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하늘의 뜻이 이 땅 위에 - 마태복음 6:10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8-12-25 00:55
조회
26309
2018년 12월 24일(월) 저녁 7:30 천안살림교회 성탄전야
제목: 하늘의 뜻이 이 땅 위에
본문: 마태복음 6:10

성탄절은 그저 기념식이 아닙니다. 아기 예수께서 이 땅에 오신 뜻을 새기며, 우리가 그 뜻 안에서 살기를 재삼 확인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성서는 여러 증언을 통해 그 의미를 새길 수 있도록 증언해주고 있지만,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가르쳐주신 ‘주의 기도’ 가운데 그 뜻이 또한 분명하게 담겨 있습니다.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시옵소서.”

주의 기도 가운데 이 청원은, 우리가 끊임없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신 뜻을 되새길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 기도는 이 땅에 여전히 하나님의 뜻이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 이 땅에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하나님의 뜻과 무관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하나님의 뜻과 무관하게 되는 사연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 물음 자체를 던지지 않는 사연은 어디에 있을까요?
첫 번째는 자포자기입니다. 불공평하고 억압적인 현실에서 그것이 뒤집어지기를 바라는 환상을 갖는 것 자체가 허망하다는 생각입니다. 두 번째는 공공연하게 그리고 고의적으로 막연한 하나님의 뜻을 묻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사람들의 의지 때문입니다. 자기의 의지면 족하다는 생각입니다. 이 두 경우는 모두 다 타의든(전자) 자의든(후자) 폐쇄된 자기 울타리에 갇혀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현실은 그렇게 타자를 향한, 또는 다른 세계를 향한 개방적 통로가 막혀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그와 같은 절망에의 유혹을 극복하고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 절망에의 유혹을 떨치고 희망을 갖는 것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향한 용기, 내가 차마 다가서지 못했던 사람들을 향하여 다가서 함께 하는 용기를 갖는 것입니다.

하늘의 뜻이 땅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그저 내 마음 한 구석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온 땅 위에서 모든 피조물들과 더불어 하나님을 찬양하고 삶의 기쁨을 노래하는 것을 뜻합니다.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 이루어진다면, 땅은 이미 땅일 수 없습니다. 그 때 우리는 모두 하늘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뻐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하늘의 기쁨을 맛보는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믿고 그 희망을 함께 나누는 것을 뜻합니다. 오늘 우리의 현실이 어둡고 고통스럽지만, 그 가운데서도 진정한 삶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확인하고 나누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기쁨의 잔치에 함께 하는 가운데 그 희망을 재삼 확인하고 삶의 용기를 지닐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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