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연구

[바울서신읽기 19] 성령의 열매 - 갈라디아서 5:16~26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4-03-19 22:16
조회
1278
천안살림교회 2014년 수요 성서연구

바울서신 읽기 / 매주 수요일 저녁 7:30

2014년 3월 19일 / 최형묵 목사


제19강 성령의 열매 - 갈라디아서 5:16~26


1. 육체가 바라는 것과 성령이 바라는 것 - 5:16~18


그리스도인의 자유가 서로 사랑하는 데 있음을 역설한 바울은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인간적 실존에 대한 해명을 통해 설파한다. 그것은 물론 저절로 이뤄지는 일이 아니다. 사랑으로 나타나는 그리스도인의 자유는 투쟁을 통해 성취된다.

여기서 바울은 육과 영의 대결이라는 고전적인 이원론을 통해 이를 해명한다. 바울은 영을 따라 행하라고 권면한다. 그러면 육이 바라는 것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 한다. 육이 바라는 것은 영을 거스르고 영이 바라는 것은 육을 거스른다. 곧 이 둘은 서로 대적하는 관계에 있다. 주체로서 인간은 이 둘의 격전장이다. 그러기에 바울은 두 세력의 격전장에서 주체로서 인간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영을 따르게 되면 한갓 육을 규율하는 율법에 매이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자기 안에서 대결하는 두 세력 사이에서 인간은 영을 따를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인간에 대한 이해로서 영과 육의 이원론은 끊임없는 논란거리이다. 바울은 독창적으로 이 이원론을 말하고 있다기보다는 당시 그리스 철학과 헬라화된 유대교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던 이원론을 통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바울은 로마서 7~8장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인간의 실존적 조건에 대한 통찰을 시도하였다. 오늘 우리는 육과 영의 이원론의 정당성 여부에 매이기보다는 이를 통해 바울이 말하고자 했던 핵심 주장이 무엇이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울은 영을 따르는 삶으로 전혀 새로운 삶을 살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 점은 오늘 우리 인간이 처해 있는 실존적 조건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2. 육체의 행실 - 5:19~21


육과 영의 대결에서 영을 따르는 삶을 강조한 바울은 그것과 대비되는 육을 따르는 삶의 구체적 실상을 제시한다. 그것들은 논란의 여지없이 명백하다. 그것들은 육이 행하는 일로 금방 나타난 것들이다. ‘음행’(부정한 성행위), ‘더러움’(도덕적 불결), ‘방탕’, ‘우상숭배’, ‘마술’, ‘원수맺음’(적대적인 감정과 행동들), ‘다툼’, ‘시기’, ‘분노’, ‘이기심’, ‘분열’, ‘분파’ ‘질투’, ‘술취함’, ‘흥청거리는 연회’(흥청거리며 먹고 마시는 것들), 그리고 ‘이와 비슷한 것들’이다. 산만한 이 목록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다만 다 열거할 수 없기에 ‘이와 비슷한 것들’로 종결되었을 뿐이다. 이것은 육의 행실이 지니는 부정적인 성격을 강조하기 위한 수사로서, 이 목록은 당시 세계에서 도덕적으로 부정한 것으로 간주되는 모든 것들을 열거한 것이다. 바울은 이 목록 끝에 이러한 일들을 행하는 사람들은 하나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한다고 말함으로써 자신의 신학적 입장에서 그에 대한 부정적 의의를 부여하고 있다.


3. 성령의 열매 - 5:22~26


육의 행실들을 열거했던 것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울은 성령의 열매를 열거한다. 분명하게 딱 떨어진다는 전제 없이 말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앞에서 ‘육의 (직접적) 행실’을 말했던 것과는 달리 ‘성령의 열매’라고 말한다. 영을 따르는 삶이 기본적 전제가 된다는 것이고, 그 결과로서 구체적인 열매를 맺는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다. 또한 이 목록은 매우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고, 그 덕목을 열거하는 데도 상당한 의도성을 엿보이고 있다.

성령의 열매로서 아홉 가지 덕목의 첫 머리에 내세운 것은 ‘사랑’이며, 그와 연관된 ‘기쁨’과 ‘평화’다. 특히 ‘사랑’의 덕목을 맨 먼저 내세운 것은 바울만의 고유한 방식이며, 이 덕목들은 당시 그리스-로마 세계에서 통용되는 덕목과는 다른 것들이다. 이 첫 번째 목록은 가장 본질적인 덕목으로서 하나님과 인간간의 관계, 그리고 인간들간의 관계를 규정짓는 것들이다. 가장 적극적인 의미에서 그리스도인의 실존을 나타내는 덕목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목록, 곧 ‘인내’, ‘친절’, ‘선함’은 하나님의 본성을 일컫는 것으로서 하나님의 그 본성을 따라 인간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라 할 수 있다. 세 번째 목록, 곧 ‘신실’, ‘온유’, ‘절제’는 통상 그리스 철학에서 비롯되는 유명한 덕목들에 해당한다. 여기서 특별히 맨 마지막 ‘절제’는 소크라테스 이래 그리스적 윤리 덕목 가운데 최고의 가치에 해당한다. 바울이 맨 마지막에 그리스 철학에서 비롯되는 윤리 덕목을 제시하고, 그것도 최고의 덕목으로서 ‘절제’로 마감하고 있는 것은, 영을 따르는 삶은 그리스 철학에서 비롯되는 덕목까지도 완성한다는 것을 주장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 이 주장은 율법의 근본 정신을 ‘사랑’으로 집약하고 있는 의도와 마찬가지 의도를 지닌 것으로 볼 수 있다. 곧 바울은 그리스도 안에서 영을 따르는 삶은 인류의 최고의 이상을 완전하게 성취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것은 법의 테두리로 규정될 수 없는 것들이다.

영을 따르는 삶의 열매를 제시한 후 바울은 그리스도에게 속한 사람은 육을 따르는 것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한다. 그리스도 예수께 속한 사람은 정욕과 욕망과 함께 자기의 육체를 십자가에 못 박았다고 말한다. 여기서 우리는 바울이 십자가 사건을 매우 다양한 의미를 연상시키는 기제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울은 재삼 영을 따르는 삶을 강조하며, 허영에 들뜨거나 서로 노엽게 하거나 질투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권면을 하고 있다. 여기에서 언급되고 있는 것들은 모두 이기적 욕심에서 비롯되는 것들로, 적극적으로 사랑의 윤리를 제시함으로써 그리스도인의 자유를 역설한 바울의 주장과 대비되는 실상을 말한 것이다.
전체 3
  • 2014-03-20 10:43
    언제나 꼼꼼한 정리...^^ 갈라디아서 기록연대는 이야기중에 다소 착오가 있었는데, 대략 54~55년경입니다.
    rn어쨌든 추정이니까...

  • 2014-03-20 14:41
    1)고쳐서 올릴까요?
    rn2) 자유마당에 계속 두시기로 정하신건지요?

  • 2014-03-20 18:52
    자유마당을 많이 보니까, 일정 기간 여기에 두었다가
    rn<성서연구>로 복사해서 옮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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