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대한민국의 침몰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4-04-28 10:43
조회
1637
* <주간기독교> 다림줄46번째 원고입니다(140428).


대한민국의 침몰  


부활절 아침 우리는 부활의 기쁨을 노래할 수 없었다. 뜻하지 않은 해난사고로 꽃다운 생명을 잃은 이들 때문에 슬퍼하며, 제발 살아있기를 바랐건만 그 희망에 기댈 수 없는 암담함 가운데서 고통스럽게 스러져갔을 생명들 때문에 더더욱 안타까워하며, 가족을 잃거나 아니면 실낱같은 희망일지언정 그래도 간절히 구조에 기대며 절규하는 가족들 때문에 마음아파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안보를 목소리 높여 외치지만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생명을 구하는 데는 무력하기 짝이 없는 정부당국 때문에 분노하였다.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는 진상들을 통해 그 엄청난 사건이 돌발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불행하게도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사건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우리는 더더욱 경악하고 참담할 뿐이다. 자본의 이윤 보장만이 최우선시되었고 안전을 위한 규율은 배제되었다. 노후선박의 운행제한 연한은 20년에서 30년으로 연장되었고, 선박의 균형을 깨트릴 만큼 부적절한 개조 또한 어떤 규제도 받지 않았고, 화물의 적재량도 수용능력의 3배를 초과할 만큼 과적상태였지만 역시 어떤 규제도 받지 않았다. 선박의 안전성을 검사할 권한은 해운사의 이익단체에 해당하는 조합에 맡겨져 있다. 선박운행의 직접적 책임을 맡고 있는 선장을 포함한 승무원은 태반이 비정규직이었다. 이들에게 이뤄져야 할 안전교육 또한 시행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업윤리상 책임을 면할 수 없지만, 그 책임의식을 환기할 만한 일상적인 과정은 없었다. 자리를 지키라는 그 선원들의 말을 듣고 그대로 머물러 있던 어린 학생들이 끝내 물속에 잠기고 만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질 뿐이다. 우리를 더더욱 참담하게 만드는 것은,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우선 당장 위기에 처해 있는 이들을 구해야 할 정부관계 당국의 이해할 수 없는 초기대응조처의 미흡, 그리고 계속되고 있는 관계당국간의 책임전가와 자기변명의 태도이다.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관계자들을 질책할 뿐 관계당국간의 혼선을 조정하고 긴급한 조난대책을 위한 조처는 실질적으로 취하지 않았다.


‘세월호-대한민국’ ‘선장-대통령’ ‘선원들-고위공직자들’ ‘승객들-국민들’ ‘선내방송-언론매체들’이라는 서글픈 비유가 떠돌고 있는 지경이다. 여기에 ‘선주-대한민국 경제를 좌우하는 대자본’이라는 결정적 항목이 하나 더 추가되어야 할 것 같지만, 이 서글픈 비유는 오늘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대한민국의 침몰’이다. 세계에서 가장 짧은 기간에 산업화를 이룩하고 마침내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섰다고 자처하는 이 나라의 실상이 바로 이 하나의 사건 안에 응축되어 있다. 생명의 안위는 뒷전에 밀리고 오직 자본의 이윤확대와 그에 따른 경제규모의 성장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달려왔던 이 나라의 실상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안전한 삶을 보장하는 제도도 미흡하고, 그나마 미흡한 조건에서일지언정 그것을 운영하는 이들의 책임의식도 빈약하고, 총체적으로 윤리의식이 실종된 이 나라의 실상이다. 한국적 근대화의 총체적 실패를 보여주는 사태이다.


우리가 그 실상을 직시하고 그 대안을 찾아 나서려는 노력을 시도하지 않는 한 우리 사회에는 또 다른 재난이 끊임없이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대오각성해야 할 때이다.


최형묵(천안살림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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