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연구

[도마복음서 35] 세상에 편재한 아버지의 나라(113~114)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3-05-29 22:08
조회
2311


천안살림교회 2013년 수요 성서연구

도마복음서 읽기 / 매주 수요일 저녁 7:30

2013년 5월 29일 / 최형묵 목사



제35강 세상에 편재한 아버지의 나라(113~114)


113 그의 제자들이 예수께 말했습니다. “그 나라가 언제 올 것입니까?” [예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그 나라는 기다린다고 오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 있다’, ‘저기 있다.’ 할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아버지의 나라는 온 세상에 두루 퍼져 있어 사람들이 볼 수 없습니다.”

114 시몬 베드로가 그들에게 말했습니다. “마리아는 우리를 떠나야 합니다. 여자들은 생명을 얻을 자격이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보십시오. 내가 그 여자를 인도하여 남자로 만들어 그 여자도 여러분 남자들처럼 살아 계신 영이 되게 하겠습니다. 스스로를 남자로 만드는 여자가 천국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 오강남, <또 다른 예수>에 실린 본문[김용옥, <도마복음 한글 역주 3> 참조]



113. (* 유사병행구: 누가 17:20~21)

* 세상에 편재하는 아버지의 나라: 도마복음이 임의적인 기록이 아니라 모종의 구조를 갖추고 있는 편집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이 대목에서 재삼 확인할 수 있음. 도마복음의 서두(3절)에서 언급된 아버지의 나라가 마지막 이 대목에서 다시 언급되고 있음. 아버지의 나라에 대한 제자들의 무지를 일깨우는 예수. 다만 3절에서는 공간의 맥락에서 다뤄지고 있다면 여기서는 시간의 맥락에서 다뤄지고 있음. 아버지의 나라, 하나님 나라, 하늘 나라를 별도의 공간이나 별도의 시간으로 한정하는 인식의 거부. 하나님 나라에 대한 실체화된 인식의 거부. 공간상으로든 시간상으로든 실체화하는 인식으로는 볼 수 없는 하나님 나라. 하나님 나라는 저세상도 아니요, 이 세상의 종말도 아님. 하나님 나라는 온 세상에 두루 퍼져 있을 뿐이라는 것. 112장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몸과 영혼이 분리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나라는 이 세상과 분리될 수 없는 것. 천국과 세상은 하나. 이원론적 사유의 거부. 세상에 편재하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인식은 실천이성적 차원에서 삶의 결단을 촉구함. 어디로 가야 하거나 언젠가 맞이하게 될 실체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삶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뜻함. 지금 여기에서 하나님 나라를 삶으로 살아야 하는 과제를 망각하고 엉뚱한 데서 하나님 나라를 찾으려 하니 보이지 않는다는 일갈! 예수의 이 말씀은 죽비가 아니라 가히 몽둥이질!


114.

* 여자는 하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는 통념의 전복: 113절의 장엄한 결론 뒤에 붙은 이상한 이야기. 그래서 후대의 첨가구로 도마복음을 훼손한다는 견해도 있으나, 깊은 뜻을 새기자면 꼭 그렇게 볼 수 없음. 여기서 베드로는 당대의 통념을 대변하고 있음. 여자는 제자들의 무리에서 떠나야 한다는 견해는 여자는 생명을 얻을 자격이 없다는 당대의 통념을 반영. 여자로 태어나지 않은 것을 감사하는 유대인들의 기도, 남자와 짐승 중간쯤으로 보는 플라톤의 여성관 등을 참조할 필요가 있음. 그러나 예수는 당시의 그런 통념을 전복하고 있음. 예수는 여자도 살아 있는 영으로서 생명을 누릴 수 있고, 당연히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고 역설. 그래도 걸리는 문제는 굳이 여자가 남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 점. 이 역시 당시 통념에 비추어 이해하면 그 진의를 알 수 있음.  ‘남자’는 ‘완전한 인간’을 뜻하고 ‘여자’는 ‘불완전한 인간’을 뜻했던 당시의 통념. 따라서 여자가 남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불완전한 인간이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함. 이 이야기는 22절에서 수컷은 수컷 같지 않게 하고 암컷은 암컷같지 않게 해야 그 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한 말씀의 뜻에 비추어 해석할 때 그 진의를 헤아릴 수 있음. 남성과 여성의 분별, 나아가 그에 대한 위계적 차별관계를 전적으로 부정. 당시 통념상 가장 실제적이고 완고한 편견에 대해 또 다시 한 번 더 세차게 몽둥이질 하는 예수. 도마복음은 그런 통념에서 벗어나지 않고는 구원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을 일관되게 강조. 그로써 대미를 장식하고 있음.  


* 수고하셨습니다! 끝.
첨부파일 : 1369833230362_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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