떤 효력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3. 모든 것이 허용되지만 - 8:7~13


그런데 문제는 누구에게나 그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여기서 말하는 누구나의 범위는 그리스도인, 더 구체적으로 고린도교회 구성원을 말한다. 고린도교회 안에는 그런 지식이 없는 사람도 있다. 이 ‘양심이 약한’ 사람들은 우상에 드려졌던 제물은 우상의 것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 사람들 앞에서 과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모두 지식을 가지고 있다. 세상에 우상이란 아무것도 아니며 오직 한 분이신 하나님만이 진정한 신이다. 그러므로 우상에게 바쳐진 제물을 먹는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우리에게는 모든 것이 허용되어 있다.’ 이것이 진실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바울은 그것이 전부가 아닌 차원을 지금 지적하고 있다.

당시 시중에 유통되는 고기는 대부분 제의용으로 바쳐졌던 것들이었다. 그리스도인들도 그 고기를 사먹거나, 또는 사회적 관계상 그 제물을 함께 나누는 자리에 함께 했을 수 있다. 제대로 된 지식을 갖고 있고 ‘양심이 강한’ 사람들에게 그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바울은 그리스도인 공동체 안에는 그렇게 강한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약한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약한 사람들을 실족하게 하는 일은 안 될 일이며, 만일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으면 자신은 아예 고기 자체를 먹지 않겠다고까지 선언한다. 여기에서 바울은 공동체를 온전히 세우고자 하는 목회자로서 면모를 분명하게 드러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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