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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믿음으로 새길 찾는다 -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작성자
살림교회
작성일
2008-04-01 10:07
조회
2604
http://news.khan.co.kr/section/khan_art_view.html?mode=view&artid=200803281708105&code=900305



[믿음으로 새길을 찾는다]제3시대 그리스도교 연구소

입력: 2008년 03월 28일 17:08:10


ㆍ脫向을 위하여

ㆍ부자·강자의 교회에서 벗어나 사회적 고통 어루만지는 교회로


지난해 7월 아프카니스탄 피랍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안티 기독교 운동이 본격화되는 계기가 됐다. 기독교계 내부에서도 한국 교회를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지난 6일부터 매주 목요일 저녁 제3시대그리스도교 연구소에서 열리고 있는 신학 아카데미 탈/향 강좌 ‘오늘, 왜 라캉인가?’. 연구소 운영위원인 한살림교회 정혁현 목사가 ‘주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라캉의 정신분석학을 강의한다.


그 중심에 진보적 학술단체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가 있었다. 김진호 목사를 비롯한 연구소 소속 학자들은 신문, 방송 등 각종 매체를 통해 현지에 대한 사회적·역사적·문화적 맥락의 이해 없이 공격적인 선교, 대화 없는 선교를 수행하는 한국 교회 해외 선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에는 1970년대 안병무·서남동·서광선·주재용씨 등이 탄생시킨 민중신학의 세례를 받은 3세대 민중신학자들이 주로 참여하고 있다. 91년 민중신학에 대한 연구공동체 ‘젊은 민중신학자들의 모임’으로 출발해 96년 명칭을 바꿨다. 이들은 민중신학의 발전적 계승, 한국 교회의 계속적 개혁, 정의로운 사회의 구현, 한반도의 통일, 전 지구적 평화의 실현을 목표로 내세웠다.


모임 초기에는 ‘함께 보는 민중신학’ 5권을 발간하는 등 출판 활동이 두드러졌다. 김진호·김경호(들꽃향린교회 목사)·최형묵(천안살림교회 목사)씨 등이 공동집필한 ‘함께 읽는 구약성서’ ‘함께 읽는 신약성서’는 당시 2만여부가 팔린 베스트셀러였다.


이 연구소에 참여하고 있는 민중신학자, 목회자, 기독교 사회운동가들은 고통받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신학과 교회를 이끌며 대광고 강의석군의 문제 제기로 시작된 학내 종교자유 문제, 종교인 과세논쟁, 사학법 재개정 운동, 소수자 차별금지법,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호화생활과 교회세습 문제 등에서 진보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이들은 문제의 현장에서 한국 교회의 올바른 방향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안병무홀 2층에 있다. 안병무홀은 한백교회의 다른 이름이다. 안병무 선생이 창립한 한백교회는 교회 간판도, 십자가도 내걸지 않은 평신도 중심의 교회다. 김진호 연구실장과 고상균·문양효숙 연구원 등 3명이 연구소를 지키며 안팎의 살림을 꾸리고 있다.


연구소는 신학과 신앙의 ‘전문화, 현장화, 대중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사회와 기독교의 건강한 상호관계를 만드는 연구사업과 학술행사, 다른 학문과의 교류와 연대활동, 신학의 대중화를 위한 각종 프로그램 운영, 교회와 다른 기관들의 연대활동, 연구소의 성과를 보급하기 위한 출판사업 등은 모두 이 목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연구소는 월례포럼, 주례학습 모임, 세미나 모임 등으로 항상 분주하다.


연구소를 찾아간 지난 26일 오전에는 ‘신학아카데미 탈/향’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내 안에 갇힌 참된 나를 찾아 떠나는 미술여행’을 주제로 미술치료 강좌가 열리고 있었다. 김진호 목사는 “탈(脫)과 향(向)은 안병무 선생의 신학을 함축하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탈은 교회중심적이고 성장주의적인 신앙과 신학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향은 하느님 나라를 발견해가며 그것이 지금 이 시대에 더 많이 이루어지게 하려는 지향점이다.


96년부터 시작된 신학아카데미 탈/향은 신학도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신앙과 신학, 신학과 일반학문 사이의 접맥을 시도하는 학술적 수준의 교양강좌다. 지방이나 교회, 대학교 등에서 출장강좌도 열고 있다. 현재 대학 신입생들을 위한 ‘저~대학왔어요!’, 기독 여성운동 지도력 양성 전문과정인 ‘민들레 홀씨 되어 널리 퍼지다’, 요한복음에서 비판과 성찰의 메시지를 읽어내는 ‘요한복음과의 낯선 여행’, 라캉의 정신분석학을 공부하는 ‘오늘, 왜 라캉인가?’ 등의 탈/향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94년부터 회원 연구지 형태로 펴내고 있는 부정기 간행물 ‘시대와 민중신학’은 지금 10호 출간을 앞두고 있다. 민중신학의 당대적인 문제의식을 담아내고 있는 ‘시대와 민중신학’은 미국 하버드대와 버클리대 도서관에서 한국학 연구자료로 비치하고 있다.


“예수는 철저하게 사회적인 약자 편에 섰습니다. 그러나 오늘, 그를 따르는 한국의 교회는 부자와 사회적 강자 편에 서 있습니다. 성직자를 비롯한 종교 엘리트와 평신도 간에도 대화구조가 차등적입니다. 이런 보수적이고 귀족적이고 성공지향적인 교회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의 ‘고통’은 설자리가 없습니다. 그런 숨겨진 고통을 찾아내 비판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이 시대 민중신학자들의 몫입니다.”


김 목사는 “한국 교회의 문제는 이 사회 전체의 문제에 맥이 닿아 있다”면서 “이제는 민중신학도 시대적, 사회적인 의미의 고통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연구소는 개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우리 사회와 교회를 끊임없이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연구소가 최근 들어 내놓고 있는 저작은 그런 ‘불편함’이 깊이 개입돼 있다. 지난해 말 펴낸 ‘무례한 복음’(산책자)은 한국 교회 선교 방식의 문제점을 성찰하는 대중적인 신학서다. 김창락 한신대 은퇴교수(연구소장),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이사), 김상근 연세대 교수(운영위원), 최형묵 목사(운영위원), 김진호 목사 등이 필자로 참여한 이 책은 아프간 피랍사태 이후 불거진 교회와 사회 사이의 첨예한 갈등 배후를 비판적으로 읽고 있다.


책에서 필자들은 지난 100여년간 한국 개신교의 역사는 한국 근대사와 흡사해 정신의 팽창보다 양적 성장에 골몰해 왔다고 지적한다.


연구소에서 핵심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최형묵·김진호·백찬홍(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운영위원) 목사는 이보다 앞서 ‘무례한 자들의 크리스마스’(평사리)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이익집단의 하나로 성장한 한국 교회의 역사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정리했다. 평양대부흥운동 100주년을 맞아 기획된 이 책은 대부흥운동을 기독교의 보수적이고 성공 지향적이며 친미적인 특성을 정초한 ‘초석적 사건’으로 규정했다.


필자들은 전국적인 세몰이 형태로 진행된 대부흥운동 100주년 기념행사를 교세 확장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기독교 보수주의의 본질·역사·현재, 민주화 이후 날로 강화되는 보수 기독교의 사회적인 발언과 행동, 무례하고 배타적인 기독교의 행태, 한국 교회의 미국 숭배 등을 낱낱이 까발렸다. 필자들은 진보적 교회의 대안으로 ‘자발적인 가난을 실천하는 유의미한 소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살면서도 반자본주의적 삶이 가능하고, 폭력적인 사회에서도 비폭력적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기독교가 존재하는 이유는 여기서 찾을 수 있어요.”


김 목사는 대안적 교회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교회없는 신앙생활이 가능하다는 ‘과격한’ 주장도 펴고 있다. 대표적인 3세대 민중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인 그는 안병무 선생이 창립한 한백교회 담임목사, ‘당대비평’ 주간을 지내기도 했다.


연구소는 그동안 단독으로 혹은 다른 단체들과 공동으로 심포지엄, 토론회 등을 개최해왔다. ‘민중신학의 전망’(1997), ‘IMF의 위기와 신학적 대안 모색’(1998), ‘이 시대 한국 종교가 실천해야 할 경제윤리’(2001), ‘민주화 20년, 종단간 대토론회’(2007) 등이 그것이다.


개신교와 가톨릭을 포괄하는 소장 기독교 학자들의 연대모임인 ‘기독교학술연대’를 만드는 데도 앞장섰다. 최근에는 개신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등 교파를 초월한 ‘개혁을 위한 종교인 네트워크’와 함께 ‘종교재정 운영의 투명성 문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맑스코뮤날레’는 한국의 진보적인 학술단체들이 주관하여 2년 단위로 개최하는 학술회의인데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는 여기에 기독교 측 주관단체로 참여하고 있다.


김 목사는 “오늘의 삶과 역사적 현장에서 교회에 요구되는 것이 무엇인가를 읽어내는 것이 우리가 주목하는 신학의 주제들”이라며 “앞으로 기독교와 다른 종교, 다른 신념과도 간격을 좁히는 역할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김석종 선임기자 sjkim@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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