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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뒤집어보는 성서 인물' 펴낸...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06-07-21 21:15
조회
2965
"솔로몬도 우리와 같은 세속적 인간"

'뒤집어보는 성서 인물' 펴낸 최형묵 천안살림교회 목사

"일상생활 속 자기성찰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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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묵 목사는 “성서 속에 나오는 인물을 우상처럼 떠받들기보다는, 그들을 통해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더 많이 가지는 신앙 생활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고대 이스라엘 왕조의 기틀을 다진 다윗은 뛰어난 왕이다. 평범한 양치기에 불과했지만, 사울 왕의 눈에 들어 옆에서 시중을 들고 그를 정신적으로 위로하기까지 했다. 특히 목동의 도구에 불과한 무릿매를 사용해 숙적 블라셋의 명장 골리앗을 물리침으로써 높은 명성을 얻는다. 하지만 그로 인해 사울은 다윗을 잠재적 정적으로 여기고 그를 제거하려 든다. 번번이 위기를 벗어난 다윗은 사울 사후 이스라엘을 장악하고 본격적인 왕국 건설에 나선다.

성서에는 그에 대한 찬양이 많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다윗도 이 범주의 인물이다. 그러나 성서를 좀 더 읽어보면 그의 인생에는 치졸한 일도 적지 않다. 위험에 처했을 때 수하를 이끌고 적에 투항했다. 그 와중에서도 약탈을 하고 자기 세력을 굳히려 했다. 충직한 부하를 전선에 보내 죽게 하고 그의 아내를 빼앗았다. 이렇듯 그는, 우리들 대부분이 그러하듯, 영욕이 교차하는 인물이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대개 그를 지혜롭고 위대한 지도자로 기억한다.


“성서의 인물을 절대적 위인 혹은 절대적 악인이 아니라 세속적인 삶을 산 한 인간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러면 그들의 삶을 거울 삼아 오늘 우리의 신앙 생활을 되돌아 볼 수 있습니다.”


최형묵(45) 천안살림교회 담임목사가 최근 ‘뒤집어보는 성서 인물’(도서출판 한울)을 낸 까닭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신학연구위원으로, 진보적 기독교단체 제3시대 그리스도교연구소의 기획위원으로 활동하는 그는 최근 2년 여간 교인들과 매주 한 차례 성서 속 인물을 공부했고 그 결과를 정리ㆍ보완해 책으로 냈다.


그는 책에 등장하는 아브라함, 모세, 사무엘, 야곱, 솔로몬, 기드온, 에스더 등 20명에 대해 그동안 간과해온 부분을 분명하게 드러내 보인다.


다윗의 아들 솔로몬은, 한 아이를 놓고 서로 자기 아들이라고 우기는 두 여인에게 칼을 주고 “아이를 잘라 반씩 나눠주라”고 한 뒤 둘의 반응을 살펴 진짜 엄마를 가려내는 명판결을 내린, 지혜의 상징이다. 이 책은 그러나 솔로몬의 그의 또 다른 면모를 함께 보자고 말한다. 먼저 그는 아버지 다윗의 스캔들로 태어난 아들이다. 왕위 계승의 적자가 아니었던 솔로몬은 자객을 보내 형을 제거하고 제사장을 내쫓는다. 이 때문에 왕궁과 성전을 건축하고 큰 배를 만드는데 저항을 받는다. 책은 “솔로몬은 왕권 초기에는 정적 때문에 곤경을 겪고, 왕위에 오른 후에는 불만세력의 저항에 부딪혀야 했다”며 “그 얽힌 관계를 해소할 묘안이 절실했는데 그것이 그가 지혜를 강구한 까닭”이라고 지적한다.


팥죽 한 그릇으로 형 에서를 현혹해 장자권을 넘겨받은 야곱에 대해서는 반대의 해석을 소개한다. 야곱은 편법에 능하고 게임의 규칙을 위반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뒤집어보는…’은 야곱의 처지를 이해해보자고 말한다. 야곱은 차남이다. 맏아들 중심의 가부장적 위계질서가 확고한 사회에서 차남은 운명적으로 약한 존재다. 하지만 야곱은 장자권을 획득했다. 책은 이에 대해 야곱이 빼앗긴 자의 삶을 운명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책이 기존 해석을 완전히 부정하고 새로운 해석만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아니다. 성서속 인물들에게 이런 면도, 저런 면도 있기 때문에 그들을 보는 시각 역시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식이다.


최 목사는 “책을 통해 한국적 신앙 풍토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기독교의 사회적 영향력에 기대거나 물질적 보상을 기대하면서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본다. 문제는 그런 신앙 행태를 교회가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성서 속 인물들도, 지금 우리처럼 고뇌하고 갈등했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을 절대적인 해결사로 떠받들도록 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그것은 교인들이 모든 문제가 누군가에 의해 한꺼번에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함으로써 자기성찰의 기회를 봉쇄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입력시간 : 2006/07/2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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