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연구

[바울서신읽기 27] 그리스도의 찬가 - 빌립보서 2:5~11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4-05-14 23:14
조회
1045
천안살림교회 2014년 수요 성서연구

바울서신 읽기 / 매주 수요일 저녁 7:30

2014년 5월 14일 / 최형묵 목사


제27강 그리스도의 찬가 - 빌립보서 2:5~11


1. 도입문 - 2:5


빌립보 공동체의 성원들에게 권면한 바울은 그 권면의 근거로 아마도 초대교회에서 널리 통용된 것으로 보이는 ‘그리스도의 찬가’를 제시한다.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를 낫게 여김으로써 하나가 되는 것은 단순한 윤리적 권면 이상의 의미를 지닌 것으로, 곧 그리스도에게서 비롯된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다. 문맥상 그리스도의 찬가는 겸손한 태도의 모범으로서 그리스도의 인격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여기에 제시되는 그리스도의 찬가는 단순한 인격의 모범으로서 그리스도에 제한되지는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그리스도 사건’을 말하고 있다. 이 찬가는 초기 그리스도인들에게서 그리스도의 의미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간결하고도 함축적으로 전하고 있다. 그리스도는 단순한 인격의 모범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을 구원하고자 하나님의 역사로서 받아들여졌다.    


2. 낮아지신 그리스도 - 2:6~8


그리스도의 찬가 전반부는 철저하게 낮아지신 그리스도를 강조한다. 그리스도 예수는 본래 하나님의 모습을 지녔지만, 하나님과 동등함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자기를 비워 종의 모습을 취하여 사람과 똑같이 되셨다. 그가 자기를 낮춘 것은 마침내 십자가에 매달려 죽기까지 철저하였다. 그리스도는 완전히 자기를 비워버렸다.

완전히 자기를 낮추고 완전히 자기를 비워버린 그리스도를 말할 때, 그것은 윤리적 권면 이상을 의미한다. 바울이 앞서 말하고 있듯이 남을 먼저 생각하라든지, 겸손하라든지 하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행할 수 있는 윤리적 덕목으로 구체화해서 이해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불가피하기는 하지만, 그 말의 진정한 뜻은 그 이상의 근본적인 삶의 자세를 말한다. 한마디로 완전히 가치를 전환하라는 이야기이고, 철저하게 그리스도와 일치되는 삶을 살라는 이야기이다.


3. 높아지신 그리스도 - 2:8~11


그런데 놀랍게 9절 이하에서 이와 같은 삶에 대역전이 일어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바로 그와 같이 사셨기 때문에, 다시 말해 십자가에 매달려 죽기까지 철저하게 자기를 비우셨기 때문에, 이제 거꾸로 하나님께서는 그분을 높이 올리시고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 있는 모든 것이 예수의 이름을 받들어 무릎을 꿇고 찬미하게 하였다고 한다. 이 반전의 대목에서부터는 주어가 바뀐다. 앞부분에서는 그리스도가 주체가 되었다면 이 부분에서는 하나님이 주체가 된다.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를 높이어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었을 뿐 아니라 하늘과 땅위와 땅아래 있는 모든 이들이 그리스도 예수 앞에 무릎을 꿇게 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부르게 하셨다. 그리하여 마침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게 하셨다.

모든 이들이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게 된다는 것은 세상을 지배하는 주권자들이 그리스도에게 복종하게 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세상 주권의 완전한 변화를 뜻한다. 이것은 나를 버리고 그리스도와 하나됨으로써 마침내 그리스도가 통치하는 새로운 세계를 살게 될 것을 말하는 것이다. 세상을 노예화했던 주권자들이 굴복하고 그리스도가 진정한 주권자가 될 때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은 비로소 진정한 삶을 누린다는 의미이다. 부정과 긍정의 역설적인 통합의 경지이다.


4. 그리스도의 찬가와 바울의 신학


간결하고 함축적인 그리스도의 찬가를 바울이 서신에서 환기하고 있을 때 그 내용은 일견 바울의 주장과 아무런 모순 없이 잘 어울리는 것처럼 보인다. 본래 별도로 독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그리스도의 찬가를 바울이 인용했을 때 자신이 주장하는 바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은 대강의 일치를 뜻하는 것이지 그 세부적 신학사상이 완전하게 일치한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그리스도의 찬가는 바울의 서신에서 피력된 신학적 사고와 많은 부분에서 불일치를 보이고 있다. 두드러진 몇 가지 경우를 보면, 우선 바울은 그리스도의 선재 사상을 말하거나 하나님과의 동등함을 말하지 않는다. 바울은 언제나 그리스도에 대한 하나님의 우위성을 말한다. 바울 서신에서는 그리스도가 종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없다. 바울서신에는 천상, 지상, 지하의 삼등분 도식이 등장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바울의 신학은 십자가와 부활의 도식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반면 그리스도의 찬가는 낮춤과 높임의 도식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차이가 드러난다. 더욱이 바울은 선재의 사상을 피력한 바 없는데 그리스도의 찬가는 신약성서 문서에서 요한복음서 이전에 사실상 처음으로 선재의 사상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스도의 찬가의 사상적 배경이나 그 원형에 대해서는 여러 추측이 있지만, 바울이 이를 받아들인 것은 이 찬가가 초기 그리스도인들에게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바울의 입장에서는 대강의 뜻에서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것이라 여겼을 것이다. 특히 겸손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그리스도의 낮아짐이라는 모티프는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그리고 후반부의 내용은 바울의 변형인지 아니면 본래 원형인지 단정지을 수 없으나 그리스도에 대한 하나님의 우위성을 강조하는 바울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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