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마당

생명과 평화를 여는 2010년 한국 그리스도인 선언

작성자
살림교회
작성일
2010-04-05 16:55
조회
2861
생명과 평화를 여는 2010년 한국 그리스도인 선언


2010년 부활절을 맞아

올해 2010년은 경술국치 100주년이 되는 해이며, 민족의 비극이었던 한국전쟁 60주년,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고 승리한 4․19혁명 50주년과 5․18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 그리고 남북관계의 전환점이었던 6․15남북공동선언 1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민족이 걸어온 역사의 주요 고비들로부터 지혜를 얻어, 새로운 기운을 불러일으켜야 할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믿는 우리 한국의 그리스도인은 2010년 부활절을 맞아, 교회와 민족과 세계를 향하여 생명과 평화를 향한 신앙을 고백하고 실천할 것을 천명합니다.

우리는 민족의 고난과 희망에 참여하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악의 세력에 저항하고 투쟁해 온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1919년 3․1독립운동에 참여한 것을 비롯하여, 1970-80년대 군부독재에 항거하여 민주화운동에 앞장섰고, 동족상잔의 전쟁과 분단을 극복하여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앞당기는 일에 동참하여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1973년 한국그리스도인 신앙선언>과 1988년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이 발표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라 십자가를 짊어지고 민족의 구원과 해방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길을 수없이 외면해왔음을 뼈저리게 통회합니다. 우리는 무엇보다 한국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부끄러운 모습을 두고 참회합니다. 그리하여 역사 앞에서 민중과 더불어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나가는 신실한 신앙인으로서 바로 서고자 합니다.

우리는 정의와 평화와 생명이 송두리째 파괴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며,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의 신앙을 고백하고, 그 고백에 따라 행동하려는 각오를 다지고자 합니다. 사도 바울이 말한 것처럼, “모든 피조물이 이제까지 함께 신음하며, 함께 해산의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롬 8:22). 우리는 온 생명이 심각한 위기에 놓인 현실 속에서 약자를 폭력으로부터 해방시키시고 생명의 온전한 질서를 회복하시는 하나님 일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시대의 징조와 참회

우리가 살고 있는 땅에서 생명과 평화를 이루려는 노력은 현재 중대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적 경제 질서 속에서 사회적 양극화는 매우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농촌에는 땅을 일구고 농업을 이어갈 사람들이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비정규직노동자는 전체노동자의 50%를 넘어섰으며, 청년실업은 절박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친기업 부자만을 위한 정책들로 인해 민중의 생존권은 유린당하고 있습니다. 자본의 이익만을 위해 진행되고 있는 도시 재개발사업은 가난한 세입자들을 거리로 내몰면서 용산참사와 같은 비극을 일으켰고, 제2 제3의 참사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남북한의 대립과 갈등을 초래하여 그동안 이루어 온 한반도의 화해와 통일을 향한 성과를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거대여당은 보수언론과 재벌들의 지원을 받으면서 일방통행의 정책을 추진하고, 소통부재의 정치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언론과 문화를 장악하려는 무리한 입법과 표적 인적청산, 심지어 사법부까지 조종하려는 현 정부의 시도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낳고 있습니다. 또한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는 미명하에 진행되는 무분별한 개발정책은 민중의 생활 터전과 생태질서를 파괴하고, 생명에 대한 근본적인 존중과 경외감을 말살하고 있습니다.

이토록 처참한 현실은 우리 사회와 국가의 테두리를 넘어 범지구적 차원에서 생명질서가 총체적으로 파괴되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오늘의 세계는 생명과 평화를 깨뜨리는 세력이 일체의 제어 없이 군림하며, 세계 곳곳의 민중과 뭇 생명의 수난과 희생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신자유주의와 정치군사적 패권주의는 세계민의 자유와 인권, 민중의 생존권, 민족의 자결권, 나아가 모든 생명체의 생명권을 억압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의 문화는 도덕과 심미적 감수성을 소멸시키는 죽임의 문화로 변해가면서 인간을 욕심과 쾌락의 마술로 사로잡고 있습니다. 현대 문명은 온 지구의 삶과 생명질서를 정복하고 조작하며 통제할 수 있는 과학기술의 효용가치를 중시할 뿐, 생명체의 상생의 기반인 사랑과 정의와 평화, 그리고 생명 자체가 갖는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희망의 시대가 될 것으로 예견되던 21세기에 우리는 혹독한 생태적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연재해가 범지구적 생명질서의 파국을 암시하고 있지만, 인간의 탐욕은 문명의 멸망을 재촉하고 우주적 종말까지 예견케 하고 있습니다.


이 엄혹한 절망과 위기의 시대를 지내면서도, 우리 한국의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든 피조물의 고통을 지고 십자가에 올라 마침내 생명의 새 질서를 세운 그리스도를 외면해 온 우리의 죄를 먼저 고백합니다.

우리는 성서의 명령과는 다르게, 정의와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암 5:24)를 위해 살지 못하였습니다. 은과 금으로 만들어진 맘몬의 우상(시 115:4)이 득세하는 동안, 탐욕에 굴복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희생이 한없이 요구되는 가혹한 사회질서에 가담하는 죄를 지었습니다.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을 당연시 여기며, 지배와 폭력이 일상화된 야만사회를 용인하는 죄를 지었습니다. 한국전쟁이라는 민족의 비극을 겪었으면서도, 분단과 냉전체제에 길들여져 군사와 무기에 의존하면서 북의 동포를 적대시하고 있습니다. 전쟁이데올로기를 재가하면서 제국주의의 침략적 세계질서 재편성에 순응해 온 우리의 죄를 참회합니다.

우리는 생명연대의 질서를 파괴하고 약자의 생명을 질곡으로 빠뜨리는 제도와 정신을 신봉하는 죄를 지었습니다. 효율과 합리성의 이름으로 생명질서를 조작하고 깨뜨려온 현대과학의 거짓된 약속에 매혹되어, 다른 생명을 유린한 대가로 얻어진 편리와 풍요의 물질문화에 탐닉하였습니다. 모든 생명이 고유하게 지닌 아름다움을 직시하는 지혜를 양육하기는커녕, 각 생명의 주체가 누려야 할 충만한 기쁨을 지키는 일에도 힘쓰지 못하였습니다. 사회와 역사와 우주 안의 모든 생명의 공생을 위한 공동체적 이상을 잃어버리고, 욕망과 소비와 정복에 기초한 죽임의 문명을 편들어, 생태적 파멸의 위기를 초래한 우리의 죄를 참회합니다.

하나님 나라를 앞당겨 살아야만 할 교회는 종교적 이상과 양심을 잃은 채, 교권에 의존하는 오만에 물들고 교리만을 신봉하는 분열에 중독되었습니다. 화해와 평화의 참된 종교정신을 파괴하는 제국주의적 선교를 일삼고, 각종 배타적 차별을 당연하게 여기며, 교회 안에서부터 비민주적인 제도와 질서를 유지하면서, 개교회의 성장만을 꿈꾸는 죄를 지었습니다. 지혜롭고 의롭고 공평하고 정직한 마음(잠1:3)을 양육하여 하늘과 역사의 제단에 바치기보다는, 이 세상의 풍요와 저 세상의 구원을 약속하는 종교적 안일에 빠진 죄를 참회합니다.



우리의 신앙 고백, 다짐과 촉구

이제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신앙을 다시 한 번 고백하고, 성서의 가르침과 신앙의 양심에 따라 새로운 길로 나아갈 것을 다짐하며, 이 길에 한국의 그리스도인이 함께할 것을 촉구합니다.

(1) 우리는 성서에 기록된 대로, 하나님께서 해와 달과 별, 우주와 자연 그 안에 생명을 창조하신 것을 믿습니다. 모든 생명은 하나님께로부터 왔기에 각 생명체는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고 충만하게 할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형상대로 인간을 만드실 때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시고, 우리에게 생명을 살려나가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책임을 주셨습니다 (창 1:27-29).

우리는 참된 문명의 번성과 성장이란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보전하는 것임을 믿습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우주의 만물은 공생과 상생의 공동체를 이루며, 서로 얽혀 서로를 의지하여 살아갑니다. 따라서 우주를 이루는 각 사물이 자신의 자리에서 다른 사물과 바른 관계를 맺을 때, 우주 만물의 관계가 정의로울 수 있습니다. 어느 일부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일은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행위입니다. 우리는 각자 조화로운 관계 속에서 온 생명이 충만한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창조질서가 지켜질 때, 평화를 누릴 수 있음을 믿습니다.

따라서 만물이 저마다 평화와 안식을 누리는 질서를 지키며, 이 진리를 드높이고 살리는 정신을 찬양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신앙과 새로운 문화의 비전입니다. 하나님 대신 자신의 힘과 풍요를 구하는 것은 우상숭배요, 더욱 많이 얻기 위해 패권을 휘두르고 전쟁을 일으키는 일은 죄악입니다. 우리는 만물의 상호의존과 상호결합에 대하여 눈뜨고 아우르는 일의 중요성을 믿습니다. 생명공동체 속에서 생명의 존귀함과 아름다움을 나누고 가꾸는 감수성과 열정과 영적 헌신을 배양하고 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보다 전쟁에 반대합니다. 전쟁은 생명과 평화를 깨뜨리는 가장 커다란 악입니다. 국가와 민족 간의 이해와 소통과 협력을 통해서, 전쟁이 촉발될 수 있는 조건과 요인들이 적극적으로 제거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한반도는 물론이요 아시아와 온 세계에서 전쟁은 억제돼야 하고 제도적으로 폐지돼야 합니다. 특히 제국주의적 패권 전쟁은 종식돼야 하고, 강자가 약자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지구의 멸망을 담보로 마련된 핵무기는 모두 폐기돼야 합니다.

우리가 사는 한반도는 무엇보다 전쟁의 위협이 없는 평화가 절실합니다. 한반도 평화는 분단을 종식하고 통일을 성취함으로써 이룰 수 있다고 믿습니다.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현재의 정전협정은 평화협정으로 대체되어 한국전쟁이 깨끗이 마무리돼야 합니다. 남과 북은 군비를 축소하고, 상대방을 옥죄는 전쟁연습을 중지하며, 외국 군대를 철수시켜 민족의 자결과 자주를 실현해야 합니다. 남과 북이 교류하고 왕래할 수 있는 다각적 길을 열어가며, 평화로운 통일의 기운이 이 땅에 일어나도록 힘써야 합니다. 그리고 그 평화가 동북아시아는 물론이요 온 세계로 퍼져나가도록 책임과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창조주 하나님을 향한 진정한 신앙고백이 땅과의 올바른 관계회복에서 비롯됨을 믿습니다. 오늘의 문명은 ‘생명’인 땅을 물질로 대상화하고, 인류의 삶과 문화의 뿌리요 토대인 농업을 경제적 계량과 수치로만 환산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성서는 땅으로부터 유리된 가인의 후손이 소비와 폭력의 도시문명을 세울 수밖에 없었음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비극이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재현, 확대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땅을 ‘생명’으로 여기는 믿음과 삶의 방식을 회복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에 수반하는 농업의 복권과 그 문화의 창조적 계승을 통해 하나님이 창조주이심을 고백하는 우리의 믿음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2) 하나님은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오셨습니다 (요 1:14). 이는 인간과 세상과 육체에 대한 하나님의 긍정이며, 하나님 자신이 낮고 천한 자리에 오셔서 우리가 어떻게 정의와 평화를 이룰 수 있는 지 보여주신 사건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은 그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를 드러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가난한 자들이 기뻐하고, 병자와 장애인이 걷고 뛰며, 죄인으로 여겨져 차별당해온 약자들이 모두 하나님의 자녀로 존중받는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이루어지도록 기도하셨고 그 나라의 삶을 앞당겨 사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세상의 기득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정의롭고 평화로운 하나님 나라를 일구고자 하셨기에 기성 종교지배체제와 로마제국의 권력은 신성 모독죄와 정치범으로 주님을 십자가에 매달았습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은 도리어 고난 받는 약자를 대신하는 죽음이요, 이 한 번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이루어가는 것(히 7:27)으로 고백되었습니다. 우리는 그 십자가 사건이 현실의 수많은 고난의 현장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생겨나지 않도록 강자가 악을 행하는 자리에서 물러나기까지 투쟁해야 한다고 다짐합니다.

우리의 그 같은 다짐과 믿음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음을 뚫고 일어나신 사건에 힘입어 강건합니다. 주님은 부활하심으로써 사망과 죽임의 세력이 끝내 승리하지 못하도록 하셨습니다. 세상의 권세들은 오늘 우리에게 죽음을 담보로 협박하여 세상의 질서에 굴종하도록 강요합니다. 그러나 부활하신 주님은 불의와 타협하도록 하는 죽음의 쏘는 독침을 무력하게 하셨으며, 결국 진리가 승리함을 확인시켜 주셨습니다 (고전 15:55-58).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 나라의 평화를 선포하셨습니다. 그 평화는 만물이 바른 관계를 맺으며 생명의 충만함을 누리는 경지입니다. 그 평화는 사랑과 정의의 열매입니다. 평화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그의 뒤를 따르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평화를 위해 일할 것을 당부하십니다.

우리는 그리스도가 꿈꾼 하나님 나라가 평화와 정의의 세상이라고 믿습니다 (사 45:7-8).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우리는 민주주의 정치를 신뢰합니다. 우리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진정한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삶의 다양한 맥락에서 생겨난 생활상의 요구가 아래로부터 모이는 힘을 기반으로 해서 운영돼야 합니다. 이것은 시민사회의 민주세력들이 벌이는 운동을 매개로 하여 다원적인 정치가 활성화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민주주의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와 사회적 권리를 필요로 합니다. 양심과 신앙의 자유, 언론ㆍ출판ㆍ집회ㆍ결사의 자유 등, 인권을 유지하는 삶을 형성하고 펼칠 수 있는 기본 권리를 옹호해야 함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각 개인이 자신의 삶의 위기와 위험을 홀로 감당해낼 수 없을 만큼 복잡해진 현대사회에서는 연대를 통해 더욱 큰 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 제반 권리를 키워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의와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경제적 민주주의 또한 추구돼야 합니다. 경제적 합리성은 반드시 사회적 연대성을 통해서 검토돼야 합니다. 성장과 복지는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서, 경제적 약자의 고통을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조정돼야 합니다. 특히 소유의 권리는 개인의 자유와 존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그것이 공동체의 복지를 위한 사회적 책임을 면제받은 신성불가침의 권리는 아닙니다. 따라서 자본이 국내외 민중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돼야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정의와 평화의 공동체에 대한 기본적인 희망을 세울 수 있습니다.

(3) 성령은 생명을 주시는 하나님의 영이요, 정의와 평화를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의 힘임을 우리는 믿습니다. 성령은 우리에게 그리스도를 본받아 십자가를 지게 하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가 이루신 승리를 확신케 하십니다. 성령은 생명이 충만하며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이루도록 우리를 보내십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는 복잡한 이해관계와 다양한 종교와 문화와 가치가 공존합니다. 우리는 이 다양성이 인류와 온 생명이 풍성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토대요 조건이라고 믿습니다. 성령은 우리들이 개인적이고 집단적인 이기심과 차이를 넘어설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주시며,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도록 우리를 하나 되게 감동을 주시고 격려하십니다.

생명의 영이요 평화의 힘이신 성령의 보살핌 가운데, 우리는 새로운 공동체를 향한 비전을 갖습니다. 우리는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북한의 자매형제들을 지원하고 협력하기 위해 이념적 차이를 넘습니다. 우리는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의 노동주권과 정당한 인권이 보장될 수 있는 정의로운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피부색과 언어ㆍ문화의 차이를 넘습니다. 우리는 유구한 한국의 역사에서 형성된 다양하고 풍요로운 종교ㆍ문화적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생태환경을 이윤창출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4대강 개발사업>을 비롯한 각종 개발주의 경제정책에 단호히 반대하며, 인간과 자연 사이에 가로놓인 생명의 유기체적 고리를 지켜가는 활동을 벌여나갈 것입니다. 우리는 민족적 이해관계를 넘어서 아시아와 온 세계 민중들의 생명이 존중될 수 있는 정의로운 평화가 정착되도록 헌신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생명과 평화의 비전이 온 생태계와 우주적 지평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도록 힘쓸 것입니다.

우리는 생명의 영이신 성령 안에서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사랑으로 연결된 공동체임을 믿습니다. 교회는 성령의 능력 가운데 새로운 피조물이 되어, 모든 생명이 맺어야할 관계의 본보기를 이루어가는 곳입니다. 교회는 교회 자체가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요, 예수 그리스도의 뒤를 따라 하나님 나라를 위해 일하는 공동체입니다. 우리는 한국 교회가 생명과 평화를 향한 길에 동참할 것을 촉구합니다.

한국교회는 대형화의 강박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의 작은 자를 섬기는 공동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과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장애인을 환영하는 공동체가 돼야 합니다. 교회 안에서는 성차별이 없어야 하며,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 가정이 환영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교회는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교조주의에서 벗어나 열린 공동체로서 한국의 전통 종교와 대화하고 연대하면서 사회 변혁운동과 생명 평화운동에 동참해야 합니다. 한국교회의 국내외적 선교는 정복적이며 일방적인 전도행위에서 탈피하여, 섬기고 봉사하는 하나님 나라의 선교 운동으로 전환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한국교회는 민주적 정신으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권위주의적 교권질서는 극복되어야 하며, 담임목사직 세습이라는 극단적인 행태가 불식될 수 있는 제도가 시급히 마련돼야 합니다. 교회의 재정과 헌금은 그 용처에 대한 성서의 가르침에 따라 투명하게 운영돼야 합니다. 목사후보생의 교육을 맡은 대학은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정신이 담긴 신학교육을 제공하면서, 각 교단의 목사수급 상황에 따라 적정 인원을 배출해야 할 것입니다.



생명과 평화를 위한 연대

우리는 생명과 평화를 위해 헌신하기를 다짐하며, 앞으로 우리가 선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행동할 것을 천명합니다.

지역사회의 차원에서, 우리는 지역교회와 기독교 공동체로서 종교간 장벽을 넘어 대화와 상생을 위해 이웃종교들과 연대하며, 시민사회 네트워크를 통해서 민중의 실질적 소통과 통합을 촉진하고, 그들과 더불어 생동감 있는 공동체를 이룩해갈 것입니다. 우리는 교육과 입시, 미디어의 문제를 비롯한 여성 권익의 신장과 가부장제 문화의 해소, 환경보호, 도농 간 협력과 교류, 작은 것을 함께 나누는 운동, 인종차별의 철폐와 다문화 공동체 운동 등 다양한 시민사회적 실천을 촉진하고 그 실천과 함께 할 것입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우리는 정부가 나라를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정치경제적인 과제를 책임 있게 구현하고, 인간과 노동과 생태계의 복리를 실현하기 위해 전 지구적 네트워크를 규율하는 일에 나서도록 압력을 행사할 것입니다. 우리는 시대의 문제를 깊이 인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제안을 정부에 성실히 제시하면서, 교회에 주어진 공공성 위임에 충실할 것입니다. 그 같은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우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각 교단의 총회가 정부를 상대로 하여 생명과 평화를 위한 정치 경제적 대안을 제시할 것을 촉구할 것입니다.

역내 차원에서, 우리는 국가 간의 다자간 협정과 쌍무협정이 활발하게 체결되는 오늘의 상황에서 정치경제적 대안이 명료하게 제시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우리는 지역사회와 국민경제 차원에서 사회경제적 발전과 인간 개발을 억압하는 불공정한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고 그 폐해를 지적할 것입니다. 지역공동체의 사회문화적 전통과 생태학적 여건을 파괴하는 시장만능주의의 확산을 저지할 것입니다. 또한 자본과 국가가 내리는 중요한 결정을 감시하고 규제하며, 각 대륙의 권역에 속해 있는 교회 기구들과 연대하여 인간과 생태계의 생명을 지키는 활동을 전개할 것입니다.

세계적 차원에서, 우리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과정에서 비롯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와 세계교회협의회(WCC) 차원에서 생명평화운동을 펼쳐나갈 것을 촉구할 것입니다. 우리는 정의롭고 참여적이고 지속가능한 사회에 대한 논의(JPSS), 정의ㆍ평화ㆍ창조세계의 보전을 위한 공의회 과정(JPIC) 등을 통해 생명과 평화의 비전을 공유하게 된 세계교회의 자매형제들과 함께 지구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벌여나갈 것입니다. 지구적 차원에서 생명과 평화를 구현하는 대안이 제시되고, 국제기구들을 활용하여 그 비전이 구현될 수 있도록 촉구하고 활동할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해방시켜 주셔서 자유를 누리게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굳게 서서 다시는 종살이의 멍에를 메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그 자유를 육체의 욕망을 만족시키는 구실로 삼지 말고 사랑으로 서로 섬기십시오. 모든 율법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신 한 마디 말씀 속에 다 들어 있습니다” (갈 5:1, 13, 14).


<생명과 평화를 여는 2010년 한국 그리스도인 선언>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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