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종교인 과세에 즈음하여 종교의 공공성을 생각한다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4-06-07 07:11
조회
1855
* 월간 <새가정>  2014년 7/8월호 특집 원고로, 원래 <주간기독교>에 “종교인 과세와 종교의 공공성”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짧은 칼럼을 확대한 것입니다(140529).


종교인 과세에 즈음하여 종교의 공공성을 생각한다


1.

정부에 의해 종교인 과세 방침이 확정되었다. 2015년 시행을 예정한 세법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상태다. 물론 여전히 논란 가운데 있기에 과연 2015년부터 시행될 수 있을지 확실치는 않지만, 정부나 종교계의 입장에서 회피할 수 없는 사안으로 떠올라 있는 것은 분명하다.  

종교와 세금의 문제를 다룰 때는 우선 두 가지 차원으로 구별되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종교기관’에 대한 과세 문제요, 또 다른 하나는 ‘종교인’에 대한 과세 문제이다.

‘종교기관’에 대한 과세는 각 나라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종교의 공공성을 전제로 하여 그 고유한 목적수행을 위한 자산 및 수익에 대해서는 비과세하는 반면 그 목적을 벗어난 영리수익에 대해서는 과세하는 것이 일반적 경향이다. ‘종교인’에 대해서는 많은 나라들에서 과세를 시행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에서는 그간 비과세 관행을 지켜왔다. 가톨릭의 성직자들과 개신교 내 일부 성직자들이 자발적으로 납세해 오기는 하였지만, 정부가 이에 대해 강제하지 않는 관행에 대해 그동안 시민사회로부터 끊임없이 문제제기가 있어왔고, 결국 논란 끝에 정부가 종교인에 대한 과세 방침을 정한 것이다.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과세 여부 그 자체만 두고 찬반논란을 벌이는 것은 그것이 내장한 여러 복합적인 문제들을 간과하기 쉽다. 국가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형평성을 맞추는 조세정의를 구현하는 한편 종교의 공공성 제고와 자율성 보장이라는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방향에서 그 대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여기에 얽힌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

먼저 조세정의의 차원을 생각하자면, 그것은 조세납부와 동시에 조세혜택의 형평성을 충족시켜야 할 것이다. 헌법상으로 명시된 국민으로서의 조세의무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하는 동시에 그와 관련된 권리와 혜택 또한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현재 종교인의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간주하여 과세하고자 하는 정부의 안은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문제를 안고 있다. 종교인의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간주한 것은 그것이 근로소득인지 아닌지 하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채택된 것이다. 곧 종교인의 활동을 근로행위로 볼 수 없다는 종교계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이렇게 종교인의 사례를 기타소득으로 간주하고 과세하는 데는 기본적으로 근로소득에 대한 과세와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 우선 근로소득세보다 낮은 세율로 종교인에 대한 특혜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한편 근로소득세의 경우 일정 기준 이하인 경우 비과세 대상이 되는 반면 기타소득세는 소득의 크기 여하를 막론하고 일률적으로 과세 대상이 된다. 이렇게 되면 근로소득세 기준으로 사실상 비과세 대상이 되는 저소득 종교인들도 모두 과세 대상이 된다. 개신교의 경우 그에 해당하는 목회자 비율이 70%를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다른 한편 과세 당사자인 종교인의 입장에서는 세금을 내면서도 실질적인 사회보장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문제를 안고 있다. 근로소득세를 납부할 경우 이에 동반하여 4대보험이 의무화되어 있지만 기타소득세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이것은 기타소득세를 납부하는 경우 근로소득세를 납부하면서 누리게 되는 사회보장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관계자들 가운데서 저소득층에 대한 근로장려금이 운위되고 있지만, 시행여부도 불투명하고 뭔가 뒤죽박죽되어 있는 것 같다.      


3.

보다 근본적으로 종교인 과세 문제는 국가와 종교간의 문제를 야기할 소지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 국가에서는 국가와 종교의 분리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그것은 종교로부터의 국가의 자유를 뜻함과 동시에 국가로부터의 종교의 자유를 뜻한다. 애초 정교분리의 원칙이 확립되었을 때 전자의 측면이 중요하였으나 국가권력이 비대해진 오늘날에는 후자의 측면이 새삼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그러한 현실 가운데서 많은 나라들은 종교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조세정의를 이루기 위한 법과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종교의 자율성을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 하는 것은 매우 민감한 초점이 되고 있다. 예컨대 일본의 경우는 별도의 종교법인법을 두고 있다. 그것은 일반법인과도 다르고 비영리법인과는 또 다른 종교법인의 특수성을 인정한 제도라 할 것이다. 그 실제 운영과정이 과연 본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종교의 특수성을 인정한 취지만큼은 주목할 만하다. 미국의 경우에는 연방정부의 세제와 주정부의 세제 간에 차이가 있고, 또한 주정부마다 각기 다른 형태의 세제를 운영하기도 하기에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성직자들이 세금 대신에 연방사회복지기금에 그 기금을 납부하는 방식을 취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그로 인한 혜택 또한 당연히 주어진다. 이러한 세제의 운영은 종교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취지를 지닌 것이라 할 수 있다.

만일 그러한 특수성에 대한 고려 없이 불합리한 세제가 강제적으로 시행될 경우 국가권력기관이 종교 구성원의 자발적 헌금에 간섭할 여지가 생긴다. 이 경우 국가사회의 공공성과 종교의 자율성은 충돌하게 된다. 그러한 우려를 의식하여 행정당국의 관계자들은 종교기관에 대한 세무감사는 없을 것이라는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그 문제는 당국자의 의사 여부로 결정될 일이 아니다. 제도가 확립되고 나면 예외적인 조처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관례이다. 그러므로 애초 충돌의 소지가 있다면 그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을 미리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4.

종교의 입장에서 근본적 대안은 종교 자체의 공공성을 강화함으로써 국가사회 및 시민사회 차원에서 종교의 신인도를 높이는 동시에 그 특수성을 바탕으로 하는 자율성을 보장받는 길이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국가가 유일한 공공성의 주체일 수 없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공공성은 주체, 절차, 내용을 함축하는 개념으로서, 그 주체가 국가로만 환원되지 않는다. 오히려 오늘의 공공성은 건강한 시민사회를 바탕으로 한다. 그 시민사회의 한 축을 담당하는 종교는 전체 국가사회의 기준에서 볼 때 충분히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스스로의 표준을 확립할 수 있다. 예컨대 공공성을 바탕으로 하는 회계운영의 표준을 확립하고, 또한 이미 종교기관 및 종교인이 실행하고 있는 공공부조를 인정받을 수 있는 원칙을 확립할 수 있다면, 현재 종교인 과세를 둘러싼 문제점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검토와 논의가 이뤄진 연후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형묵(천안살림교회 목사 / 한신대 외래교수 / 기독교윤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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