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연구

[바울서신읽기 08] 갈라디아서 읽기를 시작하며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3-11-13 22:19
조회
1614
천안살림교회 2013년 수요 성서연구

바울서신 읽기 / 매주 수요일 저녁 7:30

2013년 11월 13일 / 최형묵 목사



제8강 갈라디아서 읽기를 시작하며



1. 갈라디아서의 기록 배경과 성격


갈라디아서는 갈라디아지역의 교회들에 보내는 바울의 친서 가운데 하나이다. 갈라디아는 소아시아의 중부지역, 곧 오늘날 터키의 수도 앙카라가 있는 중부 지역에 해당한다. 사도 바울은, 사도행전에 따르면(16:6; 18:23) 이 지역을 두 차례에 걸쳐 방문하고 복음을 전파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사도행전은 사도 바울의 갈라디아에서의 행적을 상세하게 전하지 않는다. 갈라디아서 자체에도 그곳에서의 행적을 알 만한 내용은 별로 없다.

그 기록 연대는 최초의 서신인 데살로니가전서가 씌어진 50~52년보다 다소 늦은 시기로 대략 54~55년경으로 추정된다. 그 발신지는 불분명하다. 에베소, 마케도니아, 고린도 등이 추정되고 있지만, 확정적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 논조와 내용으로 보아, 사도 바울의 복음전파의 영향을 받았던 갈라디아 교회들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처하는 서신으로서 성격을 갖고 있다. 갈라디아서를 마치 ‘날선 검’과 같은 것으로 비유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 내용은 종교적 규율, 곧 율법의 준수로 그리스도의 복음을 훼손하는 사태에 대해 경고하고,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자유, 인간의 자유를 역설하고 있다. 여기서 사도 바울의 핵심 사상으로 여겨져 온 ‘인의론’이 제기되며, 그것은 전통적인 유대교와 구분되는 그리스도교의 성격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갈라디아서는 초기 그리스도교의 사상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비교적 선명하게 보여주는 서신이라 할 수 있다.    


2. 인의론(認義論)의 사회사


전통적으로 이 인의론은 그리스도교 사상의 핵심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 사상은 아우구스티누스에 의해, 루터에 의해, 그리고 현대 신학자 바르트에 의해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적 요체로 확인되어 왔다. 그리스도교의 전통이 그 사상이 갖는 폭발력을 주목한 점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그 인의론은 그것이 제기된 구체적 맥락과 상관없이 하나의 교설로서만 이해되어온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우리가 데살로니가전서를 읽으면서 유념한 바와 같이 바울의 서신이 일반적 교설을 설파하려는 목적을 지닌 것이 아니라 구체적 상황에 대응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전제할 때 인의론이 제기된 구체적 맥락을 주목하여야 한다. 이 인의론은 로마서에도 다시 강조되고 있지만, 로마를 방문하지 않은 가운데 자신에 대한 소개의 성격을 지닌 로마서와 달리 그 문제의식을 처음 본격적으로 펼친 갈라디아서는 갈라디아 교회들의 구체적 정황과 관련되어 있다. 그것이 바울에게서 반복적으로 강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단 갈라디아 교회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기는 하지만, 최초로 그 문제의식이 드러나게 된 정황을 파악함으로써 우리는 그 문제의식이 함축하고 있는 구체적 맥락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바울 서신의 수신자들의 정황을 파악할 때 항상 유념해야 하는 것은, 하나의 종교적 공동체이자 동시에 유력한 사회적 안전망의 하나로서 디아스포라 유대인 공동체로서 회당의 상황이다. 특별히 디아스포라 유대인 회당에는 혈통으로나 사상으로나 정통적인 유대인들만 그 구성원으로 있었던 것이 아니라, 개종자 등 다른 부류의 구성원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은 인의론이 제기된 구체적 맥락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요건이다.

정통적인 유대인들에게 율법의 준수는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본래 이방인이었던 개종자들의 경우에는 그 율법의 준수에 철저하지 못했고, 정통파 유대인들과 이방인들 사이에는 갈등이 존재했다. 이방인들은 유대교 회당을 중심으로 해서 볼 때 주변인이었고 따라서 약자들이었다. 여기서 바울의 인의론은 그 약자들을 옹호하고 대변하는 주장으로 제기되었다. 그것은 현대적 의미에서 정당한 권리를 갖지 못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인권론으로서 의의를 지닌 것이었다. 우리가 갈라디아서를 읽어나갈 때 그 점을 유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3. 그리스도인의 자유


사도 바울은 갈라디아서의 말미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진정한 자유에 대해 역설한다. 그것은 진정으로 자유를 가능케 하는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를 말한다.  사도 바울이 역설한 그리스도인의 자유는, 그리스도에게서부터 비롯된 진정한 인간의 자유를 말한다. 사도 바울이 갈라디아에서 강조한,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얻는 진정한 자유의 의미와 그 혁명성은, 초기 그리스도교의 다른 문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헤아려 볼 수 있을 것이다.

“네가 ‘나는 유다인이다’라고 말한다고 해서 누구 하나 동요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네가 ‘나는 로마인이다’라고 말한다고 해서 누구 하나 당황하지 않을 것이다. 네가 ‘나는 헬라인, 야만인, 노예, [자유인]이다’라고 말한다고 해서 누구 하나 혼란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네가 ‘나는 그리스도인이다’라고 말한다면, 그 때는 [하늘 전체가] 뒤흔들릴 것이다.”(나그함마디의 <빌립복음>가운데서).

이제 본문을 따라가며, 사도 바울의 가르침이 갖는 그 놀라운 성격을 헤아려볼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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