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쌍용자동차 노동자 해고무효 판결을 환영한다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4-02-12 14:36
조회
1792
* <주간기독교> 다림줄43번째 원고입니다(140211).


쌍용자동차 노동자 해고무효 판결을 환영한다


지난 7일 서울고등법원 민사2부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1심의 재판결과를 뒤집고 2009년 해고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지난 5년 사이 해고당사자 및 그 가족을 포함한 관련자들이 무려 24명이 죽음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던 쌍용자동차 사태 해결의 한 실마리가 풀려 다행스러운 일이다. 당시 노동자들을 대거 해고하는 명분이 되었던 경영악화 진단을 내리게 만든 회계감사보고서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계속되어 왔는데, 재판부가 이를 사려깊게 받아들여 내린 판결이다.


2009년 노동자 대규모 해고에 앞서 쌍용자동차가 스스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부터 의혹거리였다. 신규투자와 신제품 개발이 전혀 없는 상태로 경영악화를 거듭하다가 최대주주 스스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채권자가 부도위기에 처한 기업으로부터 빚을 돌려받기 위한 조치로서 취하는 법정관리 신청의 상례를 벗어난 것이었다. 그것도 자금을 동원할 여력이 있었을 뿐 아니라 부도를 맞지도 않은 상태에서 신청했다. 또한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된 인사 가운데 부실경영의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선임되었다는 것도 상궤를 벗어난 것이었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 배후에 회계감사보고서가 있었고, 그 보고서는 처음부터 노동자 해고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경영악화 진단을 의도하고 만들어진 것으로 지적되어 왔다. 그러한 정황을 감안할 때 쌍용자동차 사태는 경영부실의 문제를 전적으로 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키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태로서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 잘못된 사태를 바로 잡는 의미에서 이번 판결은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번 해고무효소송 자체도 쌍용자동차가 상고의사를 밝힌 만큼 최종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다. 쌍용자동차 사태는 마치 우리 사회의 ‘노동문제 백화점’이라고 할 만큼 우리 사회가 합의하고 해결해야 할 숱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 가장 단적인 문제가 정리해고에 맞선 노동자들이 형사처벌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손실을 끼쳤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발전한 많은 나라들에서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을 불법시하는 법률은 대개 19세기말 또는 늦어도 20세기 초반에는 폐지되었다. 그에 반해 일본 형법을 모체로 한 대한민국 형법에 위력업무방해죄라는 형벌규정이 있어 이를 통해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을 범죄로 처벌하고 있다. 지금 일본에서도 사문화된 규정이 한국에서는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래서 국제노동기구(ILO)는 OECD회원국 중 유일하게 한국을 노동조합 활동가의 체포와 구속이 이뤄지고 있는 대표적인 시민적 자유 및 노동권 침해 국가로 분류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에 이를 시정하도록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절규했다. 그렇게 절규하는 이들에게 형사상 민사상 책임까지 덧씌워 압박하는 것은 잔혹한 야만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 야만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도대체 어떻게 될까?


최형묵(천안살림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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